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꽃 트래킹- 정말 이럴줄은몰랐다.T.T
트레킹!! 치앙마이여행의 꽃이라..
누군가말했던 트레킹을
치앙마이 온지 한달만에 드디어 가보기로했습니다.
"너~무 너무 재밌어요..~~ 서양 남자애들이 되게 잘 도와주구요.다국적 애들이 모여서 수다떨고 게임도하고..정글탐험도 재밌구요.. 래프팅~~ 와우 ~~진짜 끝내줘요.. 코끼리 트래킹도 신나구..뱀부래프팅도 재밌구요.. 밤에 캠프파이어도 너무 너무 재밌구요.. 암튼 절대 절대 후회 안할거에요.
강추 강추에요~~^^"
누군가.. 나에게 이랬다...
그래..재밌을거야...
주말에 할일도 없는데 1박 2일로 가보지뭐.. 혼자 집에서 노는것 보단 지루하지 않겠지...
그래서 갔습니다. !!!
하!지!만!! 1박 2일 내내 집에 돌아오고싶었습니다.
으윽~~ 그건 정말이지... 아~~ 한숨나는 1박2일이라고밖엔..
사연은 이렇습니다..
코끼리!! .... 탔습니다. 뱀부 래프팅!!....했습니다. 고산족 마을투어.. 했습니다. 정글탐험!!....했습니다.
근데 그걸 75세.. 영국에서 오신 할아버님과 단둘이 했습니다...
설마? 단둘이?? 트래킹을??
설마가 아닙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혼자도 할수 있다네요..
혹시 트래킹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최악의 가능성도 염두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1박 2일 모든 시간을 이 할아버님과 단둘이 보냈습니다.
꼬끼리도 나란히 옆에 앉아 타고
뱀부보트도 나란히 옆에 앉아서 탔단 말이죠...
이 순박하게 생긴 가이드를 보십시오..
그 긴 산행 동안 말이 거의 없습니다..
영어도 잘 못합니다..
열심히 앞만 보며 걷고.. 중간 중간 자꾸만 쉬는시간을 주고 릴랙스 하라는데..
릴랙스는 커녕.. 말도 안통하는 할아버님과의 자유시간은 거의 고문에 가깝습니다..
아는 영어단어 모조리 총 동원하고...
영국에 대해서 아는 쥐꼬리만한 지식들을 미친듯이 쥐어짜냅니다..
첫날.. 우리는 걷고 또 걸었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에... 나무들은 바싹 말라있고 ...
거기다가 태국 북부의 전통이라죠..농민들은 건기인 이 시기에 산에 일부러 불을 냅니다..
큰 산불은아니고 작게 작게 일부러 산불을 내는데요..
그러면 우기 후에 땅이 비옥해지기도 하고 해충도 없어져서 농사가 잘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더운 날씨에 중간 중간에 미처 꺼지지 않은 산불 지대를 지나가기도 합니다.
아...덥습니다.. 걷는 내내 나무 타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불이 채 꺼지지 않은 곳을 지날때면..
이건 완전 숯가마가 따로없습니다.
건기라 비가 안온지 한참되어 강에 물도 별로 없고..
래프팅을 하는 내내 강물의 속도가 어찌나 느린지...
40도 넘는 땡볕에... 뱃놀이가 따로 없습니다.
스릴!! 제로입니다..
래프팅을 하다가 할아버님..
급기야 체력이 바닥나버리시고... 얼굴이 벌겋게 익으셔서.. 노를 슬그머니 놓습니다..
큰일났습니다. 내가 다 해야됩니다.. 빨리 이 뱃놀이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죽어라 노를 젓습니다..
코끼리 타기.. 더워죽겠습니다.. 코끼리.. 왜이렇게 느리게 걷는건가요..
중간 중간에 서서 풀을 뜯어먹을때는.. 아.. 정말이지 코끼리 등짝을 막 꼬집어주고싶어집니다.
그..하나도 안 로맨틱했던 코끼리 라이딩이 끝나고..
요런.. 신혼여행 온 커플들이나 찍을 만한 기념사진을 찍어 살짝 건네는 가이드!!
아~ 완전 ..이 사진 어디다 놓으라고 액자까지 해서 주는거냐고!!!!
암튼 열심히 열심히 걸어... 몇개의 고산족 마을을 지나...
첫째날 마지막 목적지인 목긴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목에 금속으로만든 고리를 만들어 목을 길게만드는 전통을 가진 소수민족들인데요..
이미 너무 상업화 되어버린 전통이란 느낌을 지울수가 없네요..
하지만 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었어요.
어딜가나 아이들은 참 예뻐요.. 사진도 찍어주고 얼굴에 화장도해주고
돈 줬다 뺏기 애들 장난감 숨겨놓기 뭐 이런 저런 장난도 치면서..
재밌게 놀았네요.. 말은 안통해도 몸짓으로 가능하더라구요..
목긴 마을의 정경입니다.
대나무로벽과 바닥을 만들고 짚으로 지붕을 이어 만든 전통 가옥이었어요..
전기로 들어오지않고 할 일이라곤 수공예품 구경하는것 외엔 하나도 없는 이곳에서
가이드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고맙니다..
"저녁은 6시에 드시구요... 그 이후론 자유시간이에요!!!!"
허걱 허걱!!! 자유시간?? 도대체 뭘 하란거야.. 여기서...
할아버지랑 나 뿐인거 안보여?? 뭐 밤에 할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 없어??
"없는데요.. 보통 트레킹 맴버가 많으면 모닥불 주위에서 게임도 하고
맥주마시면서 파티를 하는데.. "
그래서.. 뭐~~~!!!! 어떡하라구!!!
할아버님과 나.. 서로 이 난감한 사태를 어찌 극복할까 고민하며 눈을 피하고 맙니다..
가이드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떠납니다..
.. "잠은 이곳에서 주무세요.. 자리는 마음대로 고르시구요.ㅋㅋ "
그래.. 나 예전에 인도에서 500원짜리 벌레 나오는 숙소에서도 자봤는데.. 이정도야 뭐..
그래.. 괜찮아 괜찮아..
자는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할아버님이랑 나랑 둘이 한방에서 자는거....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근데!! 자기전까지 도대체 뭐하냐고!!!!
그렇게 점점 하늘은 어두워지고..
"그래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그러면서 이것 보다 나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까스로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어려움 속에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입니다..
혹시.... 영어 잘하는 한 무리 서양 애들이 함께 와서
영어 못하는 나를 따돌리고 자기네들끼리 떠들고 즐긴다면??
멋진 남자와 이쁜 여자가 같이 와서는
자기들끼리 눈맞아 나만 왕따시키고 염장만 지른다면??
엄청 비호감의 아저씨 군단이 괜히 나한테 찝적 대고 귀찮게 군다면???
그래!!! 이것보단 75세 할아버님이랑 둘이 트레킹하는게 나을거야..(T.T)
1박 2일 영어캠프에 참가했다고 생각하자!!
지금까지 익혀온 영어실력을 마음껏 발휘해보는거야..
그래.. 이것도 기회라구..!! 긍정적으로 생각해 긍정적으로!!!!
우리는 모닥불 옆에 앉아 거의 11시까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엄청 친해졌습니다...
서로의 인생사에 대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할아버지의 75년 인생은 참 길었고..
제 인생도 나름대로 스팩타클하여
모닥불 옆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길고 길게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며...
"저 곳에 정말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사는 건 아닐까?? "
이런 이야기까지 나누었습니다..
우리 둘은.. 분명히 생명체가 살고 있으며
그 곳에서 우리같은 대화를 나누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음날.. 우린 또 함께 폭포 구경을 했고 함께 수영을 했습니다.
폭포에서 놀고 있던 태국아이들이 묻습니다..
"저 남자는 누구야?? 언니네 아빠야? 할아버지야??"
"음.... 우리... 친구야.... "
"????"
우린 친구가 되었습니다..
알랜할아버지는 이번주 수요일날 영국으로 돌아가시고...
제가 여행을 하다가 영국에 오게 되면 꼭 자기네 집으로 오라며
이메일 주소와 집주소를 적어주셨어요...
트레킹을 마치고 헤어지는 순간..
영국식 인사로.. 포옹과 함께 양볼에 뽀뽀도 쪽쪽 해주시네요..^^
(아이고.. 정말 뽀뽀를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잠시 당황했습니다. 이런일이 첨이라)
처음에 트럭에서 할아버지와 나 단 둘만의 트래킹이라는걸 알았을 때..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1박 2일의 이 트래킹에서 전 정말 소중한 친구를 얻었습니다.
원래 나의 세계여행의 일정에 영국은 포함되어있지 않았지만...
갑자기 꼭 영국에 가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네요..
할아버지가 살고계신 본마우스란 마을이 꼭 보고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