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걸 태국 생존기 시즌2: 절 따라오지 마세요.
절 따라오지 마세요.
7월 15일(금요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가 쏟아졌다.
공항에서 카오산까지 픽업해줬던 Tum과, Non으로 부터였다.
둘 다 주말에만 노는지라 이번 주말에 어떻게 서든 나와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 -_- 이놈의 인기.
내가 누굴 택했냐고? 당연히 논 이었다.
Tum은 논처럼 함께 있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잘해줘서 부담이랄까, 아님 논처럼 서로 장난치면서 놀려먹을 수 없어서 랄까.
(절대 나이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난 나이차가 꽤 나는 분들과도 잘 어울리므로..)
뭐니 뭐니 해도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은
나를 불륜의 대상으로 혹시라도 생각하면 어쩌나 싶었던 것이다.
(지금은 인정한다, 오바였음을.)
일전에, 어떤 (Out of mind)한 아저씨가 자기 친구들은 다 애인이 있다느니,
갖고 싶은 건 다 사줄 테니 놀러 가자느니 했었던
정말 기분 나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 의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여행기에 다 적지는 않았지만, Tum은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칠 정도로 내게 전화했다.
와이프에게도 내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걸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와이프가 싫어할 것 같은데...
아악 머리야. 암튼 나는 불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실제로, 한국에서부터 논과는 첫 주말에는 함께 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나는 선약을 이유로 Tum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아. 하지만, 결국 일요일 오후에는 만나러가기로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딱 저녁식사만 같이 하기로.
Tum이 번챠와 야무나를 비롯한 섬에서 만났던 다른 친구들도 함께 데리고 나온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말 약속을 확정짓고 나서 일찍부터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오늘은 여행일정 중 유일하게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암파와 수상시장에 다녀오기로 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미니밴을 타고 얼마나 갔을까? 처음 우리가 떨궈진 곳은 위험한 시장이었다.

철로 바로 옆으로 좌판을 늘어놓고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은 정말 위태위태해보였다.
하지만, 계속 감탄하기에는 부족했다.
와아...... 이런데도 있구나
띡.....
시장을 보고 딱 5분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잠깐 감탄했다.
아주 맛있는 것이 있거나 몸에 좋은 음식이 있거나,
특이한 군것질 거리가 있거나하면 모를까.
하악.. 너무 냉정한 평가였나.
절대 오해하지 마시길. 순전히 제 취향이랍니다. ^^;
등산도 등산로 입구의 맛 집에서 밥 먹기 위해서 가는 사람이므로...
기차가 온다고 사람들이 철로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다가오는 모습을 걸작(?)을 남기겠다는 (남는 건 사진이라는) 일념으로 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몸이 뒤로 확 당겨졌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기차가 코앞을 슥- 헉. 나 죽을 뻔한 거야?
그랬다. 다리는 철로 밖에 있되 상반신은 기차를 정면으로 찍겠다며 철로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백미러에 쓰여 있는 그 문구가 떠오른다.
보이는 것보다 실제는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였던가....? 바보같이 사진 찍다가 치여 죽었다고 대서특필될 뻔했다.
잡아당겨준 할머니에게 눈빛으로 진심을 담은 무한 감사의 뜻을 전하며,
컵쿤 카 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그렇게 시장 구경을 마치고 우리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암파와 수상시장.

오오. 이곳은 만족만족. 그래, 내가 원했던 시장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시장을 활보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물건을 팔기위한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활기 가 느껴지는 그런 곳.
한국의 전통 시장처럼 정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
내가 다른 나라에 와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 다채로운 볼거리.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들.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배고플 시간에 도착했던지라,
길가에 늘어진 노점에서 해산물 바비큐(가리비, 게, 새우등을 판매)를 먼저 먹고 구경하기로 했다.
모든 식후경.

생각보다 굉장히 의자와 테이블이 낮아서 불편했지만,
이것마저도 이곳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묘미가 아닌가.
(다만, 다리가 긴 남성분들은 정말 불편하실 것 같아요. 저는 숏 다리라 그나마 감수할 수 있었답니다)
음식을 주문하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좀 있었다.
하필이면 따로 주는 메뉴판이 아예 없는 곳을 택해서 앉았던 것이다.
게다가 주인 분들께서 기본적인 영어조차 일절 못하셨다.
결국 손짓. 손가락 짓.
바디랭귀지야 말로 만국 공용어가 아니었던가.
저거. 저거...
의사소통과정에서 문제가 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원하던 재료들로 주문 성공.
주문과 동시에 구워주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익어가는 재료들을 보면서 침이 가득고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했던 메뉴는 왕새우, 꽃게(같이 생긴 노멀한 게), 이상하게 생긴 게. 가리비 구이였다.
맛은 Goood ~~!!!!!
살이 탱글탱글한 왕새우랑 게 특유의 내장과 살맛이 일품이었던 게 구이(not 개),
다만, 쫌 느끼한 새우를 먹고 있으려니 초장생각이 많이 났다는 거.
물티슈도 안주고, 오로지 휴지로만 닦아야 해서 손에서 비린내가 어마어마하게 났다는 거.
요거 길가에서 사먹으려면 물티슈가 필수되시겠다. 뭐, 물티슈로 닦아봐야
그 냄새가 그 냄새겠지만..
요걸 초입부터 먹은 덕분에 내 소중한 DSLR에서도 비린내가 났다.

먹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아이쇼핑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고, 카오산처럼 턱없이 비싼 값을 부르지도 않았다.
대부분 가격표도 물건 옆에 놓여있어서 가격을 보고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를 수 있어서 좋았다.
물건 값을 깎는 일은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아니던가.
나는 논에게 주려고 무당벌레모양의 귀여운 야광 핸드폰 줄을 샀다. 커플로.
1개에 35밧이었던가. 3개 정도 사면서 80밧 정도 지불했다.
아잉- 깎아줘잉 >_< ...... 하는 만행은 하지 않았고 그냥 조금 귀엽게-
피~ 피~ 조금만 깎아줘. 3개 살게 응?
귀여운 핸드폰 줄 하나에 신나가지고, 바로 내 핸드폰에 달고자했으나 -
겔럭시 텝에는 핸드폰 줄 연결고리가 없다. 엄마 나 진짜... 모자란가봐.
7달도 넘게 써왔으면서 그 걸 지금에야 깨닫다니. 핸드폰 줄 고리도 없으면서 핸드폰 줄을 사다니. -_-
역시, 상아씨는 대폭소.
돌아다니면서 우리는 끝없이 뭔가를 사먹었다.
이날 처음 사 먹어본 메추리알 후라이.
샐러드를 바닥에 조금 깔고, 그 위에 메추리알. 그 위에 케찹 조금. 꺅.
20밧이었나? 암튼 가격도 착하고, 맛도 착하고.
요건 외국 음식 잘 못 먹는 아가들도 당연하겠지만, 잘 먹을 것 같다. (나? 아가 입맛)
메추리알을 튀겨내는 과정도 신기했다.
나는 계란도 잘 못 깨는데 그 조그마한 메추리알을 톡톡 깨서
어떻게 노른자도 터트리지 않고 앞뒤로 잘 튀겨내는지.
튀기는 것도 한참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하도 그걸 유심히 보니까,
메추리알 튀기는 걸 구경하는 외국인인 나를 오히려 구경하는 현지인이 있었음....)
양쪽 길을 따라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어느덧 모일시간이 돼서 약속장소로 돌아갔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반딧불이 투어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수상시장 내에 있는 선착장에서 모두들 구명조끼를 하나씩 받아 입고는 배에 올랐다.
이제는 제법 선선해진 기온에 낮 동안 흘렸던 땀을 날려버리며 시원함과 설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멋진 광경을 만나게 되려나.
그렇게 조금씩 불을 밝히기 시작한 시장의 야경을 뒤로 한 체 배는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강가의 불 밝힌 사원과 물에 비친 모습은 정말 누가 그려놓은 듯한 한 점의 이국적인 그림 같았다.
정말, 그림이라면 내 방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레스토랑도, 수상 가옥도 모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왔다.
셔터를 눌러대는 내 손 멈출 줄 몰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배가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대부분 흔들린 사진만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어슴푸레했던 하늘이 거의 캄캄해졌을 무렵. 배는 강가의 나무들로 다가갔다. 그리고...
반짝
어둠속에서 뭔가 빛났다.
사람들은 반딧불이가 나타났다고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의 불빛을 쫒기 바빠졌다.
즐거워하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이내 마음이 좀 씁쓸해졌다.
반딧불이의 불빛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아주 간간히 나타났기 때문만도 아니다.
(어떤 한 나무에만 그 날은 반딧불이가 모여 있어서 딱.. 한 나무만 트리처럼 아름다웠다.)
그냥 어린 시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한 계곡에서 보았던 수십, 수 백 마리에 달하는 반딧불이의 가무가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내 옷에도 달라붙어 밝은 빛을 뿜어내며 날 놀라게 했던 그 귀여운 녀석도.
밤하늘의 별보다 가까이서 하늘을 수놓았던 반딧불이들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곳에 가봤자,
이렇게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이 나를 씁쓸하게 했다.
이런 걸 외국에서 비싼 투어비를 주고 봐야한다는 사실도 참..
우리나라의 강가에서 더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다.
나는 반딧불이 투어의 진정한 매력은 빛나는 반딧불이를 보는 순간이 아니라,
어둑어둑해진 강가의 반짝거리는 시장과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선착장.
아아.. 여기서 난 또 약간의 사고를 치고 만다.
난 가끔 낮에 잘 찾아 들어갔던 건물에서 밤에 나오면 돌아가는 길을 까먹거나,
전혀 새로운 장소라고 인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럴 때 얌전히 그 곳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당황하면 일단 끌리는 방향으로 걷고 본다.
이건 사실,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문제인데, 암파와에서도 또 그랬다.
멀쩡히 투어 나갔다가 분명 같은 곳이나 비슷한 곳에서 내려줬을 텐데
나는 깜깜한 밤에 전혀 다른 곳에 우리를 내려줬다고 생각하고
또, 무작정 한 방향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왜 하필 배에서 첫 번째로 내려줘 가지고.
사람들은 내가 차로 가는 방향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날 따라오기 시작했다.
어머머머..
뒤늦게 거의 시장 끝까지 가서야 응? 이 사람들이 날 왜 따라오지? 하고 놀라서
정신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저... 왜 따라오시는 거 에요? 저도 몰라요. 저는 그냥 걸었던 건데....
아니, 20명 가까이 되는 사람 중에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난 그냥 정신없이 걸었을 뿐. 내 덕분(?)에 다들 길을 잃을 뻔했다.
결국 반대방향으로 한참 돌아가고 나서야 단체로 사라진 관광객들이 걱정되어
선착장 주변을 헤매고 있던 가이드를 만나 무사히 차에 탈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혹시라도 절 보신다면 절대로 따라 오지마세요
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도 없이 걷는 거랍니다..
그렇게 방콕에 도착하니, 꽤나 늦은 시간....... (죄송 또 죄송)
다들 지쳐서 방으로 겨우 돌아갈 수 있었다.
이 날 밤은 마치,
소풍가기 전 날의 아이처럼, 나는 샤워를 하고도 좀처럼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내일은 드디어 논이 아유타야 사원 가이드를 해주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
토요일인 내일은 아유타야 관광
일요일은 방파인 별궁 구경
논네 기숙사 근처에서 하룻밤 숙박하기로 했기 때문에 간단한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도 챙겼다.
그러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얼굴에 팩 한장 붙이고 겨우 잠을 청 할 수 있었다.
To be continue.....
짬짬이 시간 될 때마다 여행기를 쓰고 있는데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좋게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