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 후,
갓난 아이를 안고 동네 어귀를 서성이는 사내를 무능하다고 욕하지 말아주세요
한산한 식당에서 졸고 있는 어린 여종업원을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지 말아주세요
흙밭에서 뒹굴며 노는 아이를 더럽다고 멀리 하지 말아주세요
하나라도 더 팔려고 소매를 끄는 시장통 아주머니를 뻔뻔하다고 놀리지 말아주세요
그런 이유로, 해가 지고 난 뒤에
어둠에 가려진 나를 돌아 봐주세요.
내 무기력한 침묵과 게으른 언어와 궁색한 변명과 뻔뻔한 자위가 보이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