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크라비-시밀란 일가족 여행기(9) - 크라비 에메랄드풀과 핫스트림
크라비 셋째날. 날씨는 어제와 같다...아니 조금 더 비가 많이 내렸다...
하늘도 잔뜩 흐렸고, 투어 가는 길에 간간이 폭우를 만나기도...자동차 안이라 괜찮았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에메랄드풀과 핫스트림(온천)이다.
여기는 입장료가 좀 비싸고, 거리가 멀어서인지 전일 투어 가격이 좀 비싸다. (1200밧) 에메랄드 풀과 핫스트림 다녀와서 밥 먹고 오후엔 크라비타운 근처 타이거템플을 들러오는 코스인데, 절벽 위에 세워진 사원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시원스럽긴 한데 무려 12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투어 예약할 때 숙소 아주머니께 우리 가족은 에메랄드풀과 핫스트림만 가서 실컷 놀다오고 싶은데 택시를 하루 전세내서 가면 가격이 어떻게 되느냐고 했더니 2200밧 정도 부를 거라고 하신다. 에메랄드풀 입장료가 인당 200밧인데다가 핫스트림 입장료(50밧이었나?)도 있으니 점심식사까지 생각하면 3000밧 정도가 된다. 오토바이를 타는 돌아다니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자동차도 렌탈하는 데가 있다는데(2000밧 정도?) 남편이 국제면허증을 챙겨오긴 했는데 길도 잘 모르는 외국 시골길에서 먼 길 운전하고 싶지 않단다. 나도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냥 투어로 가야겠다 싶어 우리는 타이거템플은 안 가고 싶다고 했더니 에메랄드 풀과 핫스트림만 다녀오는 반일투어도 가능하단다. 가격은 800밧. 점심은 제외. 코끼리 트레킹이나 카약 같은 것을 오후에 집어넣어 내가 원하는 맞춤 전일투어를 짜는 것도 가능한데 우린 그냥 반일만 다녀오고 타운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 개인적 견해이긴 한데, 태국 관광사업에서 코끼리들이 이용되는 과정에 너무 혹사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를 접한 이후로 코끼리를 이용한 트레킹이나 공연 등은 피하고 있다. 남편은 오히려 그것이 태국 코끼리가 보존되는 길일 수도 있다고 반박하긴 하지만 굳이 그런 투어나 공연을 보자고 하진 않는다.
어쨌든 이날도 투어가 끝나고 돌아오는 썽태우 안에서 이 문제로 부부간에 열띤 토론(말다툼 비스무리한?)이 벌어지긴 했다. 딸아이는 아빠 말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거 같다는 나름의 견해를 밝히더군...배신녀.

아침 8시 반쯤 온다던 픽업차량이 9시가 다 되어서야 왔다.
그래도 길거리에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숙소 아주머니께서 전화로 체크해 주시니 불안하지 않아 좋다. 차에 타서 50여분 정도 달리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정말 올해는 날씨가 좀 수상하다. 다행히 계속 내리는 비는 아니고 내렸다 그쳤다 하다가 점차 갠다.
에메랄드 풀에 도착하여 남편과 아이는 물놀이를 하고 나는 나무데크로 된 길을 따라 무성한 숲 사이로 20여분쯤 더 걸어 올라간다. 블루풀을 보기 위해서다. 에메랄드풀은 말 그대로 연초록색 에메랄드 빛의 얕은 풀(그래도 여자어른 가슴 정도의 깊이)이고, 바닥이 굵은 모래로 되어 있어 물놀이가 가능하다. 블루풀은 에메랄드풀에서 20여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데 에메랄드 풀보다 작고 바닥이 모래가 아니어서 수영이 불가하다. 깊이는 그다지 깊어보이지 않은데 확실치는 않다.
물 색깔이 정말 파랗다. 우리가 보통 파란 하늘, 파란 바다...이렇게 얘기하는 파란색이 아니라 진짜 인쇄할 때 말하는 파란색, 사이언(C)의 색감을 가지고 있어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곳을 구경하러 온 현지인 관광객들이 자꾸 손뼉을 친다. 지하에서 물이 샘솟는지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데 손뼉을 치면 더 많이 올라온단다. 내가 보기엔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투어로 오면 에메랄드 풀에서 1시간 조금 넘게 머무르는데, 블루풀에 다녀오는 데만 40분 정도 소요되니 물놀이를 포기하지않고는 다녀오기 힘들다. 지난번에 블루풀을 직접 못본 게 아쉬웠던 나는 물놀이는 접고 그냥 블루풀 먼저 다녀왔다. 이곳은 그냥 하루 코스로 투어를 개발하여 여유있게 물놀이도 하고 삼림욕도 하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난번에도 했는데 나 같은 손님이 많지 않은가 보다. 그런 상품이 안 나온 걸 보면....
자연보호나 이런 것 때문에 공원 내에서 식사가 안 되어 그러기가 힘든 걸까? 뭔가 이유가 있긴 하겠는데 좀 아쉬운 건 사실이다. 먼 길 달려와서 한 시간 남짓 물놀이만 하고 가기엔 아까운 곳이다. 특히 나처럼 숲속을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에메랄드풀에서 나와 차로 조금만 가면 핫스트림이 나온다. 이 근방에 온천이 많은 모양이다. 크라비타운에서 한 50여 킬로 떨어진 바닷가 지역에 해수온천(SALT SPRING, 남푸런깸)도 있다는데 거리도 멀고, 온천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해서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찾아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