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절 따라오지 마세요.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절 따라오지 마세요.

Phasai 3 3199
 
 
 
절 따라오지 마세요.
 
 
 
 
7월 15일(금요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가 쏟아졌다.
공항에서 카오산까지 픽업해줬던 Tum과, Non으로 부터였다.
둘 다 주말에만 노는지라 이번 주말에 어떻게 서든 나와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 -_- 이놈의 인기.
 
 

내가 누굴 택했냐고?     당연히 이었다.
 
 
Tum은 논처럼 함께 있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잘해줘서 부담이랄까, 아님 논처럼 서로 장난치면서 놀려먹을 수 없어서 랄까.
(절대 나이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난 나이차가 꽤 나는 분들과도 잘 어울리므로..)
 
뭐니 뭐니 해도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은
 
 
 
나를 불륜의 대상으로 혹시라도 생각하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지금은 인정한다, 오바였음을.)
 
 
일전에, 어떤 (Out of mind)한 아저씨가 자기 친구들은 다 애인이 있다느니,
갖고 싶은 건 다 사줄 테니 놀러 가자느니 했었던
정말 기분 나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행기에 다 적지는 않았지만, Tum은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칠 정도로 내게 전화했다.
와이프에게도 내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걸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와이프가 싫어할 것 같은데... 
아악 머리야. 암튼 나는 불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실제로, 한국에서부터 논과는 첫 주말에는 함께 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나는 선약을 이유로 Tum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아. 하지만, 결국 일요일 오후에는 만나러가기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딱 저녁식사만 같이 하기로.
Tum이 번챠와 야무나를 비롯한 섬에서 만났던 다른 친구들도 함께 데리고 나온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말 약속을 확정짓고 나서 일찍부터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오늘은 여행일정 중 유일하게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암파와 수상시장에 다녀오기로 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미니밴을 타고 얼마나 갔을까? 처음 우리가 떨궈진 곳은 위험한 시장이었다.
 
 
622196143_a32dngUN_388190_201561706588817_100002049668764_404527_228200003_n.png
 
 
 
철로 바로 옆으로 좌판을 늘어놓고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은 정말 위태위태해보였다.
 
하지만, 계속 감탄하기에는  부족했다.


 
와아...... 이런데도 있구나
 
띡..... 
 
 
시장을 보고 딱 5분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잠깐 감탄했다.
아주 맛있는 것이 있거나  몸에 좋은 음식이 있거나,
특이한 군것질 거리가 있거나하면 모를까.
 
 
하악.. 너무 냉정한 평가였나.
 

 
절대 오해하지 마시길. 순전히 제 취향이랍니다. ^^;
등산도 등산로 입구의 맛 집에서 밥 먹기 위해서 가는 사람이므로...
 
 
 
기차가 온다고 사람들이 철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다가오는 모습을 걸작(?)을 남기겠다는 (남는 건 사진이라는) 일념으로 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몸이 뒤로 당겨졌다.
 
 
622196143_IZGpmiVT_380180_201562276588760_100002049668764_404534_190308166_n.png
 
 
 
그러고 나서는 바로 기차가 코앞을 슥- 헉. 나 죽을 뻔한 거야? 
그랬다. 다리는 철로 밖에 있되 상반신은 기차를 정면으로 찍겠다며 철로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백미러에 쓰여 있는 그 문구가 떠오른다.
 
 

보이는 것보다 실제는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였던가....? 바보같이 사진 찍다가 치여 죽었다고 대서특필될 뻔했다.
잡아당겨준 할머니에게 눈빛으로 진심을 담은 무한 감사의 뜻을 전하며, 
컵쿤 카 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그렇게 시장 구경을 마치고 우리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암파와 수상시장.
 
 
622196143_n1aqpg5r_376604_201562563255398_100002049668764_404536_1721465858_n.png
 
 
 
 
오오. 이곳은 만족만족. 그래, 내가 원했던 시장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시장을 활보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물건을 팔기위한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활기 가 느껴지는 그런 곳.
한국의 전통 시장처럼 정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
내가 다른 나라에 와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 다채로운 볼거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들.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배고플 시간에 도착했던지라,
길가에 늘어진 노점에서 해산물 바비큐(가리비, 게, 새우등을 판매)를 먼저 먹고 구경하기로 했다.
모든 식후경.
 
 
 
622196143_S0KNewl5_375610_201562703255384_100002049668764_404538_471719824_n.png

 
 
생각보다 굉장히 의자와 테이블이 낮아서 불편했지만,
이것마저도 이곳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묘미가 아닌가.
 
(다만, 다리가 긴 남성분들은 정말 불편하실 것 같아요. 저는 숏 다리라 그나마 감수할 수 있었답니다)
 
 
음식을 주문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좀 있었다.
하필이면 따로 주는 메뉴판이 아예 없는 곳을 택해서 앉았던 것이다.
게다가 주인 분들께서 기본적인 영어조차 일절 못하셨다.
 

결국 손짓. 손가락 짓.
바디랭귀지야 말로 만국 공용어가 아니었던가.
 
 
저거. 저거...
 
 
의사소통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원하던 재료들로 주문 성공.
주문과 동시에 구워주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익어가는 재료들을 보면서 침이 가득고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했던 메뉴는 왕새우, 꽃게(같이 생긴 노멀한 게), 이상하게 생긴 게. 가리비 구이였다.
 
 
 
맛은 Goood ~~!!!!!
 
 
 
살이 탱글탱글왕새우랑 게 특유의 내장과 살맛이 일품이었던 구이(not 개),
가리비 구이는 아쉽게도-_- 내가 먹기도 전에 누가 다먹었는지 못 먹어봤다 흑흑.
 
다만, 쫌 느끼한 새우를 먹고 있으려니 초장생각이 많이 났다는 거.
물티슈도 안주고, 오로지 휴지로만 닦아야 해서 손에서 비린내가 어마어마하게 났다는 거.
 
요거 길가에서 사먹으려면 물티슈가 필수되시겠다. 뭐, 물티슈로 닦아봐야
그 냄새가 그 냄새겠지만..
요걸 초입부터 먹은 덕분에 내 소중한 DSLR에서도 비린내가 났다.
 
 
622196143_0MmZup5e_377672_201562939922027_100002049668764_404542_1680921423_n.png
 
 
 
먹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아이쇼핑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고, 카오산처럼 턱없이 비싼 값을 부르지도 않았다.
대부분 가격표도 물건 옆에 놓여있어서 가격을 보고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물건 값을 깎는 일은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아니던가.
 
 
 
나는 논에게 주려고 무당벌레모양의 귀여운 야광 핸드폰 줄을 샀다. 커플로.
1개에 35밧이었던가. 3개 정도 사면서 80밧 정도 지불했다.
 
 
아잉- 깎아줘잉 >_< ...... 하는 만행은 하지 않았고 그냥 조금 귀엽게-
 
 

피~ 피~ 조금만 깎아줘. 3개 살게 응?
 
 
 

귀여운 핸드폰 줄 하나에 신나가지고, 바로 내 핸드폰에 달고자했으나 -
겔럭시 텝에는 핸드폰 줄 연결고리가 없다. 엄마 나 진짜... 모자란가봐.
 
7달도 넘게 써왔으면서 그 걸 지금에야 깨닫다니. 핸드폰 줄 고리도 없으면서 핸드폰 줄을 사다니. -_-
 

 
역시, 상아씨는 대폭소.
  
 
돌아다니면서 우리는 끝없이 뭔가를 사먹었다.

이날 처음 사 먹어본 메추리알 후라이.
샐러드를 바닥에 조금 깔고, 그 위에 메추리알. 그 위에 케찹 조금. 꺅.
 
20밧이었나? 암튼 가격도 착하고, 맛도 착하고.
요건 외국 음식 잘 못 먹는 아가들도 당연하겠지만, 잘 먹을 것 같다. (나? 아가 입맛)
 

 
메추리알을 튀겨내는 과정도 신기했다.
나는 계란도 잘 못 깨는데 그 조그마한 메추리알을 톡톡 깨서
어떻게 노른자도 터트리지 않고 앞뒤로 잘 튀겨내는지.
튀기는 것도 한참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도 그걸 유심히 보니까,
메추리알 튀기는 걸 구경하는 외국인인 나를 오히려 구경하는 현지인이 있었음....)
 

 
양쪽 길을 따라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어느덧 모일시간이 돼서 약속장소로 돌아갔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반딧불이 투어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수상시장 내에 있는 선착장에서 모두들 구명조끼를 하나씩 받아 입고는 배에 올랐다.
이제는 제법 선선해진 기온에 낮 동안 흘렸던 땀을 날려버리며 시원함과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멋진 광경을 만나게 되려나.
그렇게 조금씩 불을 밝히기 시작한 시장의 야경을 뒤로 한 체 배는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622196143_CRpGDTKw_303935_201563989921922_100002049668764_404555_1780222329_n.png

 
 
강가의 불 밝힌 사원과 물에 비친 모습은 정말 누가 그려놓은 듯한 한 점의 이국적인 그림 같았다.
정말, 그림이라면 내 방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622196143_8QlniRpA_302560_201564226588565_100002049668764_404559_1593491123_n.png
 
 
 
강을 따라 이어지는 레스토랑도, 수상 가옥도 모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왔다.
셔터를 눌러대는 내 손 멈출 줄 몰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가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대부분 흔들린 사진만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622196143_2aSG5PLp_313162_201564056588582_100002049668764_404556_528362288_n.png
 

 
 
 어슴푸레했던 하늘이 거의 캄캄해졌을 무렵.  배는 강가의 나무들로 다가갔다. 그리고...
 

 
반짝
 
 
어둠속에서 뭔가 빛났다.
사람들은 반딧불이가 나타났다고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의 불빛을 쫒기 바빠졌다.
즐거워하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이내 마음이 좀 씁쓸해졌다.
 
반딧불이의 불빛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아주 간간히 나타났기 때문만도 아니다.
(어떤 한 나무에만 그 날은 반딧불이가 모여 있어서 딱.. 한 나무만 트리처럼 아름다웠다.)
 
 
그냥 어린 시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한 계곡에서 보았던 수십, 수 백 마리에 달하는 반딧불이의 가무가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내 옷에도 달라붙어 밝은 빛을 뿜어내며 날 놀라게 했던 그 귀여운 녀석도.
밤하늘의 별보다 가까이서 하늘을 수놓았던 반딧불이들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곳에 가봤자,
이렇게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이 나를 씁쓸하게 했다.
이런 걸 외국에서 비싼 투어비를 주고 봐야한다는 사실도 참..

 
우리나라의 강가에서 더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다.

 
나는 반딧불이 투어의 진정한 매력은 빛나는 반딧불이를 보는 순간이 아니라,
어둑어둑해진 강가의 반짝거리는 시장과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선착장. 
아아.. 여기서 난 또 약간의 사고를 치고 만다.
 
 
난 가끔 낮에 잘 찾아 들어갔던 건물에서 밤에 나오면 돌아가는 길을 까먹거나,
전혀 새로운 장소라고 인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럴 때 얌전히 그 곳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당황하면 일단 끌리는 방향으로 걷고 본다.
 
이건 사실,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문제인데, 암파와에서도 그랬다.
멀쩡히 투어 나갔다가 분명 같은 곳이나 비슷한 곳에서 내려줬을 텐데
나는 깜깜한 밤에 전혀 다른 곳에 우리를 내려줬다고 생각하고
또, 무작정 한 방향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모르면 기다렸다가 다른 사람을 따라가기라도 했어야하는데...)

 
왜 하필  배에서 첫 번째로 내려줘 가지고.
사람들은 내가 차로 가는 방향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날 따라오기 시작했다.
어머머머..
 
 
뒤늦게 거의 시장 끝까지 가서야 응? 이 사람들이 날 왜 따라오지? 하고 놀라서
정신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저... 왜 따라오시는 거 에요? 저도 몰라요. 저는 그냥 걸었던 건데....
 
 
 
아니,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 중에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난 그냥 정신없이 걸었을 뿐. 내 덕분(?)에  다들 길을 잃을 뻔했다.
 
결국 반대방향으로 한참 돌아가고 나서야 단체로 사라진 관광객들이 걱정되어
선착장 주변을 헤매고 있던 가이드를 만나 무사히 차에 탈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혹시라도 절 보신다면 절대로 따라 오지마세요
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이 걷는 거랍니다..
 
 

 
그렇게 방콕에 도착하니, 꽤나 늦은 시간....... (죄송 또 죄송)
다들 지쳐서 방으로 겨우 돌아갈 수 있었다.
 

 이 날 밤은 마치,
소풍가기 전 날의 아이처럼, 나는 샤워를 하고도 좀처럼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내일은 드디어 논이 아유타야 사원 가이드를 해주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
 
 
 
토요일인 내일은 아유타야 관광
일요일은 방파인 별궁 구경
 
 
 
논네 기숙사 근처에서 하룻밤 숙박하기로 했기 때문에 간단한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그러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얼굴에 팩 한장 붙이고 겨우 잠을 청 할 수 있었다.
 
 
 
To be continue.....
 
 
 
짬짬이 시간 될 때마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데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좋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처음으로 꾸준하게 여행기를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3 Comments
주경야독 2012.02.17 16:50  
태사랑 원래 로그인 잘 안하고 보는데 수시로 로긴하게 만드시내요 ㅋㅋ
저는 수상시장 가볼지 말지 아직 고민중이라는... ㅎㅎ
다음것도 언능 비번 풀어주삼~^^
영맨영발 2012.02.21 11:51  
진짜 재밌어요 귀여우셔라~ 아 저도 논이랑 친구하고싶어용 ㅋㅋㅋ
열혈쵸코 2012.02.28 02:03  
설명만으로도 암파와에서의 즐거운 추억이 떠오릅니다.
암파와에서는 먹자투어가 쵝오이지요~ ^^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