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를 떠나기 전의 액션들~ 그리고 뭔가 잘못되어지고 있다.
(2003년 글입니다.)
우리가 태국으로 오기 전, 우리는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꼬 낭유안을 가기로 결정을 보았다.
꼬 낭유안은 꼬 따오에 딸린 매우 작은 섬인데 하나의 리조트가 독점적으로 숙소를 관리하고 있는 곳이며, 매우 작은 3개의 섬을 서로 잇는 아름다운 해변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해변에 서면 앞에도 바다 뒤에도 바다가 펼쳐지는 매력적인 꼬 따오... 어쨌든 이 섬에서 이틀을 같이 보내기로 의기투합한 후 4000여밧짜리 방 하나를 포함해 총 4개의 방과 7명분의 춤폰행 야간 침대 열차표를 우리부부가 예약했다. 7명중 우리가 제일 먼저 태국에 도착하기 때문에 일단 우리 부부가 미리 모든 준비를 해 놓는게 매끄러운 일정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우리의 신용카드와 현금을 이용해서 모든 지불은 끝났고, 머나먼 이국에서 만나 신나게 노는 일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빠이에서 인터넷을 하며 접한 소식은 우리를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꼬 낭유안에서 만나기로 한 일행이 결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태국에 올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도 알 수 없다는 소식이 남겨져 있었다. 꼬 따오에서 조우하기로 한날에서 불과 일주일을 남겨둔 상태였다. 으음....충분히 공감이 가고 또한 마음 아픈 사정이었기에 우리는 이해와 동시에 막막함을 느꼈다.
“ 이제 어떻하냐...?”
“ 글쎄..무슨 수가 생기겠지..혹시나 올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차후 연락을 기다려 보자...사정이 생겼다고만 했지 아예 못 온다는 이야기는 없잖아..그치? ”
“ 아....왠지 걱정돼.. 원래 나쁜 예감은 잘 들어맞잖아....”
그후 내내 그일에 관해 곰곰이 생각한 우리는, 이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거란 결론을 내렸다. 이제 남은 것은 환불과 그에 따른 복잡한 절차 들 뿐이다. 잘 되야 될텐데....
빠이에서 이틀을 보내고 치앙마이 도착 후 제일 먼저 한일은 기차역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사실 기차표 같은 경우에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국가에서 운영 하는건데 리펀드야 당연히 해줄테고 문제 되는건 환불에 따른 패널티 차지를 무는 정도일 테니까...한장당 20%씩의 차지를 물고서 나머지 80%는 현금으로 받아낼수 있었다.
“ 으으..무슨 차지를 20%나 물린담...”
“ 그러게 말이야..그래도 해주니 다행이다.. 이제 인터넷 까페 가서 호텔 예약 취소 해야지...”
인터넷 까페로 돌아온 우리는 우리의 불행한 사정을 설명한 메일을 빈약한 영어 실력을 총동원해 예약 사이트로 보내고, 방콕 현지 사무실에 전화로 다시 연락을 했다. 그쪽 사무실에서는 긴장한 우리가 무색할 정도로 선선하게 캔슬을 오케이 한다고 답했고 그에 대한 사항을 요왕의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모든 것은 잘 해결되어지는 듯 했다. 우리는 단지 열차표에서 손해를 봤을 뿐인거다.
잠깐씩 무거운 기분에 어깨가 쳐지고 말수가 적어졌지만, 결국은 모든게 잘될거라는 자기 최면으로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리곤 했다.
그후 이틀 동안 틈틈이 인터넷 까페에서 메일 체크를 해보았지만, 메일은 오지 않았고, 월요일날 방콕에 도착하면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치앙마이에서 시간을 마감하고 있었다.
카오산으로 가는 여행사 버스 티켓을 나이스 플레이스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 장당 250밧에 지불하고 표를 끊었다. 표를 파는 카운터에는 불친절하고 건들거리는 태국 청년이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돈을 지불한 영수증을 가방에 챙겨 넣고, 일요일 오후마다 차량을 통제하며 타페 거리에서 열리는 거리 시장을 구경하고 난 후 버스 출발 시간인 오후 6시 반에 맞춰 나이스 플레이스로 돌아왔다.
게스트 하우스 마당에는 트레킹을 끝내고 카오산행 버스를 기다리는 여행자와, 트레킹 준비를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듣는 사람들 그리고 각자의 목적으로 여기에 모인 몇몇의 여행자들로 북적 거렸다.
힘든 트레킹을 마치고 짐을 싸고 있던 3명의 백인 여성 여행자들은 게스트 하우스 한켠에 있는 커다란 비닐봉지로 자신들의 젖은 옷을 싸고 있었다. 그때 였다. 그곳의 한 직원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 그 비닐 봉지 돈 지불 한거요?”
“ 아..아뇨.글쎄...이거 프리 아닌가요? ”
“ 프리? 돈을 내지 않고 가져 갈수 있는 건 없소. 공짜는 없단 말이지. 이거 마련하는데 우리는 돈이 든단 말이오”
“ 오 ..알았어요. 됐어요. 우린 이거 가지지 않을래요”
키작고 어린 점원이 다가와 그들에게서 3장의 비닐 봉지를 되받아 다른곳 으로 옮겨놓았다.
그 직원은 아까 했던 말을 이제는 좀더 큰소리를 되풀이 했고, 그에 대응해 여성 여행자들도 “ 오케이. 그만해요. 알았으니 됐어요.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라는 식으로 대꾸했고, 분위기는 아까보다 좀더 좋지 않았다.
다시 그 직원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넌 그걸 지불했어야 했어. 그리고 그것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너의 가이드는 멍청해. 그리고 너 또한 멍청하구. 너는 퍽킹 스투피드 야.. 퍽유!!” 음...퍽킹 이라는 말이 나오자 거기 있던 태국인 스텝과 여행자들 모두에게서 “ 이젠 그만해. 모두 스톱 하라구!!” 라는 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제지 당하는 분위기를 느낀 그 직원은 빠르고 격앙된 어조의 태국어로 계속 무슨말을 지껄였는데 내용은 알수 없지만 아마도 죻지 않은 말인거 같았다. 휴우~~
모이라던 시간인 6시반을 훨씬 넘어서야 픽업트럭이 왔고, 뒤늦게서야 우리는 카오산행 여행자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어느 주유소 앞에 당도할 수가 있었다. 나이스 플레이스에서 우리를 늦게 터미널에 데려다 준 덕택에 10명 남짓한 우리들 무리는 어느 버스에 오를 수 있을지 잠깐 우왕좌왕 했는데 만석인 한 버스에서 서양인 한 커플이 내렸다. 여자는 아직 어린 강아지를 품안에 꼭 안고 있었다. 그들 대신 우리가 그 차에 오를 수 있었다. 나는 먼저 차에 올라타고는 요왕이 우리의 배낭을 짐칸에 넣는걸 창밖 너머로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서양남자와 버스 안내군 사이에 주먹질이 오가기 시작했다. 둘이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교환하는데 뒤쪽에서 바짝 바른 태국인 할아버지가 가세해 그 서양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서양인은 순간적으로 안내군의 멱살을 놓고 이번에는 그 태국인 할아버지랑 같이 엉켜 싸웠고 그 당시 모든 여행자들은 차안에 다 타고 있고 주위에는 오직 배낭을 넣기위해 기다리고 있던 요왕 밖에는 없었다. 차안에서는 “ 오 마이갓 오픈 더 도어” 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요왕은 할아버지가 맞는걸 보고는 도저히 안되겠던지 가운데 들어서서 말리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러다가 혹시나 빗맞기라도 해서 요왕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는거다. 요왕의 적극적인 말림 덕택에 싸움은 곧 진정됐고,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본 여자는 개를 꼭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창밖의 그림은 ‘인정사정 없다. 노인도 걸리면 팬다’는 액션~ 스타일에서 개를 가운데 두고 우는 여자와 그녀를 달래주는 남자, 한쌍의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비춘 멜로~ 스타일로 변해버렸다.
“ 도데체 왜 싸우게 된거야?”
“ 재네들이 짐이 좀 많잖아. 아까 너도 창밖으로 봤지? 먹을 거 바리바리 싼데다가 산만한 배낭에 기타까지......서로 겹쳐져 있는 짐들 사이에서 자기네 짐 찾느라고 그 남자랑 안내군 사이에 시비가 붙었나봐...”
“ 어휴...그랬구먼..근데 아까 그 할아버지는 말리려고 달려오는줄 알았는데 서양애 뒤통수 막 때리더라...노인네가 참 다혈질이구먼...싸움은 말리랬는데..”
“그러게 말야...근데 내가 싸움 말리면서 뭐라고 했게? 짜이 옌옌 이라고 했다”
“ 그게 뭔데?”
“ 태국 말로 ‘침착하세요’ 라는 뜻이야. 짜이 옌옌 이...하핫~”
“ 푸하하..우끼다...만약에 우리나라에서 한국사람이랑 서양애가 싸우는데 다른 외국인이 다가와서 외국인 특유의 그 억양으로 ‘침착 하세요~’ 그러면 얼마나 황당하겠냐...낄낄”
“ 에휴 ...그나저나 내일 방콕에 도착해서 예약 사무실에 일이 잘 해결되야 될텐데...”
“ 그러게...모두 잘 될 거야..걱정마...”
버스는 방콕으로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