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송에서의 커피 투어 - 악마의 향기, 그 천상의 커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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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송에서의 커피 투어 - 악마의 향기, 그 천상의 커피맛

꽃몽 2 1563

어제 갔던 커피숖은 자꾸 커피를 사라고 하고 왠지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침에 마을을 돌아보다가 진짜 프로페셔널 커피숖을 발견했다.

그 야매 아짐한테 커피투어를 쫓아갔으면 완전 망할 뻔했다.

 

 

 

뭔가 멋지게 만들려고 했지만 전혀 멋지지 않은 간판.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맨 위에 라오스어를 읽어보니

한(Shop) 짜이(진짜, 심장) 까페(커피) - '진정한 커피숖'이라고 쓰여 있다.

진짜 오리지널인지 진짜 가짜인지 궁금해서 들어가봤다.

 

 

 

프랑스인 연인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근데 왜 다들 연인끼리 다니는겨

호래비 염장 지르려고 연인끼리 여행다니기 UN총회라도 한겨?

아 진짜 왕짜증

 

 

특별한 라오 유기농 커피와 차라고 쓰여 있다.

 

 

 

라오스 민속악기

 

 

간판에 JCFC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팍송에 있는 63개 마을의 2250 가족으로 구성된 농부들이 생산하는 진짜 커피라는 뜻이었다.

 

 

 

네 사람이 주인을 따라가 커피투어를 했다. 50000킵(약 7000원)

 

 

 

커피열매

 

 

그의 말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음용할 수 있는 커피의 종이 수십 종이 있는데

그 중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있다.

그 중 가장 맛있는 종은 아라비카 티피카 - 첫 맛은 쓰되 뒷만은 커피의 깊은 향이 목을 감싼다.

그 다음 아라비카 카띠모 - 첫 맛은 덜 쓰되 뒷만은 달달하고 구수하다.

다음이 로부스타 카네포라 정도

 

로부스타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 맛이 떨어지는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아라비카는 해발 900미터 이상의 고원에서만 자라며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야 맛이 좋다.

그래서 우수한 토양까지 갖춘 이곳 팍송의 볼라웬 고원에서 좋은 아라비카 원두가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에서도 커피생산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로부스타 종이며

진짜 고급 원두는 모두 라오스에서 수입해간다.

 

 

 

열매에서 원두를 추출하는 분리기

 

 

굉장히 질문을 많이 하는 이 이스라엘인은 커피농장을 하고 싶어한다.

 

 

2kg의 원두를 로스팅하는 로스터

그가 직접 로스팅을 시현했다.

 

 

4인용 40g을 저울에 달고

 

 

중간중간 로스팅이 잘됐는지 체크를 하고

 

 

커피를 식힌 후

 

 

채로 가분다.

 

 

그는 불량 원두를 골라냈는데

이 불량 원두가 커피맛을 쓰게 만들고 전체를 망쳐버린다고 한다.

난 또 호기심을 못 참는지라 좋은 원두와 불량 원두를 씹어봤다.

좋은 원두는 비스킷처럼 분쇄됐으며 깊은 커피향이 입속에서 쏴아 퍼졌다.

불량 원두는 십년 된 누릉지처럼 딱딱하고 껄끄럽게 바스라졌다.

맛은 쓰거나 아무 맛도 안 났다.

 

 

1인분에 10g 정도를 저울에 달아 그라인딩을 한다.

갓 볶아낸 원두를 그라인딩할 때 나는 냄새는 과히 천상의 향기다.

오죽하면 커피향을 '악마의 유혹'이라고 했을까

나는 커피를 너무 좋아해 아침에 일어나면 모닝커피부터 마신다.

커피를 못 마시면 왠지 수전증이 올것만 같다.

뭐여 그럼 나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겨?

기왕이면 이쁜 마녀로 ㅎ

 

 

 

 

 

 

공기 압착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로스팅해 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이건 핸드드립

각종 방법으로 커피를 내려 맛보게 해준 그의 프로정신이 멋졌다.

최고급 원두커피까지 여러잔 시음할 수 있으니 투어비 7000원이 아깝지 않다.

 

 

 

한국에 있을 때 핸드드립을 하면 크래마가 션찮았는데

이 커피는 후레쉬해서 크래마가 막 솟구쳐오른다.

커피맛의 생명은 크래마다. 그래서인지 커피 맛이 기가 막히고 코까지 막혔다.

 

 

 

커피투어를 마치고 뉴질랜드인과 점심을 같이 먹었다.

전세계를 여행중이란다. 언제 돌아가냐니까 아직 생각이 없단다.

하여간 백인 백패커들은 여행하면 최소 6개월이다.

여행 께나 하는 나도 백인들 앞에서는 깨갱이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여행 오는 한국의 젊은 동지들에게

다시 한번 리바이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홍준 쎈세이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잉간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말쌈하셨다.

방비엥에 가서 퐁당퐁당만 하지말고

한국에 없는 것, 라오스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생의 한켠에서 느낌표처럼 어떤 이정표가 새겨질 수 있는 것,

혼자 고독을 아작아작 씹으며 가끔 한번쯤은 그런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제넘었다면 좋은 여행을 하시라는 오지랖이니 널리 혜량해주시기 바란다.


2 Comments
bimbo 2016.04.16 20:02  
꽃몽님 !
아주 좋은정보 주셔서 커피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너무 기뻤습니다
그자리에서 기가믹히고,코까지 막히는 향기를 맡고 맛본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발악이 2016.04.22 15:53  
공기압착방식은 인터넷에서 에어로 어쩌고 하는 상품과 비슷하네요
저도 현재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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