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독촉 겸 보은 여행기) 도로시 & 동쪽마녀 IN 콩찌암 (ONCE UPON A TIME)
망고찰밥님 소도시 여행기 기다리다 제 풀에 지쳐 올립니다.
궁금해서 이미 여러 번 독촉을 드렸던 터라 죄송해서 더는 못 하겠어서요.
(파야오, 난 궁금해죽겠습니다.ㅠㅠ)
2010년 캄보디아 시엠립 여행기 이후 여행기는 10년만이구먼요.
2019년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 사이 돌아본 곳들 중
가장 좋았던 두 곳 (콩찌암, 롬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녀온 곳들 전부 올리는 것이 아니어서 이야기가 듬성 듬성하니 양해해주세요.
백만년만에 친정에 보은합니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야지, 했지만 결과적으로 어제와 비슷한 시간에 깼다.
죽과 토스트 두 쪽,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에는 다행히 파땜국립공원의 선사 벽화 엽서가 있어서
지저분한 것 두 세 장 정도 남겨놓고 전부 다 쓸어왔다.
한 서른 장 쯤 산 듯 하다.
'Once Upon A Time' 은 도로시 말대로 메인 도로 상에 있었다.
오기 전에는 그냥 인테리어 예쁜 커피숍 쯤으로 알았는데
이 곳은 직접 천연 염색을 한 실로 직조를 하고
직조한 천으로 옷과 파우치, 컵받침, 열쇠고리, 모빌 그리고 천 자체를 판매하는 매장도 겸하고 있었다.
뒤뜰에는 염색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염색 작업장이 따로 자리하고 있었고
매장 한 켠에는 아줌마들이 앉아 물레로 실을 뽑고 그 실로 베틀에서 직접 직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들이나 내국인들 중 특히 언니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었다.
실제로 도로시와 앉아 있는 동안 커피숍에 들러 음료를 마시고 간 사람들 99%는 태국사람들이었고
그들 중 반은 커플이었으며
커피숍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은 외국인들보다 내국인들이 월등히 많았다.
오직 이 곳 한 곳만을 보기 위해 일부러 방콕에서 먼길을 오지야 않겠지만
비교적 가까운 큰 도시인 우본이나 코랏 등에서 온 사람들은 놀러온 김에 필수적으로 들를 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Once Upon A Time' 전경.
외국인들은 안쪽보다 이 바깥쪽 테이블을 선호한다.
나와 도로시는 태국인인 듯 태국인 아닌 태국인 같은 외국인이라 안쪽 테이블이 더 좋았다.
커피숍 영문 이름과 아마도 태국 이름.
'Once Upon A Time' 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목화와 실과 베틀.
인테리어 하신 분 최소 천재.
커피숍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다 다양한 패브릭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처마 아래 매달아 놓은 대롱처럼 생긴 저 것은 물고기 잡이와 관계가 있는 일종의 어망 같은 것이 아닐까,
추측하였다.
콩찌암 뿐 아니라 다른 강변마을인 나컨파놈과 농카이 음식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커피숍 한 켠 DIY 코너.
열쇠고리 등은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골라 직접 제작할 수 있다.
나는 곰손이라 하지 않았지만 도로시는 하고 싶어했다.
역시 커피숍 한 켠에서 언니들이 베틀에서 직조 작업까지 하고 있었다.
실을 잣고 직조하는 모습은 미얀마 여행 때 여러 번 보았지만 볼 때 마다 예쁘고 신기하다.
열쇠고리와 컵받침, 각종 파우치들 그리고 장신구들.
나와 도로시는 패브릭 제품에 정신을 못 차리는 편이다.
더구나 전부 천연 염색한 패브릭이라.
나와 도로시에게 참기 어려운 참새 아니 패브릭 방앗간.
천연 염색실과 종이꽃.
음 . . . 그러고보니 꽃을 만든 종이도 천연 염색한 걸까.
아, 지금 보니 이 실을 좀 사올 것을.
도로시는 바느질을 매우 좋아하여서 취미로 자수나 조각보 디자인을 하고 싶어하는 신기한 어린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잘 하여서 아이가 수업 중 만든 조각보가 교내에 전시되기도 하였다.
뜨개질도 제법 잘 하는 터라 다시 봐도 아깝네요.
베틀로 잣은 실로 만든 스카프는 조직이 거칠어선지 생각보다 까끌거린다.
나는 목이 까탈스러운 편이어서 이곳에서 만든 스카프는 구입하지 못했다.
왕골로 만든 가방은 입은 옷의 올을 뜯기 때문에 들지 않지만 저 가방들은 예뻐서 사고 싶었다.
참 예쁘지만 예민한 사람 목에는 까끌거리는 면 백 스카프.
"엄마, 저 드림 캐쳐 정말 예쁘지 않아?
만들기 엄청 힘들었겠어."
"엄마는 아래 삼으로 엮어 만든 것 같은 가방이 예쁘네."
"어, 나는 물고기 열쇠고리가 더 예뻐."
천연재료로 만든 것들로 인테리어를 한 터라 자연스러움 따뜻함 안정감 그리고 편안함이
이 커피숍의 강점이자 특징이자 컨셉이다.
실제로도 앉아 있는 내내 살랑 바람이 가만 가만 불어 시원하고 참 기분 좋은 곳이었다.
천연 염색 작업장.
염색 예술 장인 오빠가 정말 염색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실 잣는 작업장 옆 또 다른 판매장.
판매장이라기 보다 그저 전시해두었다는 편이 더 어울린달까.
어떻게 하면 이래 사람 손끝이 매시랍고 야무질 수 있을까.
아마도 커피숍 어딘가 숙소로 이어지는 공간이 있는 것 같았는데
우리와 같은 롯뚜를 타고 콩찌암에 들어온 프렌치 언니가 이 숙소에 묵는 것 같았다.
참고로 이 커피숍은 교육과 숙박(Edu Stay)을 표방하고 있다.
실제 이 곳에 들른 외국인들 중에는
숙소에 묵으며 염색이나 패브릭 제품 제작 과정을 배우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으며
그 프렌치 언니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던 듯 했다.
"이거 들어올 때 엄마가 찍었어."
"엄마의 손을 믿을 수가 없어.
이 커피숍은 목화와 물레와 천연 염색한 실이 시그니처인데 그걸 빼놓으면 어떡하라고."
에미를 절대 신뢰하지 않는 도로시군.
에미를 신뢰하지 않는 도로시군이 건너편으로 가서 찍은 커피숍 전경.
유러피언 아저씨는 역시나 커피숍 바깥 테이블에 앉으셨네.
우체국에서 쓸어온 엽서를 선애와 혜윤이는 물론 아직 보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내느라
오후 시간 대부분을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쓰고 쓰고 또 써서 안그래도 아픈 손가락 관절이 너무 많이 아팠다.
아픈 손가락을 주무르며 계속 엽서를 쓰고 있는데
같은 롯뚜를 타고 콩찌암에 같은 날 들어왔던 프렌치 언니가 커피숍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작은 동네지, 하며 웃는 그 언니가 참 좋았다.
콩찌암을 나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이 언니는
도로시의 관찰에 따르면 이 곳 숙소에 묵는 것 같다고.
언니는 그림 그리는 작업이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인사를 마치고 언니는 등받이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고
나와 도로시는 커피숍 안을 다시 둘러보며 열쇠고리와 컵받침, 엽서를 샀다.
내가 태국에 살거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는 부자라면
난 아마 이 커피숍의 모든 패브릭들을 종류별로 다 구입하였을 것이다.
이 커피숍은 인포 센터 역시 겸하고 있어서
콩찌암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이 곳에 한 번 쯤은 들를 것 같다.
커피숍 주인이 꽤 영리하고 전략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프렌치 언니가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잠자코 엽서를 쓰던 도로시가 가만히 내 귀에 이어폰을 걸어주었다.
이 노래와 콩찌암과 이 커피숍과 우리 상황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도로시의 이어폰에서는 나지막히 김동률이 흐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는 사람에게 인사, 를 했다고 그는 노래하였다.
따뜻한 그 목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는 일 없는 것 같아도 늘 지치고 낙망하는 매일의 삶에서 놓여나 육중한 마음 내려놓는 때도 있어야 살지.
지금의 고즈넉한 시간이 한없이 감사하였다.
열쇠고리가 너무 예뻐서 진열되어 있는 것을 몇 가지 샀는데 2층에 앉아 있는 프렌치 언니가 마음에 걸렸다.
뭔가 한국적인 것을 하나라도 갖고 왔더라면 좋았을텐데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고민하다가 도로시가 재료의 색깔을 하나 하나 골라서 만든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었다.
언니는 열쇠고리를 받고는 눈물을 글썽였다.
태국에 와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당신이 좋은 사람이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거예요."
언니는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 그림체가 'Tuesday' 작가와 비슷하여 인상적이었다.
언니가 선물이라며 내 모습을 그려줬는데
아마도 서양사람들의 눈에 비친 전형적인 동양사람의 이미지가 있는 모양이었다.
도로시는 엄마와 하나도 안 닮았다고 당황스러워했지만 나는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나는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을 선물로 주었지만 언니는 내게 직접 제작한 세상에 하나 뿐인 그림을 선물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귀한 것이었다.
언니에게 'Bon Voyage' 라고 말해주었다.
프렌치 언니가 그려준 나.
흠 . . . 내 평생 손톱은 빨간 적 없었지만 포인트 되어 예뻐 보이네.
비슷한가요?
열심히 쓴 엽서들을 오늘 우체국 마감시간 전에 부치기 위해 도로시는 빛의 속도로 우체국으로 뛰어가야만 했다.
태국 대부분의 우체국은 내가 우표값만 내면
우표는 직원이 직접 붙여서 외국으로 보내는 엽서로 분류하는 것 같던데
콩찌암 우체국은 우표도 본인이 직접 붙이도록 하는 시스템인지
도로시는 국제 우편 우표값을 내고 엽서에 우표도 직접 붙이고 왔다.
그런데 콩찌암 우체국 직원 아저씨는 우표 붙이기 장인이셨는지
빛의 속도로 붙여서 도로시가 일곱장 붙일 때 아저씨가 나머지를 다 붙였다고.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도로시는 우표 붙이기 장인 직원 아저씨를 그림 일기에도 등장시켰다.
우표를 다 붙인 도로시 눈빛이 우리나라까지 제대로 들어갈려나, 걱정하는 눈빛인 것을 눈치챘는지
아저씨는 매우 똘망한 눈빛으로 걱정말라고 했다고.
결과적으로 단 한 장 누락되는 것 없이 모두 무사히 우리나라 각 지인들의 손에 잘 들어갔다.
콩찌암 우체국 직원 아저씨 짱.
엽서를 다 부치고 숙소비를 정산하기 위해
은행에서 환전을 한 뒤 서서히 땅거미 내려앉는 콩찌암 거리를 도로시와 천천히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어쩐지 미얀마 므락우보다 오히려 더 많이 내 지복의 유년시절과 닮아
할머니 생각에 자꾸만 눈시울 붉어지게 하는 콩찌암에서의 마지막 날.
콩찌암에서는 따뜻하고 행복하였다고 기억하고 기록한다.
색감 고운 열쇠고리들.
아까워서 쓰지 못하고 고이 모셔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