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시간여행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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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시간여행 하기

sarnia 8 3403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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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둘기호 기차가 타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비둘기호가 사라진지 오래다.
 
어디에 가면 그 기차를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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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로 다녀올만한 구간을 찾아 보았다.
 
'남똑'에 다녀오기로 했다.
 
천정에서 선풍기가 돌아가는 3등 완행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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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똑으로 가는 기차는 카테리니 행 기차보다 10 분 일찍 떠난다. 
 
떠난 후 세 시간 쯤 지나 칸차나부리 역에 도착한다.
 
 
칸차나부리 역에서는10 분 정도 정차한다.
정차하는 동안 거기에서부터 출발하는 몇 량의 외국인 전용 객차들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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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현지인들을 태운 기차를 끌고 온 기관차를 일단 분리하여 외국인 전용차량 앞에다가 연결하고,
다시 외국인 전용차량을 후진시켜 방콕에서부터 온 객차들에 연결하는 식이다.
 
기관차와 외국인 전용차량을 연결할 때 한 번, 그리고 외국인 전용차량과 일반 객차들을 연결할 때 한 번,
모두 두 번 연결작업을 하는데, 연결할 때의 충격이 상당히 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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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와 객차가 연결을 위해 서로 부딪힐 때마다
외국인 전용차량에서는 “Wow” “What the heck?” 을 비롯하여 제각기 자기 나라말로 질러대는 탄성과 비명소리가 요란하다.
그 중에는 다 부셔라 부셔하는 한국말 목소리도 어김없이 끼어있다.
 
칸차나부리 역에서 외국인 전용차량을 앞대가리에 가져다 붙이는 이유는
여기서부터 ‘The Bridge of the River Kwai”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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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차량은,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가는 100 밧 자리 이코노미 클래스
딱딱한 나무의자 위에 방석 하나씩을 깔고 앉아가는 300 밧 짜리 비즈니스 클래스로 나뉘어 진다.
외국인들은 여행 구간에 관계없이 등급에 따라 100 , 또는 300 밧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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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객차의 푹신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가는 현지인들 눈에는
푹신푹신한 의자 놔둔 채,
비싼 돈 더 내고 나무의자에 방석깔고 앉아 가는 꼴이 약간 이상하고 의아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외국인 전용차량은 칸차나부리에서 남똑까지 갔다가 다시 칸차나부리 역에 돌아오면,
기관차에서 분리되어 칸차나부리 역에 홀로 쓸쓸히 남겨진다.
 
기관차는 현지인들을 태운 일반객차들만을 데리고
구슬픈 기적소리와 함께 다시 방콕을 향해 출발한다.
 
많지는 않지만, 방콕까지 가는 외국인들은
칸차나부리 역에서부터 일반객차로 옮겨타야 여행을 계속할 수 있다.
멍청하게 자리에 그냥 앉아 있다가는
기관차 떠난 객차에 홀로 남아 새가 되는 수가 있다.
싸르니아는 아예 남똑 역에서부터 일반객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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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똑에서 방콕까지는 다섯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에어컨이 없어도 생각보단 덥지 않다.
지루하지도 않다.
하루종일 초롱초롱한 눈으로 재미있게 기차여행을 했다.
 
기차 안에서 '홍익회' 이모가 파는 도시락과 과일을 사 먹었다.
고구마 과자도 한 봉지 샀다.
태국 고구마 과자는 등고선 무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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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들은,
엄청나게 키가 큰 바나나나무와 옥수수나무들
 
그리고,,
방콕에 가까워지면서부터 철길 양 옆으로 늘어선,,,
정말 차창 밖으로 손을 뻗으면 닿는 (닿을듯한-이 아니고) 거리에 있는
기차길옆 오막살이 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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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철도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9 만 여 명의 동남아시아인들의 넋을 구천에 남겨둔 채,,
내가 이 연합군 묘지에 먼저 참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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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핫산왕자 2012.11.04 11:44  
흐흐~ 비지니스석... 뒤로 졎혀지지 않는 고정식시트~

國民學生때 부모님과 여름방학이면 장항선타고 해수욕장으로 갈때

홍익회(弘益會)아자씨들이 비좁은 통로에 수레(?)를 끌고 다니며 계란.김밥.아이스크림을

팔던 추억(追憶)속  그시절(時節)이 그립구만요~^^*
sarnia 2012.11.04 12:22  
나도 어렸을 때 장항선타고 대천해수욕장을,,, 지금은 장항선이 용산에서 출발하던데 그때는 서울역에서 출발했다우. 특급 (후에 통일호로 개명)은 영등포 한 번 서고 수원 천안 예산 수덕사 홍성 대천 .... 계속 가면 서천 비인 장항 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어렸을 때 혼자 기차 여행하는 거 좋아했어서 열차 등급별로 정차하는 역 이름들을 모두 외울 정도였지요.

통일호라는 건 원래 경부선 특급 이름이고, 경부선 특급 중에서 밤 11 시에 출발하는 밤차 이름은 은하호. 호남선은 풍년호, 근데 장항선 특급은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톤부리에서 남똑가는 기차는 파란색이던데, 비둘기호도 파란색이긴 했지만 원래 완행 (비둘기라는 이름 붙기 전)은 팥죽색..
무한지대 2012.11.04 11:54  
저도 이기차 투어로 서너번 타 봤는데 관광아니면 추억에 젖어서나 탈까 너무 노후됐더라구요.
그래도 외국인들은 좋다고 타던데,,,
sarnia 2012.11.04 12:26  
전 외국인 전용객차보단 일반객차 의자가 편하더라고요. 월씬 낡긴 했지만 그래도 쿠션이 있는 좌석이 대부분이라서......
선풍기는 시끄러워서 꺼 버렸지요. 팬이 커버에 닿아서 생기는 소음같던데 금방 고칠 수 있는데..
아란야프랏떼 갈 때 더울까봐 버스타고 갔는데, 기차탈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삶을 여행처럼 2012.11.04 21:37  
sarnia님  노래도 너무좋고  사진도 너무좋네요
작년에 갔던 칸차나부리 기차를보니 떠나고싶어요

우리직원이 올해 목사인 남편을 따라 칸차나부리로 선교이만을 갔는데
보고싶네요

밖에는 겨울을 제촉하는 가을비가 내리네요 ㅠㅠ

참 닉네임을 바꾸어서 기억하실라나(바다연꽃)
sarnia 2012.11.05 01:29  
아, 바다연꽃님,, 기억하구말구요.
언젠가 '같은 세대의 동질감'을 말씀해 주신 분 아니신가요?

저 기차여행은 제가 캄보디아 중세유적군에서 느꼈던 '놀라움'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의미있는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
죽음의 철도를 보려고 저 기차를 탄 게 아니라 저 기차를 타고 가다보니까 그 곳을 지나게 된 거구요.

여기는 겨울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오는 게 아나라,, 벌써 온 새상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
CB걸면D져 2012.11.05 09:56  
베트남 북부에 사파 지역을 야간열차 타고 간적이 있었는데....(베트남 열차나 태국 열차나 비슷하고마요).
사파행 외국관광객 특급열차라지만 울나라 1970년대 비둘기호 처럼 세월아 네월아... 덜커덩~ 덜커덩~ 삐그덕~ 찌그덕~ 흔들흔들~ ... -,,-
본문에 사진을 보니 다시 가고픈 열차여행..... 기차여행의 아련한 추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sarnia 2012.11.05 11:45  
작년에는 중앙선 무궁화호를, 재작년에는 경전선 무궁화호를 타고 여행을 했는데,
올해는 한국에서 기차여행을 못 했네요. KTX 탄 거 외 에는......
뭐, 무궁화호가 아무리 고물이라도 자동문에 에어컨 빵빵하니 옛날 기분 날리는 없는거고
......

그럼 저도 베트남에서 기차를 타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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