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딱서니 부부의 도둑여행] 정글의 법칙 in Chiang Mai (제2편)

<정글의 법칙 in 치앙마이편>
이쯤에서 우리 투어인원을 정리하자면~
국적은 프랑스, 잉글랜드, 대한민국 요렇고... 총인원은 14명!
프랑스인이 압도적으로 많아,
우린 치앙마이 산속이 아닌 몽마르뜨 언덕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방팔방에서 들리는 울라라멸치볶음샹송싸빠봉~
그룹1. 프렌즈(프랑스인 남1+여2)
스물두살 나이답게 상콤발랄한 처자 2명과
멋모르고 트레킹 따라와 짐꾼 노릇하며 투어 내내 그 둘을 죽일 듯 노려보던 청년 1명ㅋㅋ
그룹2. 나홀로족(영국인 청년, 영국인 할아버지, 프랑스인 아저씨)
의대생이라는 영국청년은 프랑스 처자 중 한명에게 열심히 작업 거는 듯 보였으나 결국은 실패했고
할아버지랑 아저씬 묵묵히 산만 열심히 타심~
그룹3. 파리지엥 대가족(할머니, 두 자매, 손자커플, 손녀1)
특히 손자커플은 완전 가제트형사를 연상케 하는 핫 레어아이템을 온몸에 장착하고 등장!
지퍼 하나로 긴바지에서 반바지로 변신하는 멀티팬츠, 조난구조용 후레쉬, 모기퇴치밴드&양말 등등....
그때까지만 해도 해맑해맑하며 아이템 자랑 및 사진찍기에 여념없던 그 커플은 트레킹이 계속되면서
결국은 ‘쏘 테러블’을 외쳤다는 후문이...ㅋㅋㅋ
38도에 육박하는 숨막히는 날씨에 그늘도 생각보다 없고 길까지 경사지고 험난해서
잠깐 딴생각하다 발이라도 헛딛으면 바로 이승과 안녕하고 요단강 건널 수 있는
젊은 사람들도 웬만큼 체력이 받쳐주지 않고선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만큼 만만치 않은 코스...
사람들이 점점 지치자,
가이드 암낫이 중간중간 쉬면서 페이스 조절도 해주고 짐까지 대신 짊어져주기도 했고,
가이드 암낫이 중간중간 쉬면서 페이스 조절도 해주고 짐까지 대신 짊어져주기도 했고,
<?xml:namespace prefix = o />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불러주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고
난코스에선 "웰컴투헬"이라며 장난도 치고
누군가의 운동화를 가리키면서
"헤이~ just do it! 나이키 정신 한번 발휘해보라구~"
이렇게 토닥거리며 팀을 잘 끌고 가줬다. 진짜 나이스 가이!
그럼에도 대가족 중 연세가 젤 많으신 할머닌 심장에 무리가 오셔서 거의 한시간 이상 뒤처지셨다는...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울 할머니 생각이 나서 주변 나뭇가지를 주워 대충 길이를 맞춘 뒤
손자한테 할머니께 지팡이로 쓰시라고 전해달라며 맡겨두고
우린 또다시 선발대와 정상을 향해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다.

암튼 할머니께서 나중에 고산족 마을 도착하셔서 어찌나 고마워하시던지.... 쵸큼 민망했음^^;
다행히 도움이 됐는지 다음날 또 쓰시려고 숙소 안까지 지팡이 가져다 가방 옆에 묶어두셨다.
세시간 가까이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또 오르고 나니
시야에 들어온 라후족 마을~
평소 운동이라곤 숨쉬기운동이 전부이며 동네 뒷산은커녕 2층 이상만 돼도 엘레베이터로 올라가는 저질체력인 내가
그 무시무시한 트레킹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단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ㅠㅠ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 트레킹이야말로 돈주고 사서한 고생이었다며 돼지의 온갖 구박과 질타를 견뎌내야 했다.
나도 이럴 줄 몰랐다고오오옹오오오오~~~~~~~~~~~~~~~~~
근데 막상 정상에 도착해서 보니~
막힐 것 없이 탁 트인 풍경에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기분도 들고
풀냄새 섞인 공기도 달콤했고
얼굴을 스쳐가며 땀을 식혀주는 산바람도 상쾌하고

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라후족 집도 나름 운치있고
대학 MT 이후로 방 하나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잔것도 오랜만이라 회춘한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몰과 일출도 느무느무느무 환상적이다!
산이라 그런지 금방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둑어둑해진다.
다들 도착해서 샤워후 땀에 절은 옷을 갈아입고 쉬는데...
주방 한켠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며 코를 자극한다.
우리는 합격자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초조하게 식사시간을 기다렸다.
촛불로 밝힌 거실에 하나둘 접시가 놓여지고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소리
"밥먹자~"

삼계탕 맛이 나는 쌀국수와 닭가슴살마늘쫑볶음밥이 전부였는데
이 조촐했던 식사가 치앙마이에서의 가장 맛있고, 즐겁고, 행복했던 성찬이었다!
가이드한테 "맛있다"를 백만번쯤 남발하고 "굿쉐프"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줬더니
어깨를 으쓱한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밥 먹는데 테이블 밑으로 욘석이 기어들어와 자꾸 밥달라고 발가락을 핥아댄다.ㅋㅋ
식사를 마치고 오순도순 모여앉아 한국말도 가르쳐주고 007빵 알려줘서 게임도 같이 하고
나중엔 가이드가 내주는 성냥개비 퀴즈도 맞췄다.
기억나는 거 몇개만 적어보면....
문제1. 정삼각형(△)에 성냥개비 3개를 추가하여 정삼각형 4개 만들기
문제2. 두개의 산이(△△) 있는데 성냥개비 1개를 움직여 4개의 산 만들기
문제3. 성냥개비 12개로 만들어진 3개의 정사각형(◇◇◇)에서 성냥개비 4개만 움직여서 똑같은 크기의 정사각형 8개 만들기
문제4. 성냥개비 딱 하나만 움직여서 이 등식을 성립시키기. ⅲ-ⅰ=ⅵ (로마자 3-1=6)
어렵다... 어렵다... 어렵다...
화석처럼 굳어버린 대뇌를 원망하며 자책 중이던 찰라,
고산족 아이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합창단 대열로 서더니
민요 비스무리한 노래 부르며 깜찍한 율동을 시작~
다들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드는 순간
노래를 끝마친 아이들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우리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대.치.상.황.이.다.
순간 흐르는 적막과 바로 뒤따라 들어온 어색하고 불안한 기운....
잠시 후 팁박스가 돌고 거기에 팁을 넣으니까 다 일어나서 나가더라는^^;
그 이후 급 피로를 느낀 사람들도 슬슬 잘 준비를 하고
우리 둘은 조용히 나와
집앞 기다란 벤치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누웠다.
막 연애를 시작한 풋내기커플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
별빛이 폭죽처럼 쏟아지는 밤하늘을 지붕삼아 싱하 한 캔씩 마시며
양정승의 ‘밤하늘을 별을’ 흥얼거리던 그 밤을 평생 잊지 못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