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의 동남아 가출일기 #31 - 방비엥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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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의 동남아 가출일기 #31 - 방비엥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타노시미 8 3846
#. 4/27(FRI) D+33
 
0700 기상. 좀 더 자고 싶은데 아까부터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닭울음소리가 시끄러워 더 이상 잘 수가 없다.
 
0730 오늘은 날씨가 잔뜩 찌푸려 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언제 내리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하늘이다. 먼 곳으로 부터는 천둥소리도 들린다.
 
0800 아침식사. 식사쿠폰을 받아서 건너편 식당으로 갔다. 거기에는 소문대로 절경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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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볼 수 있는 방비엥의 아름다운 풍경. 아침식사 시간이 그리워지는 이유가 되었다.
 
잠시 황홀경에 빠져 있는 사이에 식사가 나와서, 식후경이라는 생각으로 식사에 집중.

0815 식사하는 사이에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천둥소리는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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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멀리부터 컴컴해지는 것이 잠시후에 내릴 폭우를 암시하고 있다.

지붕이 있는 곳으로 테이블을 옮겨 비를 즐기며 식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번엔 강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진다. 건너편의 아름다운 산은 빗속에 묻히고, 옆집 지붕의 양철판이 뜯겨져 펄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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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이는 것 보다 훨씬 심하게 비가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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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기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가 천장이 있는 곳으로 옮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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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비가 들이치자 저렇게 발을 쳐서 비를 막고자 했다.
 
식당 직원들도 이건 심하다 싶었던지, 재빨리 발을 쳐서 비와 바람을 나름대로 막아준다. 나는 모처럼 시원한 광경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나는 이 비가 지친 내 몸을 하루쯤 쉬라는 계시일까? 그래도 어떻게든 탐푸칸까지 다녀올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

0900 비가 조금 잦아들어서 숙소로 얼른 뛰어 돌아왔다. 근데 숙소로 돌아온 뒤 일분도 안되어 다시 엄청난 비가 내린다. 오늘은 정말 쉬어야 하나? 오후에라도 비가 개면 탐푸칸에는 가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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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오고 나서도 비는 다시 엄청 내리기 시작했다.

0930 이젠 천둥소리가 엄청 가깝게 들린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방비엥이 비에 떠내려가면 어떡하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까지 든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전기도 나갔다 다시 들어온다.
 
1005 빗소리가 잦아들었다. 빗소리 때문에 못들은건지 아님 그들도 나처럼 숨죽이고 기다렸던건지, 새벽에 울어대던 닭울음소리가 다시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천둥의 볼륨소리도 아주 낮아진걸 보니 비구름이 멀리 지나갔나 보다.
1035 아~~ 아니다. 비가 다시 내린다. 동네 마실이라도 나가 볼려고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데 무심한 비가 다시 오는 것이다. 진짜 오전은 포기하고(쉬고), 오후에 다시 Try할련다.

1200 비가 완전히 그쳤다. 저 건너편의 하늘은 이미 푸른 빛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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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물러가고 다시 깨끗한 경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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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물러간 거리를 한바퀴 산책함.

1215 나갈 준비를 마치고 외출. 일단 오토바이 렌트를 위해 한바퀴 둘러본 후.
1230 먼저 점심식사. 식당에서 추천한 참치볶음밥(15000K)을 맥주(10000K)와 함께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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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한 식당. 이 식당도 저녁이 되면 미국드라마를 크게 틀어놓고, 일부 술과 약에 쩔은 여행객들의 해방구가 되고 있다.

1310 오토바이 렌트(40000K/8시까지). 아침8시부터 언제 빌리든 저녁 8시까지 반납조건으로 가격은 동일하다고.
 
1330 2L 가솔린(23000K) 넣고 탐푸칸을 향해 출발. 오토바이 아저씨가 알려준 길로가니 통과세를 받지 않는 다리가 나온다. 다만 폭이 넓지 않아서 아슬아슬 지나왔다. 지금까지 이 다리로 지나다가 물로 떨어진 사람이 분명있을거야 하고 혼자 재밌는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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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세를 받지 않는 다리. 오토바이로 지날려니 조금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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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푸칸 가는 길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그냥 동네의 모습이지만, 내 눈에는 절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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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 운동장을 살짝 엿봤다.
 
1420 탐푸칸 도착(입장료 10000K). 중간에 라오청년이 근처까지 태워달라고 해서 같이 타고 왔다. 물론 내가 뒤에 탔다. ^^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블루라군에 가보니, 두명의 유러피언이 5미터 정도의 나무위에서 점프를 한다. 놀라운 척을 하며 사진을 찍으니 더 신나서 계속 뛰어내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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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에서 점프를 하는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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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고 얘기해주니 자꾸 자꾸 뛰어내린다.ㅎㅎ
 
1435 탐푸칸 등반(?). 올라가는 길이 너무 가팔라서 무척 힘이든다. 진짜 등반이다. 겨우 동굴 입구에 도착해서 아무도 없이 컴컴한 동굴에 혼자 들어가자니 꽤나 무섭다. 랜턴은 들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발을 헛딛어 떨어진다면.. 하는 걱정이 앞서 5분 정도 들어가다가 그냥 돌아 나왔다. 물론 입구에 있는 와불은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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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푸칸으로 올라가는 길. 경사가 높아서 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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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화살표 표시가 여기가 동굴입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내부에는 조명같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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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보이는 동굴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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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와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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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안에서 입구쪽을 보았을때의 모습.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약간의 공포감이 엄습해왔다.ㅠㅠ
 
1500 동굴에서 블루라군으로 돌아옴. 많은 이들이 도착하자마자 훌러덩해서 풍덩풍덩이다. 나는 첨부터 그럴 마음이 없어서 보는 걸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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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푸칸을 내려오면 보이는 불상. 관광객의 눈에는 하나의 불상이지만, 현지인들한테는 그들의 행복한 미래를 걸고 신뢰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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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이 가장 블루하게 보이는 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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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탐푸칸을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 블루라군에 수영하러 온다.
 
1525 출발. 오면서보니 라오 아이들이 물에서 수영을 하며 놀고 있다. 한국에서 갖고간 풍선을 나눠주니 좋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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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며 본 풍경. 사람이 이끄는 것도 아닌데 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알아서 집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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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수영하며 노는 라오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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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놀이무대는 강에서 머무르지 않고 나무위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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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하교하는 여학생들. 중고생 정도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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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하교하는 여학생들. 초등학생으로 보임.
 
1600 대나무다리 통과. 들어갈때 왕복으로 통과요금을 내는지 나올때는 안받는다. 아님 내가 너무 현지인처럼 보이나? 여행 한달이 넘어가니까 내 피부는 완전 동남아화 된 것 같다. 내목에 걸려있는 카메라만 없어도 아마 구분 못할거라고 혼자서 가끔 생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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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다리에서 강을 바라보며..
 
1615 숙소복귀. 오토바이는 8시까지 반납하면 되기에 아까운 생각에 숙소로 바로 왔다.
샤워후 잠깐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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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와 함께한 오토바이..
 
1700 내일 루앙프라방 이동을 위해 GH에서 Bus표 구입(11시출발, 100000K)
 
1740 오토바이 아까워 하릴없이 돌아다니다가 반납함. 주인장이 일찍왔다고 좋아하며 내일 또 오란다. 기분좋아라고 ' Sure!! ' 하고 왔다. 하지만 난 내일 이곳을 떠난다. 
 
1750 다시 숙소복귀. 배가 안고파서 숙소로 들어와 발코니의 해먹에 누워 신선놀음(요즘말로 시체놀이).
오늘은 이곳 GH의 2층 4개방에 나밖에 없다. 어젠 끝방에 라오스말을 잘하는 남자(라오스인?)가 있어서 서로 눈인사라도 했었는데, 오늘은 그마저 없다. 외롭구나..... 
그때 때마침 문자 한통... 그래도 매일 안빠지고 문자라도 보내주는 "원투콜 대리운전"에 고마움(^^)을 느낀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많이 이용해야 겠다. ^^
 
1900 허기가 느껴져 외출.
1905 저녁식사. 가까운 라오식당에서 "Ginger and Garlic with Pork"(20000K), 밥(5000K), 비어라오(10000K) 를 주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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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

1910 주문을 하고 먼저 나온 맥주를 한잔 할려는데 또 비가 쏟아진다. 희한하게 오늘은 타이밍이 좋게 내가 비맞는 일은 잘 생기지 않는다. 오토바이도 일찍 반납하길 잘한 것 같다.(혼자 즐거워 함ㅎㅎ)
비오는 자체는 좋아하지만 내가 쫄딱 맞는건 그다지다. 저녁을 다먹고 숙소에 갈때는 그쳐주기를...
 
1940 비가 그치진 않았지만 많이 잦아 들었을때 숙소로 들어왔다. 물론 오는 길에 방비엥에서의 마지막밤을 자축하기 위한 비어라오(10000K) 두 병을 손에 들고서 말이다.
 
2000 혼자만의 회식. 외로웠던 방비엥에서의 2박을 정리하고, 방비엥과의 이별과 루앙프라방에서의 기대를 위하여. 건배!!
8 Comments
서울줄리엣 2012.06.06 01:47  
ㅎㅎ원투콜 대리운전..여행기 은근 잼나요~10년전에 라오스갔다 푹 빠져서 뱅기표 버리고 방비엥에서 4달 눌러살다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풍경이랑 노는 분위기는 많이 안변했는데 방값이 장난아니게 올랐네요..다음편보러 갈께요~ㅎㅎ
타노시미 2012.06.06 23:32  
방비엥에서 4달이나 계셨었군요.. 진짜 여행자이신가 봅니다.
저는 경력이 많지 않다 보니까,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서 한 곳에서 그리 오래 머물지는 못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서울줄리엣님처럼 맘에 드는 곳에서 오랫동안 체류하고 싶은 꿈도 꾸고는 있습니다. ^^
서울줄리엣 2012.06.07 00:47  
아니요 절대 경력없던..처음 간 배낭여행이였는데 뱅기표 버렸어요^^;; 현지인 여고생이랑 너무 정들어서 비자 계속연장하면서ㅎㅎ아마 그땐 제가 좀 순수했나봐요...지금은 못해요~~~~
타노시미 2012.06.07 14:22  
여자분이시죠? (남자분인가?ㅎㅎ)
여고생이랑 정들었다는 말에 조금 헷갈리는데....ㅎㅎ
어쨋든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요..^^
서울줄리엣 2012.06.10 16:49  
ㅎㅎ동남아가서 현지여자 데리고 다니는 남자 좀 안좋게보는 여자입니당 ^^
타노시미 2012.06.10 21:03  
역시 여자분이시군요.
순수하신 마음을 잠시 오해했던 점은 죄송합니다. ㅎㅎ
너는나의봄 2012.06.25 23:18  
와우~ 사진 멋있습니다!! 저도 라오스 다음달에 가는데 빨리 가고 싶어지는 군요~^ㅡ^
타노시미 2012.07.07 20:02  
멋있게 봐주셔서 고맙네요. 다음달(이번달인가요??) 여행 즐겁게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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