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떠난 부부여행(7편-꼬따오 자마끼리에서의 긴 휴식)
"그런데, 둘이 배낭여행을 가는데 굳이 몇달씩 다닐 필요가 있어?
그냥 한달정도만 돌아보다가 오는건 어때?"
술잔을 부딪히며 친구녀석이 한마디 한다.
"글쎄...평생에 한번 있을까 한 기회인데,그냥 한번 부딪혀 볼라고.까짓거 인생 뭐 있나."
"그래,여행을 통해서 뭐를 얻고 싶냐?"
"흠...뭐를 얻고 싶은건 아니고..
그냥 토해내듯 속에 있는것들을 다 토해버리고 돌아오고 싶다.그게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이야."
"좀 추상적인데?"
"아니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거지 뭐.
그동안의 삶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업셋 하는 느낌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버린 욕심같은게 조금이라도 없어졌으면 하는 그런거 있다이가.
다 내려놓고 작은일이라도 내게 주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좀 생겼으면 좋겠네."
"음..좋은 표현이네..토해낸다...그래,태국 위주로 간다고 했지?
태국바다가 안다만해 맞냐? 안다만 바닷속에 그간 속에 쌓여 있던거 다 토해내고 돌아와라.
그리고 다음에는 나도 같이 가자."
"좋지~그런 의미에서 원샷~"
"자,그럼 우리의 남은 인생을 위해~!"
여행 보름전,안양천 옆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시나리오작가인 친구녀석과의 이별주를 밤새 나누었다.
그렇게 떠나온지 한달여가 지난 지금 나는 꼬따오섬에 와있다.
지난 며칠간 와이파이도 안되는 팬룸에 묵느라 아내도,나도 더위에 지쳐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아내 몰래 전망과 시설이 훌륭한 호텔을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사이리비치나 매핫이 아닌 다른쪽 바다가 보고 싶었기에 티안 오그 베이(일명 샤크베이)에 위치한
자마끼리 라는 호텔을 선택했다.(결과적으로 자마끼리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체크아웃을 마치고 짐을 싸서 나온 우리는 매핫에 위치한 자주가는 커피숍에 잠시 짐을 풀고 아침식사를 한다.
커피맛도 좋고,케익이나 음료수도 상당히 맛있는 카페였다.
매일 하루 한두번씩은 꼭 들르곤했고,꼬따오를 떠나는 그날까지 거의 매일 들르곤 했다.
무엇보다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예쁜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무심히 거리풍경을 바라보는데,선착장으로 배가 들어오는 시간대가되니 호텔셔틀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아,잘하면 우리 호텔 셔틀버스도 있겠구나.'
택시비를 줄일수 있는 기회였다.(태국의 섬들은 교통비가 다소 높은편에 속했다.매핫에서 자마끼리가 있는 샤크베이까지 택시기사들은 400바트,한화로 12,000원 이상을 불렀다)
서둘러 매핫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주변은 하선객들을 태우려는 택시기사,호텔셔틀차량,다이버샵의 차량들로 인산인해였다.
매의 눈으로 탐색하던 나는 호텔유니폼을 입고 '자마끼리'라고 쓰여진 푯말을 들고 있는 직원을 발견했다.
호텔까지 가는길은 생각보다 꽤나 험했다.
구불구불 산길에,급격한 오르내리막길을 15여분간 달려서 도착했다.
리셉션 로비에서 체크인 수속을 마친 나는,웰컴드링크를 원샷을 하고 바로 숙소를 향해 나섰다.
'아....' 누가 먼저랄것 없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아내와 나는 입이 반쯤 벌어진다.
로비를 지나 수영장을 가로질러서 야외 계단을 내려가면 숙소동이 나오는데, 이건 뭐 그야말로 그림같은 풍경이었다.
(리셉션룸에서 웰컴드링크를 마시고 있는 아내)
(리셉션룸 내부 인테리어도 정말 독창적이고 친자연적이었다)
(수영장을 지나 숙소로 내려가는 길)
(리셉션룸을 나오면 이렇게 수영장으로 연결되는 길이 나온다.커다란 바위들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호텔 수영장은 이렇게 커다란 바위들을 그대로 살려서 자연친화적인 아웃테리어를 완성했다)
(수영장을 지나 숙소동으로 향하는 계단)
(숙소동.전객실이 바다조망이라서 조망은 말 그대로 환상)
(계단을 내려가면 이렇게 해변뷰를 자랑하는 숙소동이 나온다)
(아름다운 하늘...태국의 구름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풀바.저녁5시부터는 모든 칵테일을 100바트에 마실수 있다)
(자연친화적인 수영장,아래로는 샤크베이의 절경이 펼쳐진다)
(원숭이의 신,하누만의 조각상이 인상적이었다)
방으로 들어선 우리는 또한번 탄성을 내지른다.
이렇게 바다가 창 가득히 들어오는 뷰는 정말이지 최고중의 최고라고 감히 말할수 있을 정도였다.
샤크베이는 말 그대로 작은 상어들이 종종 바다에 보인다고 하여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숙소동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호텔에서 운영하는 카누,기본 스쿠버를 할수 있는 장비 대여실과 인근 해변으로
무료로 이동시켜주는 호텔전용 선착장이 있었다.
방은 어림잡아 15평 정도는 되어 보일만큼 커다랗고,한쪽면 전체가 테라스 창이어서 조망이 그야말로 끝내줬다.
침대는 세명이 누워도 넉넉할 정도의 크기였고 욕실의 시설또한 훌륭했다.
짐을 풀고 테라스에 나가서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다가 스쿠버를 하기로 했다.
오리발과 물안경을 100바트에 대여해서 호텔앞 바닷물에 몸을 담궜다.
한발 내딛자 마자 그야말로 산호 천지였다.
따로 투어를 나갈 필요도 없이,온갖 열대어들이 버글버글 했다.
우리는 산호를 밟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는데,작은 산호떼가 워낙 많아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렇게 두어시간을 물놀이를 하고 난후 방으로 올아온 우리는 샤워를 마치자 마자 그대로 침대위에 대자로 뻗어서 곯아 떨어진다.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시간은 어느덧 다섯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인터폰으로 호텔 셔틀버스 시간대를 물어보니 버스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하루 두번 셔틀버스가 운행되는데 매핫에서 하차를 하고,다시 돌아가는 셔틀은 불과 30분뒤 출발이었다.
저녁을 사먹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라서 우리는 편의점에 들러서 각종 먹을거리와 맥주를 잔뜩 사서 돌아온다.
(저 의자에 앉아서 몇시간이고 바다를 바라보곤 했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둘째날에는 비가 엄청 쏟아졌는데 테라스에 앉아서 비를 맞으며 캔맥주를
마시니 10년묵은 체증이 내려갈 정도로 시원하고 아찔했다)
(넓직한 테라스와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이 갖춰져 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샤크베이 해변가.거무스름한것이 전부 산호들)
(정열적인 레드톤의 인테리어와 깨끗한 가구들)
(점같이 보이는 스노쿨링하는 투숙객들)
(해변가에는 이렇게 커다란 바위들이 많다)
(호텔전용 비치.이용하는 투숙객이 많지는 않았다)
(해변에서 바로 스노쿨링을 할 정도로 바다가 깨끗하고 열대어가 많았다)
(호텔 주변 조경이 아주 예쁘게 되어있다)
(숙소동 근처에 이렇게 악어도 있다...물론 조형물임ㅋ)
(해질무렵 방으로 향하는 길)
(해질무렵 방으로 돌아가는 길.조명이 예쁘게 켜진다)
(늦은시간까지 수영하는 투숙객들이 많았다)
다음날 일찍 우리는 조식을 하러 호텔식당으로 향한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했다.
불과 며칠전까지 선풍기에,베드버그에,와이파이도 안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시설좋은 호텔에서 며칠 머무르니 종종 좋은곳에서 묵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여행이 고생스러울 필요는 없으니까.
자마끼리에 머무는 3일동안 우리는 최대한 외부로 나가는것을 자제하며 최대한 호텔시설을 누리고,아름다운 경치를 가슴속에 담고자했다.
호텔식사는 보통 태국식은 180~200바트 정도 했고, 피자나 스파게티류는 300바트 내외,스테이크류는 600~700바트 정도했다.
(아침식사.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새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이틑날 비올때의 호텔레스토랑.역시나 운치있다)
(첫날 호텔 저녁식사.우리나라에 대통밥이 있듯이 태국에는 파인애플밥이 있었다)
(호텔레스토랑 내부.역시나 커다란 바위와 나무들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이렇게 자마끼리에서의 꿈같은 이틀이 지나간다.
내일이 마지막 투숙일이라 내일은 최대한 수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한다.
아직 수영을 잘 못하는 나와 아내는 내일 하루종일 수영연습에 매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은 마지막 남은 따오에서의 3일을 머물 숙소도 예약을 해야한다.
장기여행의 또다른 재미는 아내와 함께 인터넷으로 숙소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꽤나 쏠쏠히 재미가 있다.
저녁이 되고,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나와 아내는 미리 사둔 캔맥주 몇개를 꺼내서 수영복만 입은채로 테라스 의자에 앉아서 장엄한 폭풍이 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신다.
그토록 아름답고 파랗던 바다는, 어느새 험악한 검은색의 얼굴을 하고 집채만한 파도를 몰아치며 성을 내고 있다.
바다 멀리 천둥번개가 보이고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대자연의 장관에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몇시간이고 앉아서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바라보는 바다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취기가 오른 아내는 먼저 잠자리에 들고,나는 밤새 그렇게 바다를 마주보며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