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태국2 - 아유타야, 폐허가 주는 평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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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태국2 - 아유타야, 폐허가 주는 평온함

나동피스 9 2675

아유타야에서 1박을 계획했다. 보통 여행사 상품으로 당일치기를 많이 하던데 그렇게 간단히 둘러보고 오기보다는 좀 자세히 보고 싶었다. 역사 속에 남겨진 그들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고고학적 취향과 호기심도 있었고... 오래된 것들은 다 그 나름대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생각 때문에. 긴 시간의 흔적이 남겨진 곳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다른 삶의 조각들을 드러내보인다.  


아유타야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같은 도시다. 굳이 입장료 내고 들어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유적을 볼 수 있다. 집 앞마당에  떡하니 탑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언젠가는 사람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뿜어내고,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긴 세월을 보냈을 것들이 지금은 다만 흔적으로 남았을 뿐이다. 무엇인가를 읽어내려 한다. 의미를 부여한다. 전날 타이 국립박물관에 들린 것은 아유타야를 대비한 사전학습이었다. 아유타야는 한국으로 치면 조선 전기에서 중기 정도 사이에 존재했던 왕국이다.  


아유타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고, 흔히 추천하는대로 왓라차부라나부터 돌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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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라차부라나.


첫번째 태국여행이 끝났던 이년전.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한 권 사 읽었다. 동남아시아는 대체로 농작물이 풍부해 먹을 것 때문에 전쟁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온갖 이유로 전쟁을 했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주도권을 바꿔가며 영토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중국과 인도 때문에 크게 밖으로는 뻗어가지 않았다. 캄보디아인들이 크메르제국의 영광을 생각하듯, 태국인들은 수코타이나 아유타야를 떠올릴지 모른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그렇고, 한국과 중국과 일본이 그렇듯 이들도 서로 서로 안좋은 역사적 경험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한 편으로는 누구든 역사의 전성기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싶어한다. 어쨌거나 지금은 버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이 서로 서로 이웃하며 살아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사원은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혀 한없이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슬픔이나 비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웅장한 건축물은 대개 어떤 욕망의 결집이 극대화되는 시기에 지어지고, 정점에 이른 권력은 또 다른 욕망에 의해 쇠락한다. 권력을 상징하던 것들도 운명을 함께 한다. 그리고 남겨진 흔적들은 모든 희노애락을 겪고 이제는 다만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노파처럼 애틋하지만 평온하다. 여기서는 더 이상 싸울 일이 없다. 오르지 못할 욕망 때문에 괴로워할 일도 없고, 쇠락의 고통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영광 또한 없다. 그저 흔적이 있다. 바로 그 흔적 위로 노을이 지고 해가진다. 사위어가는 빛이 마지막 힘을 다해 사원을 비춘다. 다양한 빛깔로 사원은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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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나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되어본다. 해가 완전히 지고 실루엣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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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Comments
빠이깐마이 2013.05.08 13:33  
폐허속의 평온..딱 맞는 제목이네요..멋진사진 잘 봤습니다..설정(?)또한 멋 집니다..ㅋ
부럽기만 할 따름이네요..ㅜㅜ  ㅈㅈ ㅓ
                                              ㅂ .
나동피스 2013.05.09 03:22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편안하더군요. ^^ 님에게도 언젠가 기회가 오겠죠.
참새하루 2013.05.10 08:29  
짧은 한편의 수필을 보는듯한 필력이십니다

아유타야는 당일치기 팩키지보다는 유유자적한 감상이 어울리는 곳이지요

저도 몇해전 아유타야를 방문한적이 있는데

불현듯 그립네요 다시 가볼수 있을라나...
나동피스 2013.05.13 22:38  
그 때 기분을 생각하며 쓰다보니^^ 앙코르 왓이 가고싶어지네요.
노마의봄 2013.05.17 01:24  
참새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평심 2013.05.12 07:17  
저는 이곳에서 4박 했는데, 석양에 물드는 폐허속에 있는것이 넘 좋았어요
ㅡ쫑ㅡ 2013.05.13 04:15  
지난주에 방콕에서 치앙마이 올라올때 잠시 머물렀는데
번잡스런 방콕있다와 그런지 고요함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더라구요

사진 잘봤습니다^^
나동피스 2013.05.13 22:39  
유유자적 머무르기 좋은 곳인 듯 합니다. 사람도 많지 않고...
흑맥주JJang 2017.07.24 20:43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사원은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혀 한없이 평온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슬픔이나 비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웅장한 건축물은 대개 어떤 욕망의 결집이 극대화되는 시기에 지어지고, 정점에 이른 권력은 또 다른 욕망에 의해 쇠락한다. 권력을 상징하던 것들도 운명을 함께 한다. 그리고 남겨진 흔적들은 모든 희노애락을 겪고 이제는 다만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노파처럼 애틋하지만 평온하다. 여기서는 더 이상 싸울 일이 없다. 오르지 못할 욕망 때문에 괴로워할 일도 없고, 쇠락의 고통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영광 또한 없다. 그저 흔적이 있다. 바로 그 흔적 위로 노을이 지고 해가진다. 사위어가는 빛이 마지막 힘을 다해 사원을 비춘다. 다양한 빛깔로 사원은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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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실린 압도적인 무게감에 대하여 감히 무어라 언급도 못하겠네요.
이렇게 멋진 글에 댓글이 별로 없는것도..이상하고요..
철학이 없는 나라와 가정과 개인은 망한다고 봅니다..
태국여행의 1순위로 아유타야를 준비하는 여행준비객의 입장에서
더더욱 아유타야를 가야 하는 목적이 확실해 졌습니다..라는 말 밖에..ㅠㅠ
그저 감탄하고 갑니다.
십년을 벼르고 있었던 아유타야..무슨일이 있더라도 올해는 꼭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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