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떠난 부부여행(3편-후아힌 두번째 이야기,그리고 다시 방콕으로..)
오늘은 후아힌 야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차암쪽은 별로 돌아다니거나 볼만한 꺼리(?)가 없는 동네 같다.
후아힌쪽은 아기자기하게 가게나 음식점도 많고 볼거리가 꽤 있는 동네였다
그래서 낮에는 숙소에서 푹 쉬다가 저녁에 나가서 저녁을 먹고,야시장을 둘러본다음,후아힌에서 최근 핫(?)하다는
힐튼호텔 바에서 칵테일을 한잔 하기로 계획을 세워두었다.
간만에 호텔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서 독서나 해볼 요량으로 난 한국에서 가져온 두꺼운 책을 꺼내 들었다.
"오빠,대체 그 책을 읽으려고 들고온거야,아니면 그냥 폼잡거나 잘때 배게대신 쓰려고 가져온거야?"
아내의 가벼운 빈정거림을 뒤로하고 드디어 열이틀만에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친다.
사실 한국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cosmos를 재미있게 시청한 터라(평소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했고)
과감히 성경책두께랑 맞먹는 칼세이건의 cosmos를 구매해서 챙겨왔었다.
아....정말 우주는 광활하고 심오했다...너무 심오한 나머지 난 차마 3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들고만다..
슬그머니 눈을 떴을때 해가 살짝 지려고 할 때였다.
본능에 충실한 나는 몹시 허기를 느꼈다.
"밥무러 가야지?"
아내는 그럴줄 알았다는듯 삐죽이 웃는다.
방으로 들어간 나는 인터폰으로 후배에게 동반출격을 지시한다.
우리는 어제 콜했던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건다.
태국의 일몰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고 순식간에 찾아오는것 같다.
어느덧 해는 자취를 감추고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었다.
택시를 탄 우리는 기사에게 짹삐야라는 후아힌 맛집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한다.
말이 부탁이지 사실 상당히 짧고 부족한 태국어라 "빠이 란아한 짹삐야" 정도가 내가 말할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기사도 익히 그곳에 대해 알고 있는지 연신 "알러이 막(아주 맛있다)" 나 "미 츠(유명하다)" 라는 말로 답을 한다.
도착한 짹삐야라는 밥집은 상당히 토속(?)적이고 허름한 밥집같아 보였으나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붐볐다.
미리 검색으로 알아둔 요리를 시키고 자리를 잡는다.
(짹삐야의 입구,사람들로 무척이나 북적였다)
(짹삐야의 내부.간판에 한문으로 정의 라는 글자가 보인다.짹삐야는 정의라는 뜻일까?)
음식은 상당히 맛이 있었다.
일행 모두가 맛있다고 인정할 정도였으니 맛에 관한한 인정할만 했다.(다만 실내에 에어컨이 없어서 너무너무 더웠다)
서둘러 식사를 마친 우리는 길건너편에 야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책자에서 보기로는 후아힌 야시장이 꽤나 볼만하다고 나와있었다.
야시장은 예전 친구부부와 파타야에 놀러갔을때 데프라짓 야시장에 가본게 다였다.
당시 나는 전갈튀김이 정말 먹고 싶었는데,아내가 그거 먹으면 나랑 다시는 키스를 안한다는 협박아닌 협박에
포기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야시장은 각각의 취향이 다르므로 후배&못 , 우리부부 따로 따로 보기로 했다.
야시장의 규모는 대략 300미터 남짓 되어 보였다.
사실 파타야의 데프라짓 보다 볼거리는 좀 적었던것 같다.
(입구에 있는 후아힌이라는 이정표)
(야시장을 알려주는 이정표.왼쪽위에 '딸랃또룽'즉,24시간시장이라고 적혀있고 그 아래에 '헝남' 화장실이라고 써있다. 태국의 화장실 그림은 전부 저 그림인데 자세히 보면 좀 재미있다.두 남녀가 무척이나 마려워 보인다ㅋ)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닭튀김)
(각종 조개류와 해물류)
(가재와 같은 씨푸드식당이 상당히 많다)
(가재의 싯가 . kg당 가격이다)
(다리가 상당히 길었던 모델 새우...-_-)
(어마어마하게 큰 개가 구걸을 하고 있다.저녀석이 나름 명물인듯했다)
(야시장의 가장 흔한? 옷매장들)
(상당히 유명한 집인듯한 또띠노점.사람들 줄이 상당했다.반죽을 저렇게 넓게펴서 계란과 바나나를 넣어 둘둘 말아준다)
(태국은 특히나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맛있다.통닭구이집)
(망고노점.개인적으로 태국에서 먹는 과일중에 수박과 망고가 가장 맛있다)
(이렇게 뭔가?를 새겨주는 장사치도 보이고..)
(다양한 불상들)
(다양한 그림들)
(할로윈데이에 걸맞을 재밌는 장난감들)
두시간 남짓 야시장을 둘러본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는 기념품들을 샀다.
슬슬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목 안마르나? 이제 한잔하러 갈까?"
"그럽시다. 힐튼호텔 바가 좋다는데 거나 함 가보입시다."
우리는 예정대로 힐튼호텔을 가기로 하고 주변 가게 종업원에게 힐튼위치를 물어보았다.
"롱램힐튼 유티나이 캅(힐튼 호텔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물어보는 족족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럴리가 없는데...힐튼이라면 후아힌에서 랜드마크 격인 호텔이라고 들었는데..'
할수없이 나는 정차하고 있던 택시기사에게 물어보았다.
기사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힌딴? 힌딴?" 하시는 거다.
아....그제서야 나는 이해가 되었다.
태국사람들은 ㄹ받침 발음이 잘 안된다.
풋볼을 훗번 이라고 발음하는것만 봐도 그렇다.
'아, 힐튼 발음을 힌딴이라고 하는구나'
여튼 우여곡절끝에 우리는 힐튼호텔을 찾아가게 되었다.
힐튼호텔 주변 상가들이 상당히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았다.
아내는 진즉 후아힌에 숙소를 잡지 않고 차암쪽에 잡은것을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여튼 호텔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야경은 정말 훌륭했다.
(후아힌 중심가의 어느 예쁜 게스트하우스.1층은 기념품가게 였다)
(후아힌해변가에 있는 해산물식당)
(힐튼호텔 바 야외 테이블에서 내려다 본 야경,폰카라 화질이 썩 좋지는 못하지만 실제로는 아름다웠다)
(아내는 칵테일을 한잔 시켰다.난 달리 아는게 없어서 글렌피딕 스트레이트를 시켜 마셨다)
(테이블로 된 좌석과 쇼파로 된 좌석이 있다.좌석은 전부 바깥쪽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살짝 취기가 오른 우리는 호텔근처 맥주집에서 맥주를 한잔 더하기로 했다.
내일은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후배는 공항으로 가고 우리는 녀석을 배웅한 다음 며칠 방콕에 머물다가 꼬따오로 넘어가기로 했다.
후아힌의 마지막 밤이 알싸한 맥주거품과 함께 눈으로,입으로,귀로 녹아 들어간다.
후아힌은 언젠가 다시 한번 오고싶은 곳이었다.
다음에 올땐 외진곳 말고 번화가 깊숙히 숙소를 잡아서 이 이국적인 정취를 가슴속으로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후아힌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어김없이 태국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다시 방콕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방콕으로 돌아가는 차편은 미리 한인여행사에 픽업을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잠은 잘 잤나?"
로비에 미리 내려와 있던 우리는 마침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려오는 후배에게 한마디 건낸다.
"아....돌아가려니 미치겠심다. 추석때 또 올까봐요,근데 표가 있겠습니꺼?"
아쉬움이 잔뜩 묻어난 후배는 벌써 다음에 또 올 날짜를 고민하고 있는듯했다.
'그래 후배야,내가 니 마음 안다...너도 이미 오라오라병에 걸린거야.'
후배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우리를 태운 픽업차량은 방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언제 또 이 도시에 와보게 될까...
아쉬움 가득한 마음으로 창밖의 풍경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난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고정한다.
(방콕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
묘한 그리움 같은것이 스멀스멀 목덜미뒤를 감싸고 돈다.
문득 대한민국이 그리워진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감정에 나는 스스로 짐짓 당황해한다.
사실 살면서 얼마나 원망하고 애증을 느꼈었던 나의 대한민국 이었던가...
하지만 불과 2주남짓 떠나있는 시간의 간격이 내겐 꽤나 길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알수없는 불안함이 순차적으로 머릿속을 기어다닌다.
이 여행의 목적은 뭘까....여행이란 무엇일까...나는 이 여행을 통하여 어떤 결과물을 얻어갈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면 앞으로 나는 무슨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며,내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어쩌면 여행은 단순하게 여행 그 자체로만 생각해야 될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의미들을 억지로 여행을 통하여 얻으려는건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애초에 떠나올때의 초심만 기억하고 그냥 하루하루 이 여행을 즐기자...
아내와 공유할 추억들,그것만 갖고 돌아가는 것만 으로도 이 여행의 목표는 달성하지 않는가..'
마음의 공복상태.
마음을 비우고 나니 뭔가 편안해 짐을 느낀다.
나는 잠시 방콕에서 할일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이내 그 생각마저도 접어 버린다.
꼭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꼭 어딘가를 가야겠다는 생각, 꼭 뭔가를 봐야겠다는 생각...
그런것들을 버리기로 했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숙소에서 하루종일 잠만 자더라도 어쩌면 여행은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아내와의 정신적 공조는 필수조건이 되야 한다.
"드르르르르르~~~푸~~~~~"
앞자리에 앉은 후배의 우렁찬 코곯이 소리가 들려온다.
아내는 내 옆에 기대어 조용히 잠들어있다.
시계를 들여다 본다.
두시 십분...방콕까지는 아직 한시간 남짓 남아있다.
나도 눈을 지긋이 감고 잠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