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크라비-시밀란 일가족 여행기(10) - 크라비타운의 상징 카오 카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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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크라비-시밀란 일가족 여행기(10) - 크라비타운의 상징 카오 카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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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풀에서 돌아온 후에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시내 부두(짜오파 피어)로 갔다.
항상 그 근처를 지나면 긴꼬리배를 타고 망그로브 숲을 둘러보라는 호객꾼들이 있는데 오늘 한번 타보기로 한 것이다. 보통 1시간에 500밧을 부르는데 날씨도 궂고 손님도 없어서인지 처음부터 400밧을 부른다. 호객꾼도 많지 않고 딱 한명 뿐이다. 혹시나 싶어 300밧을 불러봤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원래 500밧인데 400밧에 해주는 거라며...
 
크라비타운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가 카오 카납남이라는 바위산이다. 타운 곁을 흐르는 강 옆으로 우뚝 솟은 두 개의 바위산. 말의 귀가 쫑긋 세워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마이산이랑도 비슷하다. 짜오파 선착장에서 긴꼬리배를 타고 먼저 이 카오 카납남으로 간다. 우리는 그냥 곁을 휙 지나갈 줄 알았는데 배에서 내려 둘러보란다. 내려보니 입장료(20밧)도 내야 한다. 알고보니 그곳에 커다란 석회암 동굴이 있었다. 예전에 원시인들이 살았던 곳으로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석회암 동굴처럼 좁고 꼬불꼬불한 지하 동굴이 아니라 평지에서 우뚝 솟은 거대한 석회암 절벽 위에 뻥 뚫린 커다란 동굴이 있다. 작년에 했던 투어 중에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을 지나 석회암 동굴지대를 돌아보는 것이 있었는데 그때 원시인들이 그린 그림이 남아 있는 동굴을 가 본 적이 있다. (Tum Pi Hua Toh-발음은 잘 모르겠다...탐 피 후아 토?) 그때 가본 동굴과 카오 카납남 동굴이 매우 흡사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그런 그림은 없고 그때 본 동굴 그림의 복사본이나 모형 원시인 상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컴컴한 구석에 불쑥 서 있어서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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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굴 높은 천장 여기저기서 계속 찌익찌익 하는 새된 소리가 들린다. 무엇이겠는가....맞다.. 박쥐다. 한두 마리의 소리가 아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진다. 수많은 박쥐들이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거리고 있다는 것을...동굴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조용히 돌아나왔다.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하던 바위산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특히 아이들 있는 가족은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타운에서 멀지도 않고 바로 눈앞에 있으니 말이다. 공부도 되고..
 
다시 배를 타고 강을 달린다. 여기저기 맹그로브 숲 사이로 좁은 수로들이 나 있는 곳을 가리키며 아저씨가 길이 좁고 물이 얕아 배가 못 들어간다고 한다. 아마 내가 무척 들어가보고 싶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나 보다. 급할 거 뭐 있나... 천천히 달리는 배에 앉아 맹그로브 숲 사이에서 깩깩대는 원숭이도 보고 물새도 보고....그런데 대박, 진짜 독수리를 보았다. 정말 하얀 머리에 밝은 갈색 날개를 한 독수리. 그 독수리가 하늘을 날다가 내려앉아 물고기를 채 올렸다. 색깔이 생생하게 보일 정도니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다. 매일 TV 동물의 왕국에서만 보았었는데.....
 
쭉 강을 달리다가 강가에 수상가옥처럼 지어진 레스토랑에 들른다. 호객할 때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고 양식하는 물고기에게 먹이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냥 배만 타겠다고 했었던 터였다. 그런데 모른척하고 아저씨가 잠깐만 내렸다 가라고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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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그냥 간단하게 음료수라도 마실까” 하는 걸 내가 말렸다. 분명 난 이런 거 안 한다고 했는데 말이지...그런데 딱 우리 딸아이 또래처럼 보이는 소년이 웃으며 다가온다. 손에는 플라스틱 바스켓이 들려있다. 배를 대는 곳에 격자모양으로 양식장이 만들어져 있고 칸칸이 물고기들이 들어있는데 먹이를 주라는 것이다. 우리가 멀뚱멀뚱 보고 있으니 자기가 먹이용 물고기를 뿌린다. 탁한 물속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갑자기 1m는 됨직한 고기가 나타나 꿀꺽 먹이를 삼킨다. 조용히 나타나는 놈들도 있고, 푸다닥거리며 사람을 놀래키는 놈들도 있다. 아이구, 깜짝이야...
그러더니 이번엔 매미채 같은 그물망으로 복어 한 마리를 잡아올린다. 조용히 뻐끔거리는 놈을 살살 약올리니....상상하시는 대로 복어가 빵 부풀면서 가시를 세운다.
 
이쯤 되니 예의상 웃어주는 것도 지치고 슬슬 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할 무렵, 어디론가 사라졌던 아저씨가 나타난다. 냉큼 배에 올라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냥 가기 불편하다. 남편이 뱃사공아저씨에게 묻자 소년에게 팁을 50밧 정도 주라고 했단다. 물고기 먹이 값이겠지. 그런데 우리 지갑엔 마침 고액권과 40밧밖에 없어서 그냥 40밧만 주었다.
 
이쯤해서 투어(?)를 마치고 다시 짜오파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혹시 나중에라도 자세한 정보(크라비 강의 지리나 믿을만한 가이드, 뱃사공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만 있다면 2-3시간 정도 배를 빌려 강을 따라 상류로 쭉 올라가본다든지, 복잡한 맹그로브 숲 사이 수로를 찬찬히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늘 저녁식사는 오랜만에 강변 야시장에서 먹었다. 작년에는 항상 저녁을 이곳에서 먹었는데 이번엔 주말시장에 가서 노느라 이곳에 올 틈이 없었다. 여러 식당 중 자주 찾던 식당을 찾아 앉았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태국어 메뉴를 가져다 주시는 종업원 오빠. 내가 슬쩍 일어나 영어메뉴로 바꿔 왔더니 씩 웃으며 쏘리~그런다. 뭐, 미안할 것까지야....이건 100% 우리 남편 때문이야. 고럼.
그런데 일년 사이 음식 양이 마이 줄었다. 원래도 많이 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좀 심하던 걸. 외국인 관광객 손님이 많아지면서 여기도 관광지식당화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살짝 불안한 느낌도...아니면 단순히 내가 배가 많이 고픈 탓일까??
 
식사 후에 간만에 마사지를 받아보겠다고 숍을 3군데 찾아갔으나 모두 허탕. 한군데는 일찍 닫는다 하고(8시 조금 넘었는데..) 한 군데는 손님이 많아서 아예 안 된다 하고(손님이 많았다기 보다 숍 자체가 워낙 작은 곳이었다), 마지막 한 군데는 30분 넘게 기다리라고 하는데 마사지 끝나고 나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고 나왔다.(하지만 다음날도 역시 실패했다!) 짜오파 거리쪽으로 마사지 숍이 한두 군데 더 있는 것은 알고 있는데 평들이 안 좋아 그냥 가보지도 않았다. 피곤하기도 했고...
 
크라비 타운의 마사지 숍들은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이고, 카오산이나 푸켓처럼 밤늦게까지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 손님들이 투어를 나갔다가 비슷한 저녁시간에 마사지를 받으러 몰리니까 요즘 같은 하이시즌에 기다리지 않고 마사지 받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특히 전세버스가 인도나 말레이시아 단체 손님을 태우고 오는 것을 여러 번 봤는데(크라비도 드디어 단체여행의 목적지가 되어가는구나!!), 이 단체여행객들 중에 마사지를 예약해서 가이드와 함께 바우처를 들고 오는 손님이 있으면 계속 기다렸던 우리 같은 손님은 순번이 뒤로 밀리기도 한다.(마지막 숍에서 우리가 그렇게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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