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로 가는 길-08 엘로라 석굴 감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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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의 인도로 가는 길-08 엘로라 석굴 감상 1

Ducky 0 2672

이번 여름 인도를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막내도 중 2가 되었습니다. 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일정은 3주간 뭄바이 - 아우랑가바드 - 카주라호 - 바라나시 - 자이푸르 - 아그라 - 푸쉬가르 - 델리입니다.



엘로라 석굴 감상 1편



인도에는 종교적인 인공 석굴이 몇 개나 될까?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니 어떤 분이 시원스레 대답을 해 주었다.

“현재까지 발견된 인도 불교석굴의 수는 대략 1,200여개. 데칸고원 서부를 남북으로 달리는 서(西)가츠 산맥의 고원 절벽에 900여개의 불교석굴이 있다. 대부분의 인도 석굴이 뭄바이가 속한 마하라쉬트라주(州)에 있는 셈이다.”

엘로라 34개 석굴 아잔타 28개 석굴 엘리펀트섬 3개 석굴, 총 65개 석굴. 인도에 1200여개가 있다고 하니 약 5,4%, 솔직하게 말한다면 몇 개의 석굴은 들어가지 않았으니 65개의 석굴을 방문한 것은 아니다. 그래놓고 인도의 석굴에 대해서 아는 것 같이 글을 쓰는 것을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도 써 놓지 않는다면 잊혀지고 마니까 쓸 수밖에 없다.


인도 사람들은 왜 석굴을 팠을까? 그 분의 웹사이트에 역시 막힘없는 대답이다. “데칸 서부지역에 도착한 스님들은 처음엔 나무와 풀로 거처를 만들었다. 점차 언덕의 중턱과 정상에 석굴을 뚫기 시작했다. 언덕 위 암벽의 돌들은 파기 어려울 만큼 단단하지 않았다. 일단 개착된 석굴은 내부가 대단히 시원했다. 작업이 단순해 나무와 풀로 땅 위에 세우는 건물보다, 비용도 훨씬 덜 들고, 살기에도 편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점차 석굴을 파기로 생각했을까?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엘로라 석굴 중 빠른 것은 4세기에 건축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때라면 망치 곡괭이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도구만 있었을 시기다. 하나의 석굴을 마련하는데 한 사람의 평생이 모라랄 수 있는 시기였다. 그때 나무와 풀로 만든 거처보다 ‘시원해서’ 석굴을 뚫었다는 것은 의심해 볼 말이다. 엘로라, 아잔타의 동굴은 석굴로서 사암(砂巖)으로된 중국 돈황의 지질(地質)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우리가 본 대부분의 석굴들은 모두 치밀한 설계에 의해서 시작된 석굴들이다. 또 한쪽에 마련된 스님들의 침실공간은 형편없이 좁고, 불편하게 되어있다. 이런 것으로 짐작컨데 석굴조성의 원인은 좀 더 큰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석굴을 팔때, 위쪽부터 팔까? 아래 쪽 부터 팔까? 다시 말하면 천정부터 만들까? 바닥부터 만들까? 아니면 중간을 먼저 파고 아래 위로 팔까? 석굴의 설계가 완성되었다면 그것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아마 가장 파기 쉬운 방법으로 만들었겠지. 그러나 석굴을 관찰해 보면 위쪽 부분을 먼저 파서 천정을 만들고 아래로 파 내려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천정과 기둥 윗부분에 섬세한 조각과 장식을 넣자면 자연히 파기 쉬울 때 조각하였을 테니까. 아래부터 팠다면 천정을 만들 때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것을 보면 석굴 조성은 바위를 파들어 간 것도 굉장한 공사이지만, 그 설계도 주먹구구가 아닌 치밀한 과학이었을 것이다.


석굴사원의 구조는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차이티야(Caitya 塔廟窟))굴로, 대체로 장방형으로 길고 안쪽 끝이 둥근 말발굽형태이며, 둥근 곳에 탑이나 보살상등을 봉안해 두었다. 기본적으로 예배대상인 탑과 그것을 둘러싼 통로가 있고, 탑의 앞쪽으로는 예불이나 집회를 위한 공간이 있다. 천정은 보통 터널식 천장(볼트, Vault)이다. 다른 하나는 비하라(Vihara 僧院窟)굴이다. 커다란 장방형의 홀을 중심으로 각 면에 작은 방들을 마련한 형식이다. 중앙의 큰 홀은 강의나 집회 장소, 또는 참선 수련의 장소로 사용 하고, 각 벽면에 작은 방들을 마련하여 침실로 사용했다. 천정은 보통 평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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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신상(神像)이 틀림없는데 협시불들이 관능적인 몸매를 하고 있어 ‘간다라’스타일과는 다르다. 또한 현재의 불상에서는 생략하고 있는 성기(性器)를 표현하고 있다.



또 우리가 답사한 석굴안에서 불을 사용했던 흔적을 많이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미루어 -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석굴의 인구와, 사용기간을 고려한 - 석굴사원에서 식사해결은 굴 밖에서 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또한 빗물 저장고는 몇 군데 발견했는데 화장실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엘로라 유적을 가기 전, 몇 사람의 엘로라 석굴 기행문을 읽었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점은 1번~16번까지의 석굴은 꽤 자세하게 관찰을 하고 나머지 석굴들은 ‘대강 보았다’거나, 또는 ‘관람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30~34번의 자인교 석굴을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더 드물었다. 왜 이렇게 관람했을까? 무척 궁금했지만 실제로 우리도 앞선 사람들의 전철(前轍)을 그대로 밟게 되었다. 그것은 엘로라 석굴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석굴을 감상하는 요령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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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한테 쫓기고 있는 희화적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한 부조



엘로라 석굴은 약 1.6~2Km의 거리에 34개의 석굴사원이 흩어져 있다. 석굴에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것에서 부터 2층 3층으로 되어서 몇 개의 방과 다락을 가지고 있는 것, 카알라쉬 사원(Kailash Temple)과 같이, 그 하나가 한 개의 관광자원을 이루고 있는 것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정말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이 석굴을 모두 구경한다면 얼마 정도의 거리를 걸어야 할까? 대략 잡아도 그 거리는 16Km가 넘을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우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그 거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1번 석굴에서 부터 차근차근히 구경을 하게 된다. 따라서, 반도 구경하지 못하고 지치게 되는 것이다.


엘로라 석굴 감상에는 가이드가 필요했다. 그러나 엘로라에서 가이드를 해 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단지 몇 개의 사원에는 허름한 차림의 인도인들이 시간을 죽이고 있다가 관광객이 가면 슬그머니 붙어서 뭐라고 거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팁을 요구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관행인지 알 수가 없어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팁을 주기가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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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로 화신(化身)한 비쉬누신



엘로라 석굴을 관광하고 난 지금 반성을 하며 다음을 위해 나름대로 엘로라 관람하는 방법을 적어본다.
① 먼저 엘로라 석굴 감상에는 노련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두세 사람의 적은 인원이라면 상대적으로 가이드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꽤 많은 단체라면 가이드를 고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② 가이드를 구할 여력이 없다면 가이드북을 활용해서 34개의 석굴 중에서 꼭 감상해야할 필요가 있는 석굴을 10개 이내로 선발해서 그것만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석굴사원을 특별히 전공하지 않은 사람의 입장으로는 각 석굴의 작은 차이는 알 수 없을 테니까. 10개 이내의 석굴만 제대로 감상해도 성공이다.
③ 감상의 순서를 정하지 말고, 찾기 쉽고 가까이 있는 곳부터 다닌다. 석굴의 번호는 석굴의 중요도나, 조성시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편의상 오른쪽에서 부터 붙여 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의식 없이 모든 관람객이 이 번호를 따라 구경하며 다니고 있다. ‘이게 6번 굴 다음 7번 굴이 어디 있지?’ 이런 무의미한 대화를 하면서.
④ 각 석굴을 지키고(?)있다가 외국인 관광객을 보면 슬그머니 달라붙어 설명을 하는 사람들을 적극 활용하라. 인도인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외국인들도 거의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보라 “이 석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또는 멋있는 것이(Best of best!) 무엇인가?”하고 물어보면 가장 신나서 안내하고 설명할 것이다. 그 석굴을 떠날 때 2~5Rs 정도를 주면 적당할 것이다. 물론 팁이 적다는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절대로 적은 것은 아니다. 또 이 사람들은 다음 굴 까지 따라오지 않는다. 자기의 굴이 있는지 그곳을 벗어나지 않는다.
⑤ 만약 꼭 모든 석굴을 구경해야 한다면 하루의 일정으로는 무리라고 생각된다. 100배에 소개된 것 같이 카알라쉬 사원 뒤 언덕에서 해 지는 것을 느긋하게 감상하고 다음날 더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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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라 석굴감상의 또 한가지 즐거움 - 기둥을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문양(紋樣)들


* 다음은 엘로라 석굴 감상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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