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이정도면 걸어갈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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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이정도면 걸어갈만한데?

후회없는사랑 9 2791
작년 3월 중순 짧디 짧았던 일주일간의 방콕여행.
그전까지는 여행자체를 즐기는건 국내 도보여행만 해왔던지라 좀 긴장은 된다.
그래도 태국도 사람사는 동네인데 뭐 별거 있겠냐 싶었다.
정말 별거 없었다. 기대하지 말아라. 클럽따위 쳐다보지도 않는다. 한국에서도 안간다.
3월 9일부터 16일까지였으니 7박8일간의 방콕여행중 첫 4일간은 진짜 죽어라 걷기만 했다.
하루 7~8시간씩 땡볕에서 걷기만 해도 행복했었다.
뭐 여행이란게 내가 좋았으면 된거지 다른거 없는거다.
사실 초반에는 첫 자유여행의 긴장감때문에 영어도 안되고 태국어는 당연히 안되고
긴장하니까 외려 한국말이 더 안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서 이래됐던 저래됐던 말이통하던 안통하던
태사랑 방콕지도에 나와있는 도보루트를 3일만에 다 찍고 4일째에는 씨암까지 찍었다.
 
우째저째 작년 얘기를 하자는건 아니니까 대충 넘어가고, 올해 여행 썰을 풀어보자.
많은 분들이(태사랑 회원님들을 비롯해 껫하우 장기여행자들마저)
카오산(정확히 쌈센 폴게스트하우스)에서 씨암까지 어떻게 걸어가냐고
미친짓이라고들 말씀들 하신다.
그래 미친짓이다.
그래서 나도 중반까지는 그냥 판파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운하버스타고 다녔다.
올때는 가끔 에어컨 버스도 이용하고 말이다.
 
한국오기 이틀전이다.
시내 나갈일이 전혀 없었는데 전날 누님께서 카톡을 날려주신다.
지 태국여행때 나라야에서 샀던 파우치가 구멍이 숑숑 났다며 비슷한 디자인으로 하나 사오라신다.
음? 나 이틀뒤면 한국가야 되는데? 나라야는 씨얌에 있는데? 시내 갈일 없는데?
 
동생이 뭔 힘이 있나. 사오라면 염라대왕 앞에서도 살살 웃으면서 쇼부쳐서 구해야한다.
늦게 태어난게 죄인기라. 우짜겠노.개기는거보다 포기하는게 빠른걸 이미 알아버렸기에.. 간다.
힘내서 '아 죽치고 앉았으면 뭐하노, 운동삼아 마지막으로 함 걸어다녀오자!!' 해서 출발을 하게 되는데..
 
두둥!!
 
작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시간을 안재봐서 카오산-씨얌까지의 시간을 정확히는 몰랐고
체감상 약 2시간정도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 남들은 버스편 생각하고 있을때 나는 걸어갈 루트를 생각한다.
그래. 남들은 택시비 생각하고 있을때 나는 걸으며 마실 생수&맥주값을 생각한다.
 
일단 아침부터 움직여야한다는 전혀 쓸데없는 책임감으로 일어나긴한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스님들 한바퀴 도는풍경을 구경합니다.
오전 7시에 할일이 없어서 죽을 한그릇 먹습니다.
오전 8시에 샤워를 합니다.
오전 9시에 '이제 출발해야지' 하며 맥주를 한캔 홀짝합니다.
오전 9시 30분에 '드디어' 출발을 합니다.
 
나 왜 6시부터 일어나있던건데?
나도 답할수 없는 질문을 속으로 하며 일단 출발은 한다.
 
일단 걸어서 민주기념탑을 거쳐 판파 운하버스 정류장까지 간다.
여기서 급 유혹의 손길.
 
'야 한두번 가는것도 아닌데 걍 운하버스타고 가자 ㅋㅋㅋ'
vs
'니따위 마음가짐이 그렇지 뭐~ 운하버스 타던가 말던가~'
 
에이 더러워서 걸어간다.
 
그렇게 보배시장을 건너 운하 샛길로 따라가다가 철도도 직접 건너서 걸어간다.
어차피 작년에 한번 헤메이면서 갔던 길이라 막힘없이 '고고싱'이다.
 
MP3+이어폰 에 내 몸을 의지한채 정신줄 놓고 신나게 걷기를 1시간.
이제 슬슬 멘붕이 오려고 하는데..
쪼앞에 보이는 @SIAM 호텔.
호랑이 힘이 솟아난다. 또 씐나게 걷는다.
 
요기 어디? 쿠하하하핫!!
벌써 씨암 디스커버리. 1층 나라야매장. 울 누님 파우치가 존재하는곳.
시간은 10시 40분.
카오산도 아니고 쌈쎈에서 카오산거쳐 씨암까지 1시간 10분이 걸렸다.
난 2시간을 예상하고 간 거리였는데 고작 1시간을 조금 넘겼을뿐이다.
씐나게 포풍쇼핑을 한다.
그래봐야 누나 파우치 하나뿐. 날 위한 쇼핑은 없는거다.
그리고 그거 하나 사면 오늘 내 일정은 끝난거다.
 
매장 진입. 5분정도 뒤적거리는데 누님이 말한 파우치가 안보인다.
나 이대로가면 죽는단 말이다. 직원 붙들고 사진을 보여준다. 당연히 언어는 안통하지만 사진은 통한다.
올레!! 비슷한 디자인이 아직도 남아있다. 바로 겟.
1시간 10분동안 씨암까지 걸어와서 10분 쇼핑하고 모든 일정이 끝났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제 집에 가야한다. 걸어온 시간이 아깝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날 위한 쇼핑을 하러 빅C를 간다.
꿀이나 잼등이 괜찮다고 하여 둘러보는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살려면 최소 30개정도는 사야하는데.. 개당 가격이 내 한끼 식사비용을 넘어간다.
선물따위 가볍게 무시해주고 '내 몸이 선물이지' 라는 오만한 개념없는 정신을 갖게 된다.
 
빠뚜남까지 왔으니 10분만 더 걸어서 후어창에서 운하버스타고 판파까지 가야한다.
이제 지친다. 이건 아니다. 도저히 못하겠다. 다 둘러보고나니 낮 12시 반이다.
이건 찌는정도가 아니라 찜통안에 들어가서 싸우나하면서 정신줄 놓고 헬렐레 하는 기분이다.
멘붕의 순간. 빠뚜남에서 갈등하고 있는데 운하버스가 들어온다.
후어창? 거긴어디? 알게 뭐람. 일단 탄다. 가고보는거다. 고고싱.
 
판파에서 람부뜨리를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한마디씩 한다. '그건 미친짓이지'
역시 난 이래저래 미친짓을 하고 온건데..
 
 
뭐.. 그정도면 걸어갈만하지 않은가?
9 Comments
후회없는사랑 2012.04.21 05:24  
새벽녘 급작스레 방콕에서의 마지막이 생각나서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편한대로 적다보니 반말에 대한 양해의 말씀을 구하지 못했네요.

그저 별볼일없는 한 여행자의 주절거림이라고 생각하시고
부담없이 '이런놈도 있구나' 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BigBang 2012.04.21 13:28  
거리에 대한 시간감이 생기네요.. 여행길이 뭐 고생길인 게지요...
후회없는사랑 2012.04.21 18:22  
갈때는 길도 잘 알거니와 미친X 마냥 음악 흥얼거리면서 씐나게 갔기때문에
시간이 단축된것 같아요. 제가 걷는 속도가 조금 빠른데 기분 업되면 더 빨라지거든요. ^^;
걸어가실일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1시간 30분정도 잡으시면 될듯합니다.

작년엔 빠뚜남-씨암일대 둘러보고 오는데는 카오산복귀할때는
약 6~7시간정도 걸린것으로 기억합니다. ^^
곰돌이 2012.04.21 13:41  
후회없는사랑님...

참 맛깔나게  글을 쓰십니다 ^^*
후회없는사랑 2012.04.21 18:24  
새벽에 정신줄 놨다잡았다 하면서 작성한 내용이라 엉성하기 그지없는 이 글을
맛깔난다고 표현해주시다니.. 복받으실겁니다. :)

곰돌이님의 좋은 정보들 내년 여행때도 흡입해서 가겠습니다. :)
도크 2012.04.24 12:35  
후회없는 사랑님! 저희 남편하고 여행스타일이 똑같으시네요!^^
괜시리 반가워서 글씁니다. 저희도 대중교통 이용이 여의치 않으면 까짓거 걷자!
인데 너무너무 덥다고 하니 걱정은 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후회없는사랑 2012.05.21 03:07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요즘 나름 여행정보 구하러다닌다고(동유럽쪽) 태사랑 소홀히 했다가
이제사 봤습니다.

태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것 같아요.
각 지역지역은 교통수단 이용하되
근거리는 도보로 충분히 다닐만한것 같습니다. ^^
무요 2012.05.21 00:12  
넘넘 재밌게 봤네요..^^ 폭풍 쇼핑, 파우치 하나..ㅋㅋ
후회없는사랑 2012.05.21 03:09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에게는.. 어찌보면 지옥과 같은 일정.. 이었습니다만.

다녀와서 누님의 칭찬에 천국과 같은 일정.. 으로 바뀝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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