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행 : 다시 여기 바닷가 - The Prologue 4/5
- 안내 -
즉흥적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다 보니
이야기의 짜임새가 허술한 것 같아서
지난 프롤로그를 다시 쓰는 수준으로
리라이팅 했으니 재독 부탁드립니다.
^^;;
* * *
태국에서의 캠핑 여행은 기대만큼 자유롭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삶과 여행에 적응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라오스는 국립공원도 캠핑장도 없는, 시스템 바깥의 오지
어쩌면 나를 찾는 캠핑 여행의 최적지이자 이상향일 지도
자유란 성장을 통해 세상과 분리된 단독자로 거듭나는 것
자유란 그 독립성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것
4th Tour
루앙푸라방 - 루앙남타 - 치앙라이
1999년 저는 휴양여행을 테마로 하는
여행 정보(커뮤니티) 회사를 오픈하고
휴양 여행 전문가로 다시 태어납니다
푸켓에서 휴양 문화를 일찍 접하고
과거 상처의 치유를 경험했던 것이
그런 일을 벌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휴양 여행 붐이 일면서
저는 높이 높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한창 때는 최고급 리조트들을
장기간 돌아다니고 묵으면서
리조트 책을 쓸 정도였습니다
지금 이런 캠핑 여행이 그렇듯
그 때는 이게 제 삶이었습니다
너무 밝고 눈이 부셔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아찔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왜 이런 이미지를
먼저 보여드리냐면은
과거의 제 삶이 나중의 삶과, 또 이제 여행하는 라오스와
얼마나 멀었는지를 표현하고, 느끼게 하고 싶어서입니다
또, 제 모터사이클 캠핑 여행에 깃든
휴양의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해서고
자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현실 세계로 돌아갑니다
하나 - 둘 - 셋 - 레드 선
여기는 라오스
때는 2015년
라오스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색다른 표지판이었고
두 번째로, 더 강렬하게 눈에 띈 것은
강에서 씻는 사람들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왔음을
시스템 바깥 세계에 왔음을
첫 캠핑은
학교에서
밤에 산에 불을 놓는데
많이 위험해 보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이 분의 초대로
살고있는 집에 가보았습니다
나를 찾는 삶 여행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먼저 '가짜 나'를 걷어내야
'진짜 나'가 온다는 겁니다
그것은 사회에서 만들어진 나,
즉 직업, 사회적 지위 같은 걸
모두 지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바닥의 순례자가 되어
마음을 계속 정화해야만 합니다
제가 정말 하고자 했던 게
바로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인간 원형으로
돌아가는 여행
자존심을 내 버리고
자존감을 얻는 여행
그로써 세상과
하나되는 여행
주유소에서 친절한 분들을 만나 점심을 얻어 먹습니다
(위 세 사진은 한참 나중에 잔치집에서 찍은 겁니다)
루앙프라방으로
넘어가는 산길
산 정상 부근에서
샛길을 올라가보니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갖춘
최적의 캠핑 스팟이 있습니다
드디어 원하던 캠핑 여행의
그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음 날 아침
산책 중에 본
풍경과 텐트
한껏 기분이 업된 상태로
루앙프라방에 도착합니다
사실 루앙프라방에서는 캠핑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들린 사원에서 캠핑을 허락합니다
그것도 오는 사람도 없고 아주 조용한 정원이었습니다
이 사원에서 며칠 있으면서
루앙푸라방과 친해집니다
정말 듣던 대로 멋진 도시더군요
신비한 느낌의 메콩 강과 자연에
프렌치 스타일의
카페, 레스토랑에
그런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캠핑 하고 있는 사원에서 만난
한 어린 스님의 방이었습니다
스님이라기보다는
그래피티 예술가
ㅎㅎㅎ
루앙푸라방을 떠나 북으로 가다
팍몽 근처에서 캠핑을 합니다
스타일이 점점 와일드해집니다
모든 게 너무 잘 풀려 불안하던 차
아니나 다를까 고비가 찾아옵니다
팍몽에서 무앙싸이로
넘어가는 30km 산길
길 자체도 험한 데다가
전 구간에서 공사중이라
진행이 아주 어렵습니다
최악은
먼지
또 대형트럭은
어찌나 많던지
그 와중에 돼지와 가축들이
여유롭게 길을 건너다니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 길에서 8시간인가 사투(?)를 벌이다가
무앙싸이 10km 앞둔 곳에서 넘어집니다
주민이 약을 발라주는데 꾸벅 좁니다
그 정도로 피곤하고 지쳐 있었습니다
안 되겠는지 집에서
한숨 자라고 합니다
냉큼 들어가 잡니다
깨워서 일어나보니 깜깜한 밤이더군요
밥 먹고 자랍니다. 냉큼 먹고 또 잡니다
ㅎㅎㅎ
지금은 이렇게 농담을 해도 그 때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디뎠던 손목이 많이 아파서 뼈에 금이 간 줄 알았습니다
나를 찾는 여행이고 뭐고 여기서 다 끝났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5시부터 아침 9시까지
무려 16시간을 죽은 듯이 자고 나니
손목도 괜찮고 힘이 생기는 겁니다
잠보다 더 컸던 것은 조건 없이 저를 도운
이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였을 겁니다
눈물이 나도록 그립네요
꼭 다시 찾아가보렵니다
죽었다 살아난 저는
다시 용기를 내서
여행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제 여정의 가장 북쪽인
보텐 중국 국경에 도착합니다
https://goo.gl/maps/6egu4Eq3xWf1bHR26
엄마
나 일등 먹었어!
가 아니고
"나 딴 사람 됐어!"
저를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는데
저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입니다
오후까지 이불을 안 개고 있는 저를 보고 뭐라 하는 엄마에게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어. 어차피 다시 펼 이불을 뭐하러 개?"
라고 말했다가 등짝을 세게 두들겨맞은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불(침낭)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집(텐트)를 새로 지었다 허물고 있으니
이런 저를 엄마가 보았다면
뭐라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2012년 돌아가시기 두 달 전 병원에서)
떠드는 사이 루앙남타를 거쳐
와일드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무앙씽이란 동네에 도착합니다
(놀라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
그리고 이 똘똘한
친구를 만납니다
저처럼 멋진 남자가 되고 싶다며
집에서 콜라를 갖다주던 이 친구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말은 안 했지만 마음은 이랬습니다
나는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용감하고 멋진 남자가 아니야
나를 떠난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약한 남자야
무앙롱으로 더 깊이 들어가다가
또 한 번 넘어집니다
그런데 넘어지는 기술이 생겼는지
몸은 안 넘어졌습니다
먼지구덩이 된 스쿠터를
흐르는 강물에 씻습니다
하지만
그때뿐
학교
캠핑
간만에 오프로드에서 벗어나
아스팔트에 고마음을 느끼며
루앙남타 시내를 바라보는 위치에서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캠핑을 합니다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다시
돌아온 저는
이제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없습니다
푸치파
치앙센
경찰서
도이뚱 근처 소방서
오지 마을
매쌀롱
더 이상의 캠핑 이야기는 필요없을 것 같아 생략하는데
태국 북부에서 약 2개월을 캠핑하면서 돌아다녔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얘기는
매쌀롱에서 만난 프랑소와에 관한 겁니다
프랑스에서부터 태국까지
히치하이크로 왔다는
정말 미친 여행자
그의 스타일이 궁금해서
같이 캠핑을 해봅니다
갖고 다니는 텐트가 없습니다
즉석에서 텐트를 만듭니다
텐트라기 보단
타프Tarp 개념
ㅋㅋ
예술로 피우시던지
한 방에 엄청 넓혀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자꾸 텐트 없이 자려고 하는 거 ㅋ
휴...
멀리까지
오셨습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1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정착한 집을 보여드립니다
사이에 위치한 한 시골마을
홀로 떨어져있는 집
살지 않은 폐가
쓰려고 했던 책을 씁니다
<여행하는 삶>
자본주의 너머의
인간과 사회에 관해
오늘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 미친 서문도
이제 한 편
남았네요
저는 지금 끄라비에 있는데
페리로 코 야오야이를 거쳐
푸켓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다음은
제 고향
푸켓에서
뵙겠습니다
2020년 8월 15일
끄라비 타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