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는 날의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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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는 날의 불안감....

고구마 1 407

(2003년 글입니다.) 

 

 

출발하기 전날부터 내린 비가, 다음날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는 순간에도 계속해도 죽죽 내렸다.

조그만 삼단우산을 두명이 쓰고  공항버스 정류장 까지 오는 동안 이미 배낭은 다 젖어 버렸고, 망할노무 버스는 20분도 넘게 기둘려서야 왔다. 게다가 이미 일년전에 물을 먹은탓에 상태가 늘 오락가락 하던 코닥 카메라는 그날 아침 완전히 맛이 가서 전원도 켜지지 않는 최악의 상태가 되버린게 아닌가...일단은 가져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카메라를 구겨넣었지만 우울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일단 올라탄 공항버스에서 우리 옆자리에 앉은 뾰족턱 인간은 그야말로 자리에 앉기 시작해서 공항에 도착 하는 내내 휴대폰으로 시시껄렁한 농담을 친구들과 주고 받는데다, 가끔씩 통화를 쉴때는 깡통을 뿌지직~우그러트리면서 내잠을 방해했다. 젖은 옷과 카메라 때문에 기분이 이미 나빠 있던 나는 그 뾰족턱의 핸폰을 창밖으로 집어던지고 찌그러진 캔으로 머리를 긁어주는 상상을 하니 좀 참을만 해졌다.  티켓팅 할때는 바로 우리앞에 선 가족들의 표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옆라인의 사람이 세 번씩 바뀌도록 계속 수속중이었다. 그때까지 환전도 안하고 있던 우리의 마음은 조급과 짜증으로 변했고, 이런 좋지 않은 기운이 앞으로의 여행을 방향 지우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 우려가 단지 기우로 끝나기를...

1 Comments
동쪽마녀 2020.08.17 18:39  
고구마님, 지난 여행기 정리하시느라 그간 조금 뜸하셨구먼요!
고구마님 글 올라와서 너무 좋아서요.
옆자리 뾰족턱 인간은 버스 타면 종종 볼 수 있는 종류의 배려 개념 무탑재 인간이지요.
저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우리 고구마님도 화를 내시는구나.^^
정말 버스 밖으로 저런 사람과 휴대폰이 같이 집어던져진다면 얼마나 속 시원할까,
그럽니다.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글들 읽으러 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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