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빠이
그녀는 튀긴 물고기와 찰밥 쏨땀 따위를 늘어놓고 와인을 마셨고 나는 한잔을 거들다 맥주를 들이켰다. 열대의 밤이었으나 고도가 높아서인지 끈적한 습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초록에 둘러싸인 수영장 가장자리 테이블 위엔 유리관에 씌워진 촛불이 경계를 선언하듯 단호하게 붉었다. 아무런 육체 운동도 하지 않는다는 내게 그녀는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날씬한 거야?”
“난 하루 한 끼만 먹잖아.”
“그렇지만 넌 매일, 그것도 계속 술을 마시잖아?”
“난 술만 먹잖아. 다른 것 없이.”
이에 야무진 결의를 표한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선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나도 이제부턴 술만 마시겠어!”
그녀는 내가 머물던 리조트의 젊고 예쁜데다 무려! 처녀인 사장, 자신의 아버지가 처음 시작했을 당시 단 두 채뿐이었던 리조트를 이어받아야 했기에 몇 해를 수학했던 영국에서 돌아와 거기에 그렇게 있었다. 그 눈빛과도 어울리게 올록볼록한 몸체를 지닌 그녀는 아침, 리조트의 오픈키친으로 생수를 가지러 갈 때 만나면 타이트한 셔츠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서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올린 채 정원에 물을 뿌리다 살가운 인사를 전해온다. 예의 사람을 설레게 하는 그 눈웃음과 함께.
반년을 머물던 빠이, 그녀를 마주하던 시간은 두 달이었다.
이곳에선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판타지가 다른 곳에선 그렇게 홀연히 일상으로 맞닿기도 한다. 그녀의 리조트와 그녀가 언급된 에세이는 그녀에게 안겨질 것이고 대응 차원에서 따라지는 맥주를 나는 마실 것이다. 그러하니, 그러한 시절이 예약돼 있으니 내 비록 이 모양 이 꼬라지로 세월이나 축내고 있다한들 어찌 목을 맬 수 있으랴.
여름, 뜨거운 날들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