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의 태국 생존기 미션 9: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노티걸의 태국 생존기 미션 9: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약간, 갑작스러웠지만 우리는 섬을 떠나기로 했다.
훈남 선생님과는 방콕에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기로 했다.
논네 일행도 오늘 섬을 떠나기로 했다고 했다.
오전, 짐을 정리해두고
나는 나와 스노클링을 함께 해주었던
7번 보트 남자에게 뭔가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주고 싶었으나,
이날따라 그는 나오지 않았다. 꼭 전해주고 싶은 선물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하기보다, 내가 다시 꼭 이 섬에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수영하러 고고.
마이응암 텐트촌 앞 바다에서 논과 국, 뻔 이렇게 셋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마지막까지 제대로 섬을 즐기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도 껴달라고 잽싸게 헤엄쳐갔다.
알고 보니 논은 수영도 할 줄 몰라서 구명조끼를 꼬옥 입고 있었다.
나는 태국 사람들은 당연히 수영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산이었나 보다.
따뜻해서 1년 내내 수영이 가능한 만큼 나는 다들.. 잘 할 걸로 알았는데.
어쨌든 논의 구명조끼를 잡고 그를 질질.. 끌고 다니는 재미도 있었다.
(논은 사실 나보다 4살 많은 오빠였다. 한국나이로 27살)
나는 이렇게, 장난치는 걸 무지무지 좋아한다....
얕은 곳에서 우리나라 멍게 같은 것을 발견했는데,
이거 먹어도 되냐 하니까 먹어도 된단다.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잡아서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열심히 잡으려고 했는데 못 잡았다.
그렇게 2시간 정도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해변 가에서 함께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단 며칠 함께 했을 뿐인데 정이 무척 많이 들었다.
벌써부터 그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운 걸 보니. 서로 이메일과 주소를 주고 받았다.
휴대폰 번호도.
청캇비치까지 우리를 데려다줄 보트를 기다리는데, 훈남 선생님도, X도 배웅을 나왔다.
X는 짐까지 들어주었다..나는 그와 사진을 여러장 찍었고,
X에게는 꼭 이메일 만들어서 나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 꼭 다시 올거라는 말도 남겼다.
그리고 훈남 선생님은 내게 잘생긴 파란 눈의 외국인 친구와 사진을 찍을 기회를 선사했다.
그는 훈남 선생님과 캄보디아에서부터 함께 온 일행이었다.
빨래판 복근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약간 변태 같지만 한번쯤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사진이라니! 으흐흐/// 악..진짜 변태같아..
나는 마치 디카프리오에게 안기는 기분으로 찰싹 붙어서...는 못하고 살짝 옆에 섯다.
그러자 친절한 훈남 선생님. Close close! 를 외쳐주신다. (역시, 센스있으셔)
존이었나? 이름이 존에게 어깨동무하라고 한 것 같다.
나는 그래서 파란 눈의 그에게 찰싹 붙어서 기념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_- 나 정말 바보처럼, 표정관리 전혀 안되게 웃고 있었다.
입 찢어질 것 같은 수준으로다가.. 파란눈의 복근사진을 첨부해야지 내 얼굴가린체,
아! 빼먹을 뻔 했는데..
이 파란 눈의 남자는 첫 날 스노클링 때,
내가 바닷물을 손으로 조금씩 떠서 몸에 적응시킨 뒤 들어가려고 하자,
이 물이 차갑냐며 나를 물에 풍덩 밀어 넣었던 장본인이다.
굉장히 잘생겨서 나는 -_- 물에 빠진 것이 놀랍고 조금 차가웠지만 아무 말도 안했다.
나는 그래도 보트에서나 물속에서나 꽤나 재밌게 훈훈하게 보낸 것 같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할아버지도 날 참 예뻐했는데.
명함주면서 꼭 연락하라고.
말은 안통해서 내가 수영할 줄 아냐고 하면 수영하러간다고 대답하고 완전 동문서답이었지만,
얼굴을 볼 때마다 Hi! 라고 인사해주는 게 귀여웠던지 참 많이.. 이뻐해줬다.
일부러 명함을 주고자 한참 해변에서 날 찾아다닐만큼.
내가 상어가 있다고 하자 잔뜩 겁을 먹고, 무서워하던 케이시도 기억이 난다.
한국 컵라면을 주자 무지무지 좋아했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섬에는 추억도 친근한 사람들도 너무 많았다.
마지막으로 논네 일행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20명이 넘는 태국인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으니 다른 외국인들은 그저 신기한가보다.
그 사진은 휴대폰에 따로 넣고 다닐 만큼 내게 소중한 추억의 증표로 남아있다.
그렇게 사진 찍기를 마치고 각자 헤어져서 안녕이란 말을 하고 배에 올라탈 때는 눈물이 났다.
계속 우울할 줄 알았는데...
스피드보트에서 아까 그 파란 눈의 빨래판 남자 ‘존’과 2인 석에 나란히 앉아 가게 되어 초큼 좋았다.
어쨌든, 이제 다시 논에 일행을 못 볼 거라 생각하니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계속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터미널에 가기 전 대기 장소에서 다시 만났다.
그들은 근처에서 페스티발이 열렸다면서 함께 구경 가자고 했다.
이거 먹어봐라, 저거 먹어봐라, 하면서 이것저것 먹을 것도 사주고, 함께 풍선 터트리기 게임 같은 게임들도 즐겼다. 감동적인건...
행여 흙탕물이라도 튈까봐 Be careful 하면서 끊임없이 배려해주고 챙겨주었다는 점이다.
아.. 이런 배려 정말 오랜만이었다.
함께 우산을 쓰면 남자친구의 어깨가 젖다가
어느 날부터는 내가 쫄딱 젖게 된지 오래여서 그런 배려가 너무 그리웠다.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아니, 내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당연한 배려에 감동받고 오랜만이라는 기분을 느껴야하지?
난 아직 젊고! 또... 이 정도 대우 받지도 못 할 정도도 아닌데?
내 가치를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또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이젠 정말 헤어지나 싶었는데 터미널에서 또 만났다.
하하. 이젠 서로 안녕이란 말을 안 하기로 했다. 자꾸 만나져서. 아무래도 곧 또 만날 것 같다고.
터미널에서도 서로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떨고 난리를 치다가 정말, 각자 헤어져서 버스를 탔다.
S군도 논과 헤어지는게 아쉬운지 헤어지고 난 뒤 연신 담배를 물었다.
우린, 논네 일행이 버스에 오르고도 2시간 가량 더 대기했다. 그리고 그동안 사비나 투어 직원들과
친해졌다. 그들과도 기념 사진 열심히 찍고, 버스에 오를 때 쯤엔 또 정들어서...

사비나 투어 직원들은 우리에게 팟타이와 계란부침같은 먹을거리를 사다주었다.
먹으면서 조심해서 올라가라고...
나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곳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태국은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나라인 것 같다....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