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타이랜드] - 어서와! 깐짜나부리는 처음이지?
전 날 편하게 자서 그런가? 다음날은 아침 일찍 눈이 떠졌고, 짐을 챙기며, 본격적인 방 정리를 시작! 아니, 일어났으면 얼른 출발이나 할 것이지, 왜 정리를 하고 앉았냐고? 그렇다. 사실 나는 집에 있으면 죽었다 깨기 전까지는 정리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성격인데. 이건 엄마의 오래된 습관이라고나 할까. 엄마는 늘 그랬다. 호텔이건, 민박이건 떠나기 전에는 항상 정리를. 난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아니, 청소하시는 분들 따로 있는데 뭐 하러 엄마가 그런 걸 해?”라고 물으면 “사람은 난 자리가 깨끗해야 되는 법이야.”라고 말하곤 했는데, 어느새 엄마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날 발견하고는 놀라는 일이 잦아진 요즘, 물론 나야 다른 뜻을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니고, 이렇게 하는 편이 두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기 편리하다고나 할까?
아침부터 서두른 탓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목적지인 깐짜나부리(Kanchanaburi)에 도착! 원래 계획은 첫날은 숙소에서 쉬고 둘째 날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었는데. 숙소를 찾는 길에 얼떨결에 <콰이강의 다리>에 도착.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배경지로 유명한 이곳은 2차 세계대전시 일본의 미얀마 침공을 위해 지어진 다리로, 워낙에 난공사라 전문가들은 다리가 완공되려면 최소 5년은 필요할 거라도 입을 모았으나, 당시 일본은 이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 덕분에 5년은 걸릴 거라던 다리는 13개월 만에 완공이 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10만에 가까운 연합군 포로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그 현장의 참혹함은 어떻게 말로 다 할 수가 있을까. 아, 주워들은 정보에 따르면 ‘콰이’는 태국어로 물소 외에도 멍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현지인들은 이곳을 <콰이강의 다리>가 아닌 ‘싸판 매남 쾌’ 즉, <쾌강의 다리>로 부르는 걸 선호한다는데, 직접 확인한 게 아니라, 정확한 사실 여부는 잘 모르겠다.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내일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고, 우선은 해지기 전에 숙소를 찾아 출발하려는데, 주말이라 여행자 거리는 밤새 시끄러울 것 같고, 이번에는 자전거도 있으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강 건너 숙소에서 조용하게 지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숫짜이 다리를 건너 강 반대편으로 넘어왔는데, 다들 나랑 비슷한 생각인가? 어째 물어보는 곳마다 만실이냐. 어떡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으로 앞으로 돌격! Felix River Kwai Resort근처에서 하루 400B에 인터넷 가능한 방갈로를 찾았다. 비록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분명 강변마을인데, 어쩌자고 들리는 건 수도꼭지에 물 흐르는 소리뿐이지만. 나한텐 자전거가 있으니까! 아쉬우면 내일 강물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이라도 먹지 모! 란 생각으로 그동안 밀린 여행기도 작성할 겸, 그 자리에서 이틀 치 숙박비를 지불! 허나, 이 시점에서 내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내가 지독할 길치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둘째 날. 썬크림으로 범벅이 된 몸뚱이를 이끌고, 본격적인 관광을 위해 숙소를 나섰는데. 어라? 어라? 분명 어제는 쉽게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오늘은 어찌 된 영문인지 도저히 강 건너로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것도 모자라 여행책자까지 확인했는데. 분명 한참 전에 나타났어야 할 다리가 보이지 않자,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눈앞에는 연합군 묘지로 보이는 장소가. 어라? 연합군 묘지는 강 건너편에 있어야 되는데. 나는 오늘 강은 건넌 적이 없잖아. 뭐지? 도대체 여긴 어디야? 안되겠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처음부터 길을 되짚어보려는데. 이번에는 숙소로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길을 잃고 헤매다, 결국 그날 난 해가지고 나서야 만신창이가 되어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아.. 이거 관광이고 뭐고, 나 내일 여길 무사히 빠져나갈 수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