다섯번째 그리고 첫번째 태국(1)
태국을 다녀온지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에서 자신은 여행을 마친뒤 한 두달 후쯤에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는 그 사이에 가라앉을 건 가라앉고 필요한 기억에 대해서는 감정이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라고 그러네요.
저도 한달 정도 되니, 기억이 점점 둥글둥글해져 가는 느낌이 듭니다.
디테일은 이제 기억이 안나지만 오히려 선굵은 기억을 중심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힘들었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좋았던 기억은 실제보다 더 좋은 것으로 각인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래서 기억이라는 것은 믿을 것이 못되지요.)
어느덧 40을 바라보는 저로서는 이미 배낭여행이 그리 어울리는 나이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에 이번엔 제대로 질렀습니다.
다섯번째 태국. 앞선 네번의 태국은 둘이 함께였지만, 이번엔 다섯이 함께하였습니다.
세 아이들에게는 첫번째 태국인 것이지요.
두달 여정의 시작...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에서 가장 설레고 기분 좋을 때가 아닌가 합니다.
이 때만 해도 한국사람들이었네요.
공항패션 종결자 쉬크한 그녀
이렇게 합이 셋입니다.
여행내내 세째는 또하나의 배낭이었지요 ^^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아이들이 어린데 도대체 어떻게 두달씩이나 그것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여행을 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간단합니다. 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면 이런 짓도 가뿐히 하게 된답니다. (사실 여행 중간중간 이게 왠 미친짓이냐 하는 생각이 시도때도 없이 들었지만요.)
애들 키우는 부모는 아마 아실겁니다. 7살 4살 2살 아이들을 데리고 장기 배낭여행을 한다는게 얼마나 위대한 행위인지를 ... K2 무산소 등정에 버금가는
하지만 살면서 이렇게 긴 시간을 여행에 할애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네요. (머 제 성향을 보면 어떻게든 기회를 또 만들어 내겠지만서도)
너무도 설레였던만큼 너무도 피곤했던 도착여정
일산 -> 김포공항 -> 인천공항 -> 홍콩공항 -> 방콕공항 at last -> 치앙마이
짐풀자마자 바로 난민모드로 들어갑니다.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김과 김치 햇반 대방출입니다.
한국에서나 태국에서나 애들 먹이는 일은 똑같습니다.(저는 다를줄 알았습니다.)
첫날이 지나고 치앙마이 나들이를 합니다.
날씨는 대체로 내내 우중충했습니다.
쨍쨍한 태양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흐린 하늘이 긴 여행에 대한 부담감,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감 등에 더해져서 기분을 다소 무겁게 하네요.
우리 부부는 해외에 나가면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걷기를 즐기는 편인데
나이트 바자 입구에서 타패 안 쪽으로 아이들 업구 유모차 끌며 걸어가다가 욕나올뻔 했습니다.
하여 무작정 들어간 타패안 와위 커피
머 전 너무 달아서 별로였지만 여기서는 꽤 먹어주는 브랜드인듯
아이들 노는 건 똑같네요.
한국에서 콩다방가는 거랑 별 차이 없는듯 하네요.
이럴려구 태국까지 왔나 머쓱...
여행을 즐겨 다니는 편이지만 그동안 여행기를 제대로 써 본적이 없는데, 이번엔 아이들을 위해서
게으름을 털어내고 글을 쓰고 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두달중에 겨우 이틀 기억을 더듬는 데도 벌써 피곤하네요.
여정은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