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독촉 겸 보은 여행기) 도로시 & 동쪽마녀 IN 롬싹 (푸힌롱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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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독촉 겸 보은 여행기) 도로시 & 동쪽마녀 IN 롬싹 (푸힌롱끌라)

동쪽마녀 18 936

망고찰밥님 소도시 여행기 기다리다 제 풀에 지쳐 올립니다. 

궁금해서 이미 여러 번 독촉을 드렸던 터라 죄송해서 더는 못 하겠어서요. 

(파야오, 난 궁금해죽겠습니다.ㅠㅠ) 

2010년 캄보디아 시엠립 여행기 이후 여행기는 10년만이구먼요. 

2019년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 사이 돌아본 곳들 중 

가장 좋았던 두 곳 (콩찌암, 롬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녀온 곳들 전부 올리는 것이 아니어서 이야기가 듬성 듬성하니 양해해주세요. 

백만년만에 친정에 보은합니다.^^ 

 

 

< FROM LOEI TO LOMSAK > 

롬싹 가는 날. 

4시간 정도 가야 하는터라 배가 고플까봐 

버스터미널 매점에서 버터코코넛 과자와 타로포, 웨하스를 잔뜩 사서 

롬싹 가는 롯뚜를 함께 기다리는 아줌마들에게도 나눠주고 

롯뚜표를 판매하는 아저씨에게도 나눠주었다. 

일종의 뇌물이자 친한 척이랄까. 

함께 동승하는 사람들은 유시시에 나를 챙겨줄 사람들이고 

롯뚜표를 판매하는 아저씨는 우리의 큰 가방에 대해 어느 정도는 눈을 감아줄 것이다. 

암튼 결과적으로 나는 큰 가방 추가비용으로 백밧만 더 지불하였다. 

그것만 내도 되어서 너무 고마웠다. 

 

9시 반 쯤 되니 작은 롯뚜에 모두 다 수용이 될지 몹시 걱정이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롬싹에 가려고 모여들었다. 

과연 이 롯뚜를 탈 수 있을까, 

나와 도로시도 걱정되었지만 큰 가방이 정말이지 매우 걱정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다른 태국사람들은 좌석의 편의대로 이리 저리 옮겨졌지만 

나와 도로시는 그래도 외국인이라서 봐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 안 통하니 그냥 포기하는 것도 같고. 

 

너무 피곤하여 고개까지 격하게 떨구며 졸다 어느 순간 눈을 떴는데 눈 앞에 산이.  

이싼지방은 산이 없는 평야지대인데 국립공원들이 몰려 있는 이 곳에는 산이 있다. 

국립공원 가는 길에 있는 푸탑벅은 운해가 절경인 곳이기도 하다. 

졸다 말다 하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롬싹이라고. 

함께 과자 나눠먹으며 걱정 말라고 나도 롬싹에서 내린다던 아줌마도 롬싹이라고. 

내려보니 정말 롬싹 시내 간이정류장 맞네. 

우리를 내려둔 롯뚜 기사 아저씨가 우리 짐을 내려주며 어디 갈 거냐고 물었다. 

워라찻 호텔 간다고 하니 같이 내린 아줌마도 같이 뚝뚝 아저씨를 물색해준다. 

콩알만한 뚝뚝이 당첨되었는데 한가로이 서 있던 할아버지는 '누구, 나?' 이런 느낌이어서 너무 웃겼다. 

아줌마가 50밧으로 흥정해주고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합심하여 그 콩알만한 뚝뚝에 우리 짐을 실어주었는데 

짐을 욱여넣고 나와 도로시까지 억지로 구겨 타자 모두들 빵, 터져서 막 손 흔들어주고

아, 롬싹 너무 좋다!  

 

그 작은 뚝뚝으로 숙소까지 나와 도로시와 큰 가방들을 실어다 주신 할아버지께 고마워서 

70밧을 손에 꼭 쥐어드렸다. 

걷는 속도와 다를 바 없었지만 초행길에 그리 작은 골목에 위치한 숙소를 우리가 어찌 찾았겠나.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체크인을 하고 '푸탑벅'과 '푸힌롱끌라 국립공원',''왓 파썬깨우' 투어에 대해 주인 언니에게 물어보았다. 

언니는 롬싹에는 택시가 없다며 자신이 전화를 해서 물어보겠다고 하였다. 

푸탑벅에는 구름 보러 가느냐며. 

그런데 푸힌롱끌라는 왜 가는지 물어서 '란 힌 뿜' 을 보고 싶어서 간다고 대답하였다. 

카오커국립공원은 안 가느냐 물어서 

일단 먼저 세 곳을 다녀보고 좋으면 그 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왜 '파썬 깨우' 는 빼놓는지 물으니 

앞 선 두 곳과 완전히 다른 쪽에 있어서 세 곳을 묶어 하루에 다 돌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뭐 할 거냐고 묻길래 일단 밥을 먹어야겠다고 하니 

저녁 때 숙소에 돌아와 있으면 투어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얼굴 하얗고 예쁜 언니가 똑똑하고 일도 잘 하고 성격까지 시원 시원하네. 

 

푸탑벅 운해를 보고 싶어서 아침 6시에 출발하겠다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숙소에서 푸탑벅까지 택시로 거의 1시간 거리여서 

최소 아침 5시에는 숙소에서 출발하여야 운해를 볼 수 있었던 건데 

나는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인 줄 알았고 일출 시간도 너무 늦게 잡았던 탓에 

운해는 볼 수 없었다. 

푸탑벅 가는 도중에 해가 떠올랐고 푸탑벅 도착해서는 해가 아주 중천에 더 있있다. 

내 평생 다른 나라 운해를 또 어디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게으름을 부렸을까. 

그깟 놈의 잠 죽으면 싫어도 쭉 자는 것을. 

 

푸힌롱끌라국립공원 입장료는 어마어마하였다. 

1인 500밧에 무슨 입장료 1인 15밧. 

그에 비해 내국인 가격은 40밧. 

아, 진짜 거 너무한 것 아니오! 

도로시는 눈 앞에서 천밧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정말 화를 냈다. 

어쩌겠니. 

외국인 이중가격제가 더운 나라들 공통 룰인 것을. 

그래도 푸힌롱끌라 역시 들고 나는 길은 절경이어서 그나마 마음이 풀렸다. 

 

푸탑벅도 멀었지만 푸힌롱끌라는 더 멀었다. 

가는 길에 핏사눌록 표지판이 보이길래 뭐지, 하였는데 

푸힌롱끌라는 펫차분보다 핏사눌록에 훨씬 더 가깝다고 기사아저씨가 알려주셨다. 

그랬군. 

 

비싼 돈 내고 왔으니 아주 구석 구석 샅샅이 보고가겠다고 

열의를 불태우며 두 주먹 불끈 쥔 도로시가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웬지 안내인 신분증으로 보이는 명찰을 목에 건 오빠가 다가와서 

명찰을 보여주고는 알 수 없는 태국어로 뭔가 설명해주었다. 

뭐지, 했는데 눈치 빠른 도로시는 이 공원 루트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일단 입구에 있는 루트맵 사진을 찍고 들어가니 오빠가 어쩔 줄 몰라했다. 

왜지, 그러면서 걸어들어가는데 웬 할아버지가 따라오시더니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아, 이 국립공원은 팀별로 가이드가 따라붙나보다. 

처음엔 귀찮을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가 길 안내는 물론 안전하게 발 디딜 곳도 말씀해주시고 포토존도 알려주시고 

무엇보다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포인트마다 짚어주시는데다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식물과 서식지도 정확히 말씀해주셔서 좋았다. 

 

푸힌롱끌라 '란 힌 뿜' 은 지형이 정말 신기하기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화산폭발로 생겨나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에 의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니 

사람이 세운 그 어떤 건축물 같은 것과 비교할 바 있겠나, 싶었다. 

처음에는 비싼 입장료 때문에 울화통을 터뜨린 도로시도 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할 정도였다.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역시 압권이었으며 숲 특유의 청량함 때문에 기분 좋고 상쾌하였다. 

가이드 할아버지가 문득 땅에 쪼그려 앉으시더니 우리를 부르셔서 함께 쪼그려 앉았는데 

뭔가 길쭉한 타원을 그리셨다. 

그리고는 그 원을 반으로 가르시고는 너는 위쪽이야 아래쪽이야, 하고 물으셨다. 

도로시가 냉큼 아래쪽이죠, 했더니 엄청 만족한 웃음을. 

할아버지 정은이 아시나? 

 

"그걸 어떻게 몰라. 

 뉴스에 계속 우리 문재인 대통령 나오시고 

 김정은하고 트럼프 나란히 앉아 얘기하는 거 나오고 또 나오고 그랬는데."  

 

참 그랬지. 

우리가 낭롱 버스터미널에서 우본행 버스 기다리고 있을 때 

뉴스에서 그 장면이 나오고 또 나오고 했었지. 

어쨌든 우리나라 이슈를 알고 계시는 할아버지 최소 인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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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찌암 파땜국립공원에서의 교훈을 거울 삼아 입구의 루트맵은 꼭 찍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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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힌 뿜' 지형은 정말 꼭 저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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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땅이 아니라 전부 바위인데 조각난 바위가 아니라 그냥 하나로 되어 있어 땅처럼 보인다. 
태어나 처음 본 뭐라 말 할 수 없이 신기한 지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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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bedding' 이 뭔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사층리' 라고 되어있다. 
사층리는 또 뭐래. 
사층리는 층리 방향과 엇갈려 줄무늬가 있는 사암으로 된 단층 쯤으로 봐야 할 듯 하다. 
내 눈으로 본 대로 아주 쉽게 말하면 
바위층에 무늬가 있는데 그게 마치 소고기 장조림 찢어놓은 결처럼 생겼다. 
그것도 신기한데 그게 조각난 바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땅 전체를 덮고 있어서 
언뜻 보면 그냥 땅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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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폭발로 생겨나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쳐 이런 모습이 되었다니 
자연의 힘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을 만큼 큰데  
인간들은 그걸 모르고 까불고 깝작대고 있으니. 
어마어마한 자연의 부메랑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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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에 녹아 서로 들러붙은 찹쌀떡들 
혹은 한 덩어리 티라미슈 케익을 금 그어 나눠놓은 것
그것도 아니면 W. H. Auden 시인의 노년기 얼굴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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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바위가 아니라 그냥 바닥 전체가 이렇다니 
세상 어디에서 이렇게 신기한 지형을 만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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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힌 뿜' 최고 정상 고지 점령! 
우리 가이드 할아버지는 어쩐지 사진 찍히는 것을 매우 좋아하시는 듯 했다. 
사진마다 한 귀퉁이를 차지하셔서 아예 시원하게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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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힌롱끌라국립공원을 돌아보며 이 때는 이것으로도 너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롬싹과 가까운 카오커국립공원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것. 
러이 체류를 하루 정도만 하고 컨깬도 2박 정도로 줄이고 
콩찌암과 롬싹 국립공원들에 올인했어야 했다. 
후회는 언제나 늦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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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싹에 체류하고 있었을 때가 2월 초 쯤이어서 대기질이 훌륭하지 못했었나 보다. 
높은 곳에 올라갈 때마다 늘 시야가 뿌연 것이 대기질 탓인 줄 이 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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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크랙. 
생각보다 크랙이 넓고 깊어서 나는 이런 나무 다리가 나올 때 마다 엄청 소름끼쳤었다.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잔인한 역사까지 더해져서 더 무서웠다. 
다시 생각해도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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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힌 뿜' 은 굳이 해석하자면 '뾰루지 바위' 쯤이라고.  
뾰루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지 않니. 
석가 머리 모양 같다고 하는 게 훨씬 현실성 있는 비유이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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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도로시 찾기. 
나는 돌이다, 돌이다, 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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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도로시다! 
까꿍, 우리 공대 오빠 같은 딸램 도로시.^^ 

신기한 '란 힌 뿜' 지형에서 나와 숲길로 들어섰다. 
지금 생각해보면 길이 외길이구나, 싶었던 것은 순전히 가이드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나 같은 길치는 나오는 길을 못 찾고 같은 장소를 빙글 빙글 돌았을 확률 백퍼라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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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나와 다시 입구 쪽으로 거의 다 와 갈 무렵 
가이드 할아버지가 저 위 쪽 보라고 손짓을 하셔서 보니  
'란 힌 뿜' 정상이라며 가이드 할아버지가 인증샷을 찍으라고 하셨던 바로 그 곳에서 
한 떼의 내국인들이 와글거리고 있었다. 
'여기가 정상이래, 우와! 풍경 죽인다' 뭐 그런 말들임이 분명한 와글거림이라 
도로시도 나도 풋, 웃었다. 
거기서 우리도 그랬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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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 . . 다시 보니 W. H. Auden 의 주름살 뿐 아니라 어쩐지 코끼리 응가 같은 느낌도. 
구운 찹쌀떡 혹은 티라미슈 같다고 한 말들 전부 다 취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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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힌롱끌라국립공원 '란 힌 뿜' 들어가는 입구. 
맨 왼 쪽 초소 같은 곳에 가이드분들이 모여 계신다. 
우리 가이드 할아버지도 거기 계셔서 다시 한 번 인사드리고 주차장으로 걸어나왔다. 

우리가 투어를 워낙 일찍 시작해서 
왕복 2,400 미터 거의 2시간을 걷고 나왔는데도 오전 11시 반 쯤이었다. 
말이 2,400 미터지 평지 아닌 오르막 내리막 섞인 험한 길이어서 꽤 힘들었다. 
힘들었던 것으로 치면 파땜국립공원이 최고였지만. 

공원 입구로 돌아오자 가이드 할아버지께서 다시 한 번 신분증을 보여주시더니 
가이드 비 300밧이라고. 
안그래도 200밧이나 300밧 쯤 드릴려고 했는데 
맘 편하게 정해진 액수를 말씀하시니 고마울 뿐이지요. 
이것 역시 외국인 가격인지 어떤지 모르겠다. 
내국인 그룹과 함께 다니던 다른 가이들들은 어쩌면 팁처럼 받았는지도. 

쉬지 않고 계속 걸었던 게 힘이 들어서 그늘에 앉아 잠깐 쉬었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와 잎 스치는 소리 외에는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 뿐인 
고요하고 평화로운 휴식이었다. 
문득, 행복하였다. 
아,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구나.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현재' 는 그것이 찰나여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어서 귀하디 귀한 것이다.  

쪼그려 앉아 있는 나와 도로시를 발견한 아저씨는 '란 힌 택' 에 데려다 줄까, 물으셨는데 
'란 힌 뿜' 에 너무 만족한 우리는 안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그대로 숙소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아저씨는 푸힌롱끌라 국립공원 이곳 저곳을 보여주셨다. 

'란 힌 뿜' 을 나와 맨 먼저 들른 곳은 종이꽃 가득한 정원이었는데 
이곳 특유의 지형과 어우러져 한없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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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거리는 질감이 영락없는 종이라서 절대 생화 같지 않다고 생각하였지만 생화 맞다. 
꽃만 바스락거릴 뿐 잎사귀는 살아있는 식물. 
실제 이름도 종이꽃 (로단테) 라고 한다. 
신기한 만큼 예쁘기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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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종이꽃 가든 인증샷.

 

이곳의 사층리 지형과 어우러져 아낌없이 흐드러진 종이꽃이 한층 신기하고 예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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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증샷 포즈를 취하려던 도로시가 문득 뒤돌아보더니. 

 

"엇, 엄마, 저 언니 저 바위에 어떻게 올라갔을까?"  

"바위까지 계단 같은 돌이 놓여있다거나 오르막길이 있다거나 하겠지. 

 가보면 알지 않을까."  

 

호기심에 올라갔다가 도로시는 매우 후회하게 된다. 

도로시 샌들 신은 발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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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층리 단층에서 볼 수 있는 바위 또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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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꽃 가든 거의 다 나와서. 

와, 역시 푸힌롱끌라국립공원 내 한 곳 답다. 

저 빽빽한 숲은 실제로도 시각적으로도 굉장한 청량감을 주었다. 

숲은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 

 

들아갈 때는 몰랐는데 종이꽃 가든 입구에 커피숍이 있었다. 

아마도 소수민족이 운영하고 그 수익금은 모두 소수민족에게 돌아가는 소수민족 후원 커피숍인 듯 했다.  

이런 건 꼭 마셔줘야 한다.   

들어가니 웬지 소수민족으로 보이는 바리스타 할머니가 계셔서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고 말씀드리니 아마도 우유를 넣어줄까, 물으시는 것 같았다. 

우유와 설탕은 넣지 마시고 얼음은 쪼끔만 넣어주세요, 라고 말씀드렸는데 

얼음을 너무 적게 넣었더니 커피 양이 너무 적어졌다. 

바리스타 할머니는 그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샷 내린 걸 더 넣어줄까, 하시는 것 같았는데 

못 알아듣고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마셔보고 후회했다. 

말그대로 완전 아메리카노라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투 샷으로 마시는 까탈스러운 내 입에 밍밍하였지만 

그건 순전히 내가 바보여서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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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수민족인지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바리스타 할머니가 영어를 커피 용어와 하나 둘 셋 정도만 할 줄 아셔서 여쭤보는 것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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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내부. 

바리스타 할머니를 닮아 소박하고 귀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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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바리스타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귀엽고 소박한 바리스타 할머니의 귀엽고 소박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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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이게 웬일이야!"  

"히잉, 아까 그 언니가 서 있던 바위까지 올라갔는데 비탈길이 흙투성이여서 이렇게 됐어."  

"그러게 거길 뭐 하러 올라갔어 그래."   

 

말은 이렇게 했지만 

무슨 탄광에서 48시간 석탄만 캐다 나온 것 같은 도로시의 까만 발을 보고 둘 다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누가 보면 태국 석탄은 혼자 다 캐고 온 줄 알겠어요. 

그런데 또 발은 통통한 애기발이어서 웃다 울었다. 

 

주차장으로 가려고 종이꽃 가든을 나오면서 

출입문을 열어주던 관리인 아저씨에게 "고맙습니다"  하니 바로 "한국인" 이라고. 

아니, 그런데 왜 다들 나더러 태국사람이라고 하냐구요. 

 

기사 아저씨 차를 찾으니 아저씨는 그늘에 세워둔 차 안에서 한창 오수 중이셨다. 

어차피 이른 아침이었던 것은 마찬가진데 아침 5시에 나와서 운해를 볼 것을, 

하는 후회가 다시 밀려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3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너무 너무 피곤하였지만 바트화가 하나도 없어서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 

밥을 먹으려면 환전을 반드시 해야 해서 

혹여 은행문 닫을까봐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크룽스리은행으로 뛰다시피 갔더니. 

와, 청경아저씨가 셔터를 막 내리려던 참이었다. 

내가 황급히 뛰어들어가니 들여보내주셨다. 

원래 태국 은행은 오후 4시까지는 영업을 하는데 

롬싹은 워낙 시골이어서 그랬는지 오후 3시 반이면 영업 마감한다. 

안내 직원이 어찌 왔느냐 물어서 환전하러 왔다고 하였는데 

영업 마감하려던 참이어서 아마도 점장님이 나와 앉아 계시다 당첨되신 듯 하였다. 

아무튼 점장님께 환전하러 왔다고 말씀드리니 

엥, 얘는 왜 이 시간에 이 곳에서 내게 영어를 구사하고 그러니, 하는 얼굴이었다가 

혼자 빵, 터지셨다. 

환전한 돈을 건네주며 내게 하신 말씀 때문에 

직원 전부와 아직 남아 있던 몇 안 되는 고객들까지 빵, 터졌다. 

"안녕히 가세요. 태국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사람." 이라고 하셔서.  

유쾌하신 점장님, 저도 질 수 없지요. 

"네, 저는 한국사람입니다. 내일 또 만나요, 태국사람." 하며 배꼽인사를. 

전 직원이 다 빵, 터졌다. 

그리고 은행 마감시간에 걸리는 바람에 점장님 제외 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경아저씨의 안전한 에스코트를 따라 은행 뒷문으로. 

공유 좋아하는 언니들, 반가웠어요.   

 

아직 저녁 시간이 되기 일러 덜 들어선 장에서 망고, 무삥을 사들고 숙소로. 

배고프던 참에 숙소 근처 병원 앞에 국수 노점이 서길래 한 그릇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주문을 받던 국수집 딸내미 중 하나가 내게 어디서 왔어요, 하고 묻길래 

한국서 왔지요, 대답하니 너무 좋아하였다. 

예쁜 남의 집 귀한 딸

 

안전하고 유쾌하고 행복하고 의미 깊고 무엇보다 참 감사한 하루였다.  

18 Comments
요술왕자 2020.06.23 11:52  
알찬 하루였네요~
동쪽마녀 2020.06.23 13:35  
네, 말씀대로 엄청 알찬 하루였어요.
여행 중 가장 유쾌한 하루이기도 했구요.
에고, 나무 의자에 앉아서 도로시와 박장대소하던 때가 너무 그립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요술왕자님!
설현 2020.06.23 12:01  
조.......족........ㅂ......바..........ㄹ
동쪽마녀 2020.06.23 13:36  
어린이 족발이오?
아하하.ㅋㅋ
도로시가 설현님 댓글 읽었을 때의 반응이 약간 궁금합니다.^^
설현 2020.06.24 09:44  
장난 이었습니다...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동쪽마녀 2020.06.24 12:38  
그럼요, 설현님.^^
비 많이 내려 시원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옵니다!
타이거지 2020.06.27 09:50  
비실이 동마님인 줄로만 알았어요 ㅠㅠ
에너지가..장난아니셔요^^!
믓지구리~^^!그나저나..
도로시군이 한 체격 하는데요?!......키가???
동쪽마녀 2020.06.27 18:16  
타이거지님, 제가 쪼만할 때부터 체력하고 지구력은 떨어지는데 완전 악바리였어요.
그거 하나로 어떡하든 버티는 편이었는데 나이 드니 그것도 한계가 있더이다.ㅠㅠ
죽는 줄 알았습니다 힘들어서요.
도로시는 두 체격해요.^^
키 170CM 이고 골격도 튼튼한 편이구요.
공대 오빠라니까요.ㅋㅋ
타이거지 2020.06.27 19:41  
헉!!
일칠공 ㅡ..ㅡ"
실화져?!
흐미~
깨갱~깨갱~깨갱~ ㅡ..ㅡ."..뭐..먹고자픈거 읍냐?? 도로시군^^!! ㅡ..ㅡ"
동쪽마녀 2020.06.27 19:53  
매우 실화여요.
저희 엄마 아빠는 도로시가 더 클 줄 아셨나 봐요.
아이 성품이 좀 헐렁한 편이어서 최소 172CM 까지는 너끈히 클 줄 알았는데
(애비 키가 있어서 최대 175, 6CM 까지 내다봤어요)
고딩 되면서 크는 속도가 좀 느려지더니 고 3 쯤부터는 거의 안 크더이다.
도로시 키가 커서 다들 아무 것이나 다 잘 먹고 가리는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덩어리에 비해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가리는 것도 많아요.ㅠㅠ
나중에 뵈면 아이스크림 많이 사주세요.^^
타이거지 2020.06.27 20:06  
하하하!!
베스킨 아이스께끼 바께스컵 ㅡ..ㅡ"...일곱색깔무지개^^!
동쪽마녀 2020.06.27 20:28  
도로시가 좋아하는 맛이 세 가지 쯤 되어요.
그 맛으로 사주세요! 
편의점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잘 먹어요.^^
타이거지 2020.06.28 04:39  
편의점???
한덩치 한다잖아욧!! ㅠㅠ
주먹만 불끈 져도,쓰리 강냉이 우수수~
임플란트 하느니 ㅠㅠ 차라리..
베스킨 라빈스 써리^^원!!..세갸지를따블로..버라이어티팩~으루다가
알아서 모시는게 낫지 시퍼요 ㅡ..ㅡ"
공심채 2020.07.04 21:45  
국립공원 외국인 입장료 관련하여 저도 예전에는 차별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국립공원이니 당연히 관리에 세금이 들어갈 것이고, 그러니 세금을 내는 자국인 대비 세금을 안 내는 외국인에게는 돈을 더 받는 게 어쩌면 더 합리적인 생각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으로 만든 제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워크퍼밋이 있는 외국인(즉, 세금을 내는 외국인)에게는 자국인과 동일한 요금을 받더군요..

란 힌 뿜의 깃발이 있는 저 곳이 '파추통'이란 곳인데 70년대에 탐마셋을 비롯한 대학생들이 합류하여 공산당이 이 지역에서 한참 저항활동을 하던 시절에는 저 곳에 공산당 깃발이 걸려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상징적으로 아직도 태국 국기를 걸어 놓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란힌뿜은 입구에 있는 가이드분들 도움을 받는 편이 좋은데, 제 경우에는 요금은 무료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인지상정이라고,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아무것도 안 드리고 나오기는 거시기하여 저도 몇 백 밧 정도 드리고 나왔습니다. '무료'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up to you'인 듯..

란힌떽에도 란힌뿜과 비슷하게 절벽 지형에 둥글둥글한 돌들이 있는데, 차이점은 '떽'이란 이름 그대로 갈라진 틈들이 많아 곳곳에 나무 다리가 놓여 있더군요..
동쪽마녀 2020.07.04 22:36  
우리나라 문화재에서 외국인입장료를 내국인과 다르게 적용하여 받는다면
저 역시 괜찮다고 말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태국이나 미얀마의 경우 그 액수 차이가 너무 심한 터라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도로시하고 저하고 둘이 토탈 1,030밧이나 냈거든요.

아, 란 힌 뿜 깃발 있는 곳 이름이 '파추통' 이었구먼요!
크랙이 너무 무섭고 얽힌 역사도 소름이고 하여 란 힌 택은 가지 않았지만
란 힌 뿜에도 그런 저런 크랙이 꽤 많았어요.
제가 상상초월 겁쟁이인데 크랙 지날 때 마다 말그대로 덜덜, 떨면서 지나다녔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서웠어요.ㅠㅠ

아, 공심채님께는 가이드 비를 무료라고 하였군요!
그럼 제가 현지분들은 어쩌면 팁 형식으로 받을지도 모르겠구나,
짐작한 게 맞았나 봅니다.
공심채님 말씀대로 정해진 액수가 있는 게 외국인인 저는 마음 편해서 좋았지만요.

롬싹이든 펫차분이든 갈 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공심채님!
망고찰밥 2020.10.02 23:09  
제가 가본 나라중에 내국인 외국인 요금 차별이 가장 큰 곳은 스리랑카였습니다. 심하면 100배 차이나기도 합니다.
동쪽마녀 2020.10.03 00:03  
망고찰밥님, 스리랑카도 가 보셨구먼요!
그런데 외국인 차별 요금이 백배라니 어휴,
성질 나쁜 저는 못 가겠어요.
망고찰밥 2020.10.03 21:57  
저도 한달 계획으로 갔었는데 질려서 보름만에 비행기표 날짜 바꿔서 나와버렸습니다. ㅎㅎ 길거리 음식도 너무 안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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