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빠이에서의 '완벽한 하루' (1)
아침에 닭 우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진다. 추....춥다... 8시반쯤 되었을까.
씻고 아침을 먹으러 나간다. 숙소 근처 바로 세븐일레븐 맞은편에 죽집이 섰다. 빈자리가 없어서 한명이 먹고 있는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방콕에 사는 태국 아줌마다. 여행중이시란다. 죽을 먹고 커피도 한잔 시켜 먹으면서 아줌마랑 얘기한다. 아줌마는 친구에게 보낼 엽서를 쓰고있다. 빠이가 너무 좋아서 매년 빠이 여행오신단다. 강가 방갈로에 묵고있다고 나보고 강가 산책 같이 하겠냔다. 그래서 따라 나섰다.
아줌마 숙소도 구경하고 강가에 앉아 멍도 좀 때리고. 날 위해 썰어주신 메론에 젖갈 같은 것도 찍어먹고;;; 전날 밤 빠이 시장에서 꽁짜로 얻은 찰밥(우리나라 약밥이랑 똑같음! ㅎㅎ)으로 간식도 먹고.아줌마는 오늘 나보고 뭐할거냐며, 같이 다니자고한다. 게다가 얘기하다보니 아줌마도 내일 매홍손으로 간단다. 우리는 매혼손 일정도 함께 하기로 한다. 날이 점차 더워져서 나는 아침에 입고 나온 긴팔 옷이 덥다. 아줌마에게 숙소에 옷갈아입으러 다녀오겠다며 나섰는데, 아무래도 바지 하나를 사야지 싶던차에 어젯밤에 봐둔 가게로 향한다. 이것저것 입어보다 보라색 바지 낙점.
엇..아줌마가 기다리실텐데... 시간이 지체됐다. 후다닥 숙소로 가 옷을 갈아입고 아줌마 숙소로 간다. 아줌마랑 같이 나와 빠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아줌마는 빠이 고수다. 모르는 길이 없다. 무..물론 빠이는 원체 쪼꼬만 마을이긴 하지만.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배가 고프다. 아줌마는 쏨땀 먹을줄 아냔다. 유명한 쏨땀집이 있다고. 쏨땀이 뭐냐고 했더니 파파야샐러드란다. 나는 라오스에서 파파야샐러드를 먹고 된통 당한적이 있어서 그 얘길 했더니 라오 스타일과 타이 스타일은 다르단다. ㅎㅎㅎㅎ
아줌마는 매년 빠이 올때마다 그 쏨땀집이 계속 문을 닫아서 못갔는데, 드디어 이번에 가게 됐다며 진짜 ‘뛸뜻이’ 기뻐했다. 쏨땀, 치킨, 찰밥을 시켜서 먹었다.
우아................ 이거 초 맛있다 어흑. 한쿡에 싸가고싶다.
점심을 먹고 나왔는데, 아줌마가 뭐할래? 그런다. 나는 갑자기 모터바이크를 타고 빠이 마을 근교로 나가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아줌마는 이미 주변은 툭툭 대절해서 다 돌아다녔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줌마와 살짝 떨어져 혼자 돌아다니고싶은 마음도 생겼다-_- 그래서 모터바이크 타고 근교 좀 가보고싶다고 했다.
아줌마랑 둘이 아야서비스로 갔다. 나는 처음 모터바이크를 몰아서 아줌마를 뒤에 태울 수 없고, 아줌마는모터바이크를 못탄다. 결국 아줌마는 숙소로 돌아가고 나는 모터바이크를 빌린다. 간크게! 생전 처음으로 혼자 모터바이크를 몰기로 결정한거다.
이 결정은 매우 급작스럽고 즉흥적인 것이었다. 그냥 아줌마랑 돌아다니다가는 아무데도 못갈것만 같은 불안감에 따른... ㅎㅎㅎ 그리하야.. 나는 용감하게 모터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생각보다 할만하다. 우선 게스트하우스 아줌마가 표시해준 1번으로 가보기로 한다. 머뱅폭포 방향이다. 가는길에 중국인 마을과 뷰포인트도 있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챠이니즈 빌리지 입구를 지나버렸다. 지도를 보니 곧장 가면 머뱅폭포다. 근데 차이니즈 빌리지 지나 뷰포인트를 먼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낑낑대며 모터바이크를 다시 돌렸다.
아... 겁나 무겁다 오토바이 ㅠㅠ 그래서 다시 차이니즈 빌리지를 지나 신나게 위로위로.. 아 이거 뭐야 계속 오르막길... 흑흑... 그래도 용기내서 죽죽 올라간다.
근데..막판에 난코스다. 뷰포인트가 저기 보이는데, 맨질맨질한 흙길로 된 가파른 오르막이다. 뭔가 모터바이크를 끌고 올라가면 못내려올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아래에 세워두고 걸어올라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자..이제 길 한켠에다가 내 모터바이크를 세워야 한다. 아... 겁나 무겁다. 꿈쩍도 않는다..
흑..모터바이크랑 버둥거리고 있는데 위에서 쌔앵~~~ 한대가 내려온다. 동양인 남자애다. 한쿡애 같아 보이진 않고... 암튼 버둥거리다가 거의 쓰러지다시피하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곤 이내 스윽 지나간다.
나는 계속 버둥거린다-_- 그런데 어느새 누가 모터바이크를 쓰윽 잡아 세운다. 저기서 내려오던 그 동양애다. 고맙게도 모터바이크를 다시 끌고 내려가기 쉽게 방향까지 바꿔서 세워준다.
와... 눈물나게 고맙다. 나는 연신 고맙다고 말하느라 뭘 물어볼 정신이 없다. 그러던 차에 걔가 먼저 묻는다. 너 어디서 왔니. 나는 한쿡. 걔는 일본이다.
하긴, 그런 크로스로 매는 디젤가방 같은것을 한쿡이나 중국 남자애는 매지 않는다. 그리고 머리스타일에다가 그 휘황찬란한 반지, 팔찍, 못걸이, 타투까지. 그래 넌 딱 일본남자애였다. ㅎㅎ 나보고 뷰포인트 올라갈거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는 갔다왔지만 같이 가잔다.
그리고 이 아이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둘이서 나란히 뷰포인트까지 걸어올라가는데, 서양 남자사람이 바이크를 타고 내려온다. 막 미끄러지고 난리다. 아... 위험해보인다.. 아마 저 사람도 바이크 초보인듯. 그에게 내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조심해!!!” ㅋㅋㅋㅋㅋ 그리곤 이내 일본애에게도 으쓱대며 말한다 “ 거봐, 위험하잖아. 나는 저기 주차했어! 잘했지~~!!’ ㅋㅋㅋ
뷰포인트에 올랐다. 입장료도 있다. 20밧. 훵한 잔디밭에 빨간 하트 나무판때기에 한자로 뭐라 써있다. 그리고 중국 전통 집 모델하우스도 있다. 그것만 있었으면 빡쳤을거다. 하지만 뷰포인트다. 발 아래로 빠이 마을 아래와 주변이 펼쳐진다. 와...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러고 있으니 일본애가 나이를 물어본다. 맞춰보라고 했더니. 스무살, 스물한살? 이런다. 훗; 내가 좀 동안이긴 하지만 스무살은 좀;; ㅋㅋㅋ 걔는 26살이라고한다. 이름은 미츠루. 내가 좋아라하는 만화 H2 작가의 이름과 같네. 얘야 나는 너보다도 훨 나이가 많다. ㅋㅋㅋ
일본애랑 나란히 사진 찍어주고 조금 더 그렇게 바람도 쐬고 아래를 내려다보다 내려간다. 일본애가 나더러 이제 어디갈거냐고 묻는다. 나는 당근 머뱅폭포다. 그랬더니 걔도 거기 간다고 같이 가쟨다. 오 감사! 모터바이크 쌩 비기너에게는 헬퍼가 필요하다-_-;;;
이윽고 바이크를 세워둔 곳에 다다르고 걔는 내가 먼저 앞에 가라고 기다린다. 나는 뒤따라갈테니 니가 먼저가는게 낫겠다고 먼저 출발하라고한다. 얼마 안가 주금의 돌길이 나타난다. 완전 통통거리며 정신없이 지나간다. 으... 무서웠다-_-.
이제 오직 내리막길만이 남았다. 내려가다 중간중간 서가며 선생님용 화장실이 따로 있는 산골 학교, 닭털뽑는 아줌마, 중국 전통식 수동풍차 등등을 구경하며 쉬엄쉬엄 중국인 마을 입구에 다다랐다. 이제 아까 내가 먼저 들어섰던 옆길로 올라갈 차례다.
일본인 애가 입구쯤 서더니, 나더러 니 바이크 여기 세워놓고 내 뒤에 타라고 한다. 나도 상식적이고 이성적으로 그게 안전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크를 세워두고 뒷자리에 홀랑 얻어탄다.
이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오... 길상태가 별로다. 중간중간 구멍이 막 패였다-_- 얻어타고 오길 진짜 잘했다. 그렇게 꽤 달렸나. 중간에 길 한번 물어보고 계속 올라간다. 드디어 폭포입구! 자동차와 바이크 몇대가 주차되어있다. 우리도 바이크를 세우고 폭포 보러!
폭포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나무, 꽃, 돌, 폭폭... 이것이 바로 태국의 숲이다!! 일본애는 모험심이 강한 애다. 바위 위로 올라가보자고 한다. 막 미끌어질 것 같다. 나도 운동신경 하나는 뒤쳐지지 않지만, 약간 각이 안나올것 같다. 미츠루가 먼저 훌쩍 올라가더니 손을 내민다. 나도 끄응차 오른다. 오르니 좀더 먼 곳까지 보인다. 폭포물이 흘러 흘러 저기까지 가는구나.
자, 모험쟁이 일본애는 좀더 숲 안쪽으로 가잔다. 신발에 진흙도 뭍이고 물도 쪼금 묻혀가며 안으로 들어간다. 이미 저 안쪽 바위들 위에 서양남자사람이 올라가있다. 일본애는 거기에 가보고 싶은 눈치다. 나는 그냥 하늘 보면서 멍때리고 싶다. 그래서 너 저기 가고싶지 혼자 갔다와 난 여기 있을게 한다.
그 애는 모험을 하러 떠나고, 나는 유유자적 폭포 가에 앉아 나무 향도 맡고, 하늘도 보고, 멍때린다. 저기 멀리서 미츠루가 손을 흔든다. 그래그래 사진 한장 찍어주고. 좀 있으니 내가 있는 쪽으로 내려온다. 우리는 이제 폭포를 내려가기로 한다. 헐... 바이크를 타러 가는데 온몸이 새빨간 서양 남자사람이 나타났다.
그....그는..... 자전거를 타고 왔던 것이다!
꺄오! 아저씨 박력있으셔!!!!!!
자... 이제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몰랐다. 우리가 그 언저리에서 밤 11시까지 놀게될줄은. 참고로 폭포를 내려가던 시간은 5시.... ㄷ ㄷ ㄷ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