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떠난 부부여행(2편 조용한 휴양도시 후아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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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떠난 부부여행(2편 조용한 휴양도시 후아힌)

와조다 1 5164

'뚜르르르~뚜르르~~'

방안에 있는 인터폰이 울린다.

"사왓디 카~압~~"

잠이 덜깬 나는 썩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아,행님 아직 주무시면 어짭니까. 10시에 픽업차 오기로 했으니까 빨리 준비해서 로비로 나오소. 밥은 묵고 출발해야

될거 아입니까"

"알다 알다(알았다,알았다),얌마 니도 내나이 되봐라..어제 소주를 4병이나 마셨는데 일나지것나~"

"형수는요?"

"자고있지"

"부부가 차~암 잘 어울리네.퍼뜩 씻고 나오소~"

 

오늘은 후아힌에 가기로 한 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후아힌 옆에 있는 차암비치에 있는 호텔로 가는것이다.

아마도 후배녀석은 후아힌에 놀러가는것 보다 오늘 소개받아 같이 놀러가기로 한 아가씨(후배의 선배와이프의 친한 동생)

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겠지...

여튼 방은 3개를 미리 예약해둔 터였다.

카오산 한가운데 있는 리카인(rikka inn)이라는 숙소에서 2박을 한 우리는 체크아웃을 마치고 1층 식당에서

간단히 조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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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체크아웃을 하는동안 열심히 한국 연예기사를 검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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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아담하고 이용할수 있는 pc가 두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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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인 1층 통로에 있는 illy라는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나.사진빨?이 안받아서 흐릿한 사진만 올리기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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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리카인에 묵으실 분들은 뒤에있는 가격표 참고하세요,리카인은 조식이 없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카오산입구 버거킹앞에서 기다리는데 이내 픽업기사분이 차를 몰고 오셨다.

이윽고 보조석문이 열리고 후배가 기다리던 소개팅 그녀가 차에서 내린다.

"사왇디 카~(안녕하세요)"

환하게 웃으며 그녀가 후배에게 인사를 건넨다.

"하이~나이스 투 미츄~"

 태국어를 할줄 모르는 후배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실실웃으며 영어로 인사를 건냈다.

"사왓디 캅 폼 츠 리,마 짝 까올리,터 뺀 판야 컹 폼,츠 윤 캅

(안녕하세요,저는 한국에서 온 리 라고 하고요,이사람은 제 아내인 윤 이라고 합니다)"

3개월 남짓 열심히 태국어 공부를 하고 온 탓에 아주 조금은 태국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인디 티다이 루짝 ,폼 츠 몯 카(만나서 반갑습니다,제 이름은 몯 이라고 합니다)"

"폼 꺼 인디 티다이 루짝 캅(저도 반가워요)"

간단한 인사를 마친 우리는 차에 탑승하고 후아힌으로 넘어간다.

 

약2시간반을 달려 후아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한다.

그런데 내가 호x스 닷컴에서 예약한 가격은 1,900받 남짓 이었던것 같은데 데스크에서 바로 체크인을 하면 가격이

2,850받이나 되었다.

(tip: 방은 직접 다니면서 구하는것보다 예약사이트에서 예약하면 프로모션을 받아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걸 알았다)

사실 아직 방은 4군데 정도 다녀봤지만 사진빨이 +30~40%는 차지하는것 같았다.

우리가 묵을 호텔은 주로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인듯 했다. 회사단위의 워크샵 인원도 많이 묵는듯했다

(우리가 투숙한 4일동안 유러피안 관광객은 3팀 정도 보았고,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팀이 서너팀,한국인은 우리,

나머지 수십팀은 전부 현지인들 이었다)

좀 오래된 느낌이었고(좋게 말하자면 전통이 있는),부산에 있는 숙소에 비유를 하자면 해운대 한화콘도랑 느낌이 비슷했다.

하지만 차암비치랑 바로 연결이 되어있고,레스토랑도 해변가에 위치해서 우리부부처럼 까다롭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당히 편안한 느낌을 주는 숙소였다.

수영장은 매우 넓었고,정원은 잘 손질되어 있었으나 룸의 가구상태는 약간 불만족스러웠다.

쇼파나 커튼에 얼룩이 있었고,테라스 난간은 녹이 슬어있었다.(하지만 우리는 이것도 그냥 이곳의 스타일이라고 생각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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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묵었던 방,방은 제법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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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테라스는 빨래 너는것 외에는 그닥 용도가 없었다.정원 전망이라 조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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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비치 차암 호텔의 정원,정원은 무척 넓은 편이었고 관리가 꽤 잘되어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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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야자수들 크기가 어마어마 한걸로 보아 꽤나 역사가 오래된 호텔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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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잇길로 쭈욱 나가면 밖으로 연결되고 이 동네에 단 두개있는 미니슈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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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식은 이런 비치레스토랑에서 했다.해변은 무척이나 넓고 조용했으며,해변가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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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를 거쳐 수영장을 지나 해변가로 연결되는 호텔식당,단체인원은 수영장옆1층 식당이 따로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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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수영장,아동용 풀이 따로 있으며,수영장은 1.4m~2.7m 까지 깊이가 다양했다)

 

그런데 이 호텔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텔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작은 슈퍼마켓 같은 가게가 2개 있었는데,그나마 주인이 열고 싶을때 여는지 3번 가서 2번은 문이 닫혀있었다.

주변에 커다란 호텔이 몇개가 있었음에도 호텔밖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시골길같은 1차선 도로가 있고

후아힌으로 가는 큰 도로까지 나가려고해도 300~400미터는 족히 걸어나가야 했다.

호텔로비에 후아힌으로 가는 픽업서비스가 있냐고 물었는데, 픽업버스는 무려! 1인당 픽업비용이 300받(대략 10,000원)

이나 한다고 했다.

우리일행이 네명이니 이건 뭐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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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로비에 붙어있는 픽업비용)

 

 

그래서 우린 그냥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택시는 후아힌까지 편도당 400받이니 비싸지만 어쩔수가 없었다.

 

택시를 탄 우리는 기사분께 후아힌에서 맛있는 맛집이 어딘지 물어보았다.

"쿤 캅~ 란아한 아러이아러이 티 후아힌 유티나이 캅, 커 쩓 티 난 캅"

(저기요, 후아힌에서 맛있는 식당이 어디있나요? 거기 차릴 좀 세워주세요)

내가 어설픈 태국어로 얘길하자, 몯이 내 의도를 잘 알아듣고 기사님하고 대화를 한다.

대충 들으니 맛있는집 몇군데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듯했다.

 

기사님이 데려간곳은 후아힌에서 케익(태국말로 켁)이 가장 맛있는 집이라고 했다.

몯에게 물어보니 그녀역시 이곳을 아는 눈치였다.

"란 아한 니 미 츠 마이 캅(이 식당이 유명한가요?)"

"~~~~(이 부분은 내가 알아들을수 없는 태국말...) 미 츠 막막"

몯이 내가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태국어로 답해준다.

아내는 신이나서 가게 안으로 이미 사라져 버렸다.

나도 이내 따라서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으아~~~~~~~~~~~~~ 시원해"

밖에서 육포마냥 말라가던 내 육체는 가게안의 시원한 에어컨바람에 다시 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었다.

매장은 열평남짓의 작은 가게였다.

하지만 꽤 유명한지 태국인 연인들로 북적거렸고,종종 차를 세우고 케익을 몇개씩 사가는 태국 중산층부인(내가 보기에)

들이 연신 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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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신이 나서 케익종류를 고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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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보통 한개당 5~8밧,우리돈으로 1,000원 안쪽)

 

 

 

 

 

안타깝게도 매장안에는 앉아서 먹을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밖에 고작 3개의 테이블이 있었는데,뭐 이것저것 골라봤자 먹는데는 10분이 채 안걸렸다..-_-;;

"아....참 뭐하지? 할거 디게 없네...너무 더워서 걷기도 힘들고,해변에 나가면 그야말로 타죽것다"

"해변은 무슨 해변입니까,부산가면 널린게 해변인데....그냥 맛난거 묵고 맛사지 받고 해떨어지면 저녁먹고 호텔들어가서 맥주나 한잔합시다 오늘은."

 

참으로 분위기나 무드를 모르는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후배는 바닷가 근처에 가려고 하지도 않았다.

우리부부야 장기로 왔으니 바닷가나 수영장에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지라 후배가 와있는 동안에는 무조건 후배한테 맞춰주기로 했다.

 

"그럼 오빠야 우리 어디가서 마사지 받으면서 시간 때우자"

아내의 제안에 나는 몯에게 근처에 잘하는 마사지 집이 있는지 물어본다.

"태우태우니 란누엇 디디 유티나이 캅(가까운 근처에 잘하는 마사지집이 어디있나요?"

그런데 아뿔싸...몯도 방콕사람인지라 이건 뭐 서울사람한테 부산해운대 근처에 유명한 횟집이 어디냐고 묻는거랑 진배없는 질문을 한 격이었다...

그래도 착한 몯은 내 질문을 알아듣고 주변 상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수소문을 한다.

그녀가 알아낸 정보로 한 마사지샵에 들어선다.

그런데 뜨악~(아니,솔직히 이정도는 아니지만....) 마사지샵 치고 제법 비싼집이었다.

파타야에서는 발마사지에 보통 시간당250받(환율32기준 8,000원),카오산에서는 170받 5,500원)씩 주고 했는데

여긴 350받이나 했다.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에서도 일반 타이마사지가 260받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랴,몯이 나름 수고해서 알아봐준 집인데 까짓거 100받 차이야 뭐 별거냐 싶어서 받기로했다.

"사왇디카~콘 이쁜 차이마이(안녕하세요,일본인 이세요?)"

마사지사가 나에게 묻는다.

"마이차이 캅.콘 뺀 까올리~ 콘 까올리 뺀 쑤워이 래 룹러 꽈 콘 이쁜 막막~"

(아니요,저는 한국인입니다.한국사람이 일본사람보다 훨씬 이쁘고 잘생겼잖아요)

대충 아는 태국어를 동원해서 대답한다.

내가 태국어를 하는게 재밌고 신기했던지 내 마사지사와 다른 마사지사들이 한참 웃는다.

"풋 파싸타이 닏너이~닏닏(태국어를 아주 조금할수 있어요 쪼~금)"

내가 손으로 아주 조금 표시를 하면서 말하자 그녀들은 더욱 크게 웃는다.

딸리는 태국어 실력을 들키기 싫은 나는 마사지를 받는 내내 자는척을 한다.

옆에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한국소식을 보느라 바쁘다.

"드르렁~~~캬~~푸~~~~~우~~~~~~~~드르르르렁~~"

어디서 벼락치는 소리가 들린다 싶었든데,아니나 다를까 모태솔로 후배녀석은 천지도 모르고 코를 곯며 잠이 들었다.

'옆에 소개팅 여성이 있는데 참 속편한 녀석이로다,저러니 여친이 안생기지.ㅋㅋㅋ'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후배는 내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근 20년을 형제처럼 지내는 녀석이다.

대학때 홍콩 가수겸 배우인 알란탐을 닮은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로 인기 꽤나 있었던 녀석이지만,

여자보다는 술과 친구들을 좋아했던 녀석은 그 흔한 연애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졸업해서 지금까지 쭈욱 솔로로 있다.

술과 식욕에 빠진 녀석은 지금은 알란탐이 아니라 알란뚱이 되어있다..

지금은 유명 의류브랜드 기획자이자 머천다이져 인데,꽤나(?) 잘나가는 직업에 비해 여전히 여자한테 인기가 없나보다...(내가 보기엔 앞으로도 없을것 같다.ㅋㅋㅋ)

"(손으로 가르키며) 유어 슈즈 베리 뷰리풀~라카 타오라이 카(신발 예뻐요,얼마주고 샀어요?)"

마사지하는분이 내 신발을 가르키며 영어와 태국어가 범벅이된 비빔밥어로 묻는다.

"렁타오 니 썽판받 캅 티 까올리(이 신발 한국에서 2천받 주고 샀어요)"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팽 막~(비싸요)"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하긴 빈부격차가 심한 태국이다 보니,한국돈 66,000원짜리 신발이 많이 비싸게 보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야시장이나 카오산거리 나가보면 보통 신발이 100~200받씩 팔고 있었으니..

괜스레 미안해진 나는 다시 자는척을 해야했다..

"컵쿤 캅 싸바이 막막. 짜 마 익 캅(고맙습니다.정말 시원하네요.다시 올게요)"

마사지샵을 나온 우리는 멍~하니 또 뭘해야하나 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행님,배 안고픕니까?"

'아...또 먹자고? 여기 살찌러 왔나....그래...뭐 할일이 있겠노...맛난거나 실컷 묵고 가자 동생아'

후배의 말에 "그래 그럼 이동네 쏨땀집 맛있는데 있나 물어보자"

라며 아내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낸다.

쏨땀이라는 말에 고맙게도 눈치빠른 몯은 주변 상인들에게 주변에 맛있는 쏨땀집이 어딘지 물어본다.

그녀는 졸지에 먹자여행 가이드아닌 가이드가 되어있다.

그녀가 데려간 쏨땀집은 후아힌에서 가장 맛있고 유명한 집이라고 했다.

아니,가게라고 하기엔 애매하게도 노점비슷하게 테이블이 전부 밖에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땐 이미 손님들로 모든 자리가 채워져있었고,거의가 태국인 연인들이나 친구단위의 여행객들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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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는 쏘이 냅캗핫 골목옆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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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노점처럼 쭈욱 테이블이 이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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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리6개+밥4+쏨땀+콜라3,얼음물2개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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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이 시켰는데도 가격은 500받이 채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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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후아힌해변에서 한컷)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숙소로 들어가기로 한다.

"내일은 뭐할지 생각해봤나?"

후배에게 넌지시 물어본다.

"뭐 있겠수?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다가 해지면 나가서 피자나 먹고 야시장이나 둘러봅시다"

알란뚱이 대답한다.

1 Comments
날자보더™ 2015.02.23 00:36  
지금까진 먹고 쉬는(?)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술술 읽히네요. ㅎㅎ 언어에 소질이 있으신가봐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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