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의 태국 생존기 미션 8: 큰 볼일을 해결하라. 그리고 로맨스.
노티걸의 태국 생존기 미션 8: 큰 볼일을 해결하라. 그리고 로맨스.
이 날은 오전 스노클링을 나가지 않았다.
좀 많이 민망하지만 무려 5일 가까이 볼일을 보지 않고 있었다.
어두운 화장실, 천장에는 가끔 원숭이들이 지나다니는 듯 소리와 그림자가 비치고,
화장실에 뱀도 출몰했었다는 소리를 들은지라
나는 도.저.히 화장실만 가면 더 긴장이 돼서 볼일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작은 것이야 잠깐이니까 참고 보았지만,
큰 건... 오래 있어야하니 최대한 안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적어도 섬에 있는 동안은.
하지만, 얼굴이 점점 노래지는 것도 같고, 더부룩해서 수영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날의 특명은... 볼일 해결하기.
뒤편으로 돌아가, 최대한 깨끗하고 최대한 조용할 것 같은 칸의 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열고,
거미는 없는지 뱀은 없는지, 도마뱀은 없는지, 아주 샅샅이 관찰하고 나서 들어갔다.
앉는 곳도 깨끗하게 닦고, 시도. -_-
참 오래 걸렸지만, 난 다시 5일 정도는 섬에 더 머물러도 될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나올 수 있었다.
섬에서 매일 수영하고 (틈나는 대로 앞바다에서도 함) 밥은 잘 안 먹으니 (입맛에 잘 안맞음) 몸무게가 3kg 가까이 확 빠졌다. 정말, 자동으로 여자를 아름답게(?) 바꾸어주는 섬인 것 같다.
깨끗해서 피부도 좋아지고 운동하니 건강해지고 날씬해지고.
어쨌든 나는 가벼워진 몸으로 오후에는 스노클을 신청했다.
머무는 동안 반드시 만타나 거북이를 보겠다는 일념이었다.
당연한 듯이 7번 보트에 올랐고, 이번에는..... 옆 텐트의 훈남 선생님이랑 수영을 했다.
그동안의 여행기에는 안 나왔지만, 나는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저녁이면 가끔 그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나도 선생님이 되고자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임용고시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여행 갔었던 이야기도 듣고..
훈남 선생님은 30살이라고 했다. 훈남이라고는 했지만, 정말 잘생겨서 훈남 선생님이다.
잘생긴 데다 똑똑하기까지 하셨다. 아마, 섬에 더 오래 머물럿다면- 내가 이 당시에 남자친구가 없었다면 푹 빠져버렸을지도.
어쨌든 역시나 혼자는 무섭다고 말하는 날 위해 훈남 선생님은
내 곁에서 머물며 함께 스노클을 즐겨주었다. 그리고 우린 어느 순간에 손을 잡았다. 두근. 두근. 꺅.
바다는 그날따라 소용돌이치는 열대어들의 환상적인 가무를 선물하였고
우리는 그 속에서 마치, 우주 혹은 천국에 와있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레임. 바다도 멋있었지만,
나는 내 손을 잡아준 훈남 선생님을 자꾸만 쳐다보게 되었다.
그렇게 스노클을 마치고 섬으로 돌아오고 나는 해변에 앉아 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식사시간. 오랜만에 S군과 K군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얼마 전만 해도 방콕에서는 매일 클러빙을 다녔던 그들인지라
섬 생활이 도저히 맞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오늘은 굉장히 들떠있었다.
섬에 놀러온 현지인 여대생무리와 친해졌다고 했다. 역시....-_-
그 중 한 여학생이 K 군에게 관심 있어 한다는 등 둘은 아주 아주 신나보였다.
식사를 하며, 나는 S군에게도 논 일행과 같이 놀지 않겠냐고 권했고
- ‘술’이 있다는 말에 S 군은 너무나도 좋아하며 참여하겠노라고 했다.
그 날 밤. 워낙 성격이 좋은 S군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논과 급격히 친해졌다.
아마, 속닥거리는 걸 대충 들어보니 ‘여자’이야기 인 듯싶었다. 클럽 추천 같은 거.
나는 일부러 짖궂게 그런 거 좋아하냐며 논을 놀렸고,
술을 잘 못 마신다는 논에게 원샷을 권하거나 위스키와 맥주를 섞은 것을 권하기도 했다.
그리고 ‘S’군에게도 쭉쭉 들이키라며 권했다.
그래, 나는 사실 이렇게 잘 못 마신다고 하면
오히려 즐거워하며 권하는 그런 약간 개구쟁이 같은 기질이 있다.
나는 이때 '노티걸'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었을 무렵. 어디선가 팝콘 그것도 따끈따끈한 팝콘이 전달되었다.
그렇다. 그들은 너무도 당당하게 팝콘을 해변에서 튀겨내고 있었다.
팝콘도 맛있고 말이 잘 안 통해도 서로 노는 건 다 똑같은지 조금 통통한 여자애한테
짖궂게 놀리고 맞거나 바텐더라면서 콜라 밖에 못 마시는 논도 웃기고,
자신은 Heavy drunken 이라면서 희정 촌 깨우~하는 국이라는 여자아이, 아니 언니도 너무 웃겼다.
번챠라는 통통한 오빠(?)는 슈퍼주니어 광팬이라면서 모든 노래를 부를 줄 알았다.
게다가, 나보다 최신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도 더 잘 알았다.
정말, 그들과 어울려서 정신없이 웃고 떠들었던 것 같다.
다들 너무 순수했고 웃음이 많았으며 친근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 던 사이처럼 그렇게 친해졌다.
새벽 1시쯤 됫을까? 하나 둘 씩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하고,
논과 S 군은 분명 여자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둘이 커플처럼 붙어서 속닥속닥.
나는 누구랑 이야기할까 했는데 '뻔‘이라는 이름의 그가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 뻔이랑 놀아야지. 뻔은 영어를 잘 못 하는 관계로 우리는 그 고운 모래 위에 그림을 그려가며
대화 했다. Do you like this? 하면서 바닥에 그리면 그가 알아듣고 Yes or No 하는 식으로 대답을 했는데... 아 꽤나 로맨틱했다 ♥_♥
함께 말없이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해변을 걷다가 그렇게..
(뻔은 이 날 이후로 내게, 두 달 간.. 사랑한다는 등 의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나의 텐트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왔다.
X에게 See yo tomorrow 했기 때문도 있고, 목도 말랐고.
식당에서 또 X랑 함께 영화를 보며 잠시 술도 깰 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정말 나의 하루는 길구나..
주로 했던 이야기는 이 섬에 뱀 많으냐. 상어한테 죽은 사람은 없느냐.
나 상어 봤다. 무서웠다 뭐 그런 이야기.
대화를 마쳤을 때는 완전 밖이 깜깜했다. 그
리고 원숭이들이 미친 듯이 나무 위를 뛰어 다니고 있었다. -_- 무서움..
머뭇거리면서 텐트로 못 돌아가고 있자, 엑스가 텐트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이제 좀 자 볼까, 했더니 우지끈 하면서 나무가 부러지면서 텐트를 덮쳤다!!!!!
아주 큰 나무는 아니었지만 텐트 한 귀퉁이가 거의 납작해질 정도였다.
한 밤중에 아빠랑 나는 쓰러진 나무를 치우기 위해 나갔고,
나무를 옮기는 동안 옆 텐트에 머물던 외국인들이 시끄럽다고 난리다....
진짜 -_-^ 사람이 나무에 깔려 죽을 뻔했다고,
어쩔 수없이 치워야 자지! 라고 하고 싶었지만 괜히 싸우기 싫었다.
"sorry!!!!'
그렇게 긴긴 하루가 지났다.
To be continue.. .....
필리핀님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셔서...한 가지 이야기가 기억이 났습니다.
제가 스노클링을 나간 사이 혼자 청캇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을 가보고자 하셨는데...
하셨는데.... 중간까지 가다가 무서워서 돌아오셨다는 이야기.
독사를 만나면 어쩌냐는 등.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등.
무서우니 내일 같이 가보자는 아빠의 말을 듣고 한 참 웃었습니다..
제가 누구 딸인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겁 많은 건.. 제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아빠 말로는. 본인은 조심성이 많은 거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낫으로 수풀을 베고, 칼과 부싯돌을
차에 항상 싣고 다니면서 뱀도 맨손으로 잡는 아버지인데 외국에서는 겁이 나시나봅니다 하하하.
그리고, 낮 시간에는 DSLR을 들고, 사진을 찍으셨다고 합니다. 해변 가까이에 있는 새끼 상어도 찍으시고
원숭이는 너무 빨라 못 찍었다고 아쉬워도 하시고, 도마뱀 찍었다고 좋아도 하셨습니다.
다 큰 딸과, 아빠는 이렇듯 함께 놀지는 않았지만, 서로 각자 섬에서 보낸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는
나누었답니다.. 하하.
아버지가 수영을 좋아하시면 좋은데, 물에는 발도 안담구려 하십니다. 오로지, 물'가'만 좋아하십니다.
낚시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