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이라는 빠메이(坝美)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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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이라는 빠메이(坝美)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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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여행 7일째

 

오늘은 큰 기대를 안고 가는 날입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 방문하고 싶은 계획 1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계획했다고 좋은 곳이고 우연히 들렸다고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연히 들려본 곳이 이번 여행에 최고의 장소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주 소상히 빠메이의 모든 것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도연명과 무슨 커넥션의 고리가 있었는지.... 아주 속속들이 벗겨 보이겠습니다.

광난에서 북쪽으로 가면 아커시앙(阿科鄕)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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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북서쪽으로 구글 지도를 확대해야만 빠메이(美)라고 보이실 겁니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크게 확대해야만 겨우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빠메이는 현 단위로 그 중에 가장 큰 마을이 아커시앙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빠메이라고 하는 곳은 도화동이라는 복숭아 마을이라고 하는군요.

 

坝美라는 말의 의미는 壯族의 말로 삼림 속의 동굴(森林中的洞口)이라고 한다는군요.

坝(파)는 제방이나 댐을 의미하는 방죽 파(壩)라는 어려운 한자라는군요.

또 다른 의미로 넓은 평지를 이른 말로 아마도 산으로 둘러싸인 요새와도 같은 은밀한 곳에 있는 아름다운 뜰을 상상하며

붙인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제 위치를 찾았으면 반은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못 간다는 것은 변명입니다.   

좌우지간 빠메이를 가기 위하여는 광난으로 무조건 와야 합니다.

그곳에서 빠메이로 가는 차편을 알아봐야 합니다.

아래 버스에는 빠메이를 世外桃源이라고 붙이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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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난에서 빠메이까지 36km 정도라고 합니다.

일단 탕나춴이나 파리춴까지 오면 거의 다 온 것입니다.

요즈음 새로운 길을 닦는 중이라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게 완성되면 45분 정도면 광난에서 빠메이 마을 입구까지 갈 수 있다고 합니다.

7시 10분차를 타기 위해 서둘렀으나 버스는 우리 부부 외에는 승객이 전혀 없어 7시 35분경 다른 버스로 갈아타라 합니다.

중국의 작은 마을로 가는 버스는 손님이 없으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 버스도 제시간에 출발하는 게 아니라 15분 늦은 7시 50분에서야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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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슬비가 내리고 안개마저 자욱하여 길 또한 진흙밭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듯합니다.

아침에 숙소의 문도 열리지 않아 주인을 깨워 문을 열고 터미널로 갑니다.

물론 숙소 주인에게 어제 우리와 함께 투숙한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남겼고요.

징시까지는 여름날이었으나 푸닝은 가을날이었고 이곳은 초겨울 날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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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진흙탕 길을 달려 9시 5분에 파리춴(법리:法利)이라는 곳에 도착하고 우리 부부를 내리라 합니다.

차에서 내리면 바로 그 앞에 매표소가 있습니다.

가랑비가 계속 내려 길이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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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구만 그렇지 안으로 들어가면 모두 돌로 포장되어 걷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40원/1인의 문표를 사면 문표 오른쪽에 4장의 작은 표가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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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각각 용도가 있다는 의미이니 버리면 안 되겠습니다.

여기서 출수동이라는 배 타는 곳까지 마차를 타거나 걸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타는 마차는 문표와는 무관하게 돈을 내야합니다.

우리 부부 당연히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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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내린 중국인 팀은 하나밖에 없는 마차를 타고 우리 보고 걸어가라는 표시를 합니다.

타라고 해도 우리 부부는 마차를 타지 않을 겁니다.

이런 곳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걸어야 제맛이 아닌가요?

아니군요... 제가 배낭 두 개를 책임져야 하기에 매고 안고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도 佳人이 두 개를 짊어졌더라도 당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면, 돌쇠의 마음으로 만족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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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멋진 길을 왜 마차를 타고 가지요?

걸어가며 보고 느끼는 것이 마차를 타고 갈 때와는 다르잖아요.

따라가며 보니까 마차 타고 가는 사람이 폼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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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을 경주하듯 빨리 갈 이유가 있을까요?

빠메이에서 도연명이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나요?

푸른 대나무가 길 양쪽으로 우거져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대나무 잎이 사그락거리며 말을 걸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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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는 곳까지 15분 정도 걸은 것 같습니다.

물이 동굴로부터 나오는 곳이라 出水洞이라는 이름의 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이 빠메이로부터 동굴을 통하여 물이 흘러나오는 곳이라 이름이 출수동으로 지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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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을 지나면 바로 동굴 입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동굴을 통과하여야만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동굴 이름이 桃源洞이라는 곳입니다.

앗! 드디어 동굴입구가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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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이 흘러 나오는 동굴 입구로 걸어갑니다.

세상에 이런 동굴 수로를 통과해야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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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는 곳에서 표를 보여주면 한 장을 떼고 태워줍니다.

다른 곳은 울타리치고 입장료만 받고 입을 싸악~ 닦지요.

그러나 이곳은 입장료에 포함된 서비스가 따로 있답니다.

얼마나 인간적입니까?

도연명표 무릉도원이라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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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도연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서비스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한 모양이죠?

돈만 받고 나 몰라라 하는 것보다 이렇게 배도 태워주고 마차도 태워줍니다.

작년에 지우시앙(九鄕)동굴에 갔을 때 입구에서 생수 한 병씩 나누어 줄 때 감동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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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동굴 안으로 오직 사공의 헤드 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들어가야 하는데 사공은 건전지가 아까운지 불을 켜지 않습니다.

구명의를 입어야 한다고 써 놓고는 구명의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준비한 랜턴을 먼저 켭니다.

佳人은 어둠이 무섭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동굴입구가 대단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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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칠흑 같은 깜깜한 동굴 속으로 노 젓는 소리만 간간이 들으며 적막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밤에는 밖이나 동굴 속이나 마찬가지로 캄캄하겠군요.

전등불조차 밝혀놓지 않은 암흑 같은 고요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평화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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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마음의 갈등과 동요를 느끼며 인간 세상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빠메이를 한층 더 오래 남게 하여 주나 봅니다. 

그러니 겁주고 안심시키면 더 행복하잖아요.

원숭이에게 조삼모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전기도 가설되어 있지 않은 곳, 동굴 속은 낮이나 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서움마저 느낄 정도의 어둠입니다.

구명조끼는 착용하라고 써놓고는 주지도 않아 조끼라는 말 자체가 호사스러운 생각입니다.

이런 게 무릉도원입니까?

나 원 참 !!!

 

예전에 베트남에서 짱안이라는 곳에서 배를 탄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곳은 전기가 설치되어 있고 간혹 불이 켜있었고 플래시도 비추어가며

동굴 수로를 통과해 본 적이 있습니다.

동굴이 낮아서 머리 깨질까 봐 배 바닥에 두러 누워서 말입니다.

 

무릉도원이라는 곳을 찾아 들어가는 길은 구명조끼도 주지 않고 목숨을 걸고 캄캄한 동굴 수로를 쪽배에 의지하여 들어갑니다. 

한 15분 정도 걸렸나요?

무섭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엄청 무서웠습니다.

마눌님에게 무서우면 佳人의 손을 잡으라고 했지만 사실 제가 마눌님 손을 잡았습니다.

문제는 마눌님은 수영을 늘 했기에 만약에 문제가 생겨도 살아나갈 수 있지만,

난... 마눌님을 살게 하려고 아무것도 잡지 말고 혼자 빠져야 한다는 슬픈 전설 같은 생각이 듭니다.

수영도 못하는 佳人이 깊은 암흑 속에 혼자 빠져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佳人을 슬프게 합니다.

15분 정도 배를 타고 통과하는데 중간쯤에 아래 사진처럼 캄캄한 동굴의 천정에 구멍이 있어 빛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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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연이 만든 희망의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도연명이 그래도 신경 많이 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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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왼편으로 벽에는 자연적으로 생긴 20cm 정도의 부처형상 종유석이 있어 사공이 랜턴으로 비춰줍니다.

그야말로 서비스입니다. 세상에 그냥 지나치면 누가 알기나 합니까?

혹시 나중에 가시는 분은 꼭 부처상을 보여달라고 하세요.

너무 캄캄해서 카메라 셔터가 작동하지 않아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약 15분 정도 1km 가까이 기괴한 공포체험 같은 일을 겪으면

마치 커피잔과 같은 빠메이춴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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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빛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빛이라고는 희미한 랜턴에 의지해 서늘한 동굴 수로를 간간히 노 젓는 소리와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만드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희미한 빛이 보이자 안도의 숨을 길게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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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는 태산보다 무겁고 하해보다 깊은데

지금까지 한 줄기 바람 없이 그리고 작은 흔들림도 없이 살아올 수 있었을까요?

한 점의 후회 없이 또 한 방울 눈물 없이 살아왔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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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무척이나 무더웠고 천둥소리에 놀라기도 하며 보낸

힘든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때로는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도 만났고 그늘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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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새로운 세상이라 하지만

인생의 가을인 중년의 나이란 회한의 시간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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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지는 석양이 보일 때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인생의 황금기라 말하지만

이미 머리는 하얀 서리가 내린 지 오래전이고

佳人은 벌써 빠메이 동굴 수로 속처럼 어두컴컴한 밤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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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그래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가슴을 두드리는 북소리가 들린다는데

佳人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걸요.

감정이 메말라 그럴까요?

아니면 유효기간이 임박해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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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佳人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갑니까?

그리고 어디에 머물다 떠납니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추어 서서 바라보면 佳人은 세상에 작은 점 하나입니다.

움직이면 선으로 변하여 흔적을 남깁니다.

이곳은 도연명이가 가이드를 자청하니 時空을 초월해 함께 즐겨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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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마을이 보이고 그리로 이어지는 포장된 외길이 있고 그 길 양켠으로 복숭아나무가 심어졌습니다.

도연명이 거짓으로 도화원기를 쓰지는 않았군요? 

이제 빠메이까지 들어 왔으니 내부 일은 내일 자세히 둘러보며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밤 댁에는 산타는 다녀갔습니까?

아마 산타는 오지 않았을 겁니다.

바로 님들이 사는 가정이 무릉도원인데 산타가 거기가 어디라고 온답니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래 빠메이춴에 사는 여러분!

세상과 담쌓고 사시니 행복하십니까?

이제 외부에서 사람이 찾아드니 살림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그래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삶입니다.

이 첩첩산중 외딴곳에 대한민국 사람도 찾아오니 얼마나 좋습니까?

 

2 Comments
곰돌이 2010.12.28 17:02  
世外桃園  빠메이 들어가는 동굴을 보니....  이곳이 무릉도원이라고 우길만 합니다 ^^*

빠메이 의 빠(패 ?) 자는 정말 어려운 글자군요...

제 능력으로 표기를 못하겠습니다 ^^;;

(가인님의  한문능력이 대단하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인듯 합니다. ^^*    중국어를 못하신다고 우기시지만.... 여행시 글을 읽으실 수 있으면  여행하기 한결 수월할 듯 합니다.)


이제 가인님의 후배들이,  빠메이 무릉도원. 세외도원을  많이 찾아 갈 겁니다 ^^*
佳人1 2010.12.29 09:12  
마을로 드나드는 방법이 도연명이 쓴 세외도원과 비슷하기에 빠메이라는 마을이 특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쟁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이 모여살던 곳...

그 이야기 마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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