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의 첫 만남
2005년 네팔 포카라에 홀로 틀어박혀 있다가,
이 사람 저 사람 만났다 헤어지는
외로움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1년 왕복 오픈 티켓을 넉달만에 사용해 버렸습니다.
네팔항공 태국 경유편으로 방콕에 도착했는데,
수하물이 나오질 않았어요.
네팔 공항에서 짐 싣는 걸 깜빡했다네요.
내일 들어오는 비행기로 짐이 올 거고 호텔로 가져다 준다고.
한 번도 숙소를 예약하고 다닌 기억이 없어서
지금도 내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데 바로 공항서
최소 이틀 머물 곳을 결정해야 했어요.
이 때는 장기 여행으로 지쳐있던 때고,
그냥 바로 한국 가기는 아쉽고 해서
방콕서 4일만 쉬다가 갈 계획이고
숙소에서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긴 했어요.
검색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고,
카트만두 한인식당 사장님께
'공항에 카오산 로드로 가는 100바트 버스가 있다.
그 것 타고 카오산 로드로 가라.
람부뜨리 빌리지가 제일 싸고 괜찮다.
고수 빼달란 말은, 마이사이팍치다.'
란 정보만 듣고 갔고,
네팔서 현금 100달러 남겨서 갔는데
방값 4일치를 제하고도
밥값은 충분히 여유가 있더군요.
첫 느낌은 번잡하지 않은
델리의 빠하르간지 같아서 낯설지는 않았고,
어슬렁 거리기 딱 좋다는 느낌.
도착한 날 밤 첫끼는,
람부뜨리 초입 노란 아유타야은행 맞은편 리어카 국수집.
난 분명 마이사이팍치를 말했는데,
노점 부부는 그새 깜빡했고 고수가 올려져 있었던 기억.
다른 저녁들은
홍익인간 근처에 있던 태국 식당에서
사진에 보이는 메뉴 이것 저것 시켰는데 맛있어서,
매일 맥주 댓병 3병 마시고 푹 잘 잤던 기억들.
출국날 공항에 체크인 하고 들어서고,
출국세 현금 700바트를 내야 하는 걸 알았는데
거짓말같이 택시비 내고 진짜 현금 700바트를 남겼는데,
그 돈 그대로 탈탈 털리고 한국으로 귀국했던 기억.
인도에서 하도 어이없는 사기꾼을 많이 만나서
태국의 첫인상은
이성적인 셈법의 나라였고,
택시로 공항을 오가다 본 방콕시내의 모습에
'어, 잘 사는 나라네?'
라는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그 4일이
첫 만남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