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하나로; 따루따오 두번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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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하나로; 따루따오 두번째날

orbitz 4 1206
아침에 영국청년이 방갈로 창문을 두드린다
나가보니 삼십분후에 집합이란다
아홉시에 모여 450을 내고 관리인이 점심값이라며 90 밧을 따로 걷는다
롱테일 보트를 섭외했는지 해변에 벌써 와 있다
배를 오르기 전 영국청년이 내게 돈 뭉치를 내밀며 뱃사공에게 주라 해서 세어보니 사백이십밧이다
머릿수는 여덟인데 450 곱하기 8이면 3600 아닌가
왜 이것밖에 안주지?
인당 오십밧은 피어에서 해변갈때 정도의 뱃삯이다
뱃사공에게 내미니 세어보고 어이없어 고개를 젓는다
관리인놈은 우리에게 더리쟙을 주고 나와보지도 않네 그려

한시간 밤을 달려 koh kai 도착
작디작은 무인도이다
Lover's Gate에서 커플들은 사진찍고 뽀뽀하고 즐거워 한다
반대편은 암반인데 그 돌을 중심으로 한바퀴 돌면 꽤 예쁜 수중 탐험을 할 수 있다
이섬은 두시간 이상 놀거리는 없다
너무 작고 나무그늘도 없는 땡볕이다
가끔 스노클팀들이 오지만 사진 촬영 십오분후 떠나버린다
그들은 멋진 쾌속선으로 제대로 된 투어와 점심 장비를 가지고 신속히 움직인다
긴 꼬리배라니
우리팀 애들의 낙담한 표정들이 역력하다
나빼고 모조리 유럽애들인데 이십대 많아봤자 삼심대 초반이 한명
입밖으로 내어 불평하기엔 다들 너무 어리고 착하다
무거운 맘으로 배에 올라 그늘이라도 드리워진데서 밥을 펼친다
삼천육백밧받고 뱃사공 사백이십주고 착복한 공원 관리놈이 콤보로 사기친 점심꼬락서니보소
구십밧 짜리 밥덩이는 작은 치킨부스러기가 간간히 든 볶음밥인데 아주 소량이 종이에 사각형으로 말려있다 물은 사십밧에 한병을 따로 팔았으니 백삼십 짜리 점심일세
여덟명 점심이랍시고 작은 비닐봉지 하나 내밀때 의아했었지

누구도 말이 없다 관리인녀석 오십대 무슬림새끼
알라가 사기치라고 가르치더냐
그넘 참 마눌이랍시고 음식에 의욕도 관심도 없는 거 얻어 사는구나 평생 천벌받은 놈

영국애가 자기가 주선하고 미안한지 뱃사공에게 다른 포인트를 데려다 달라고 네고한다
뱃사공은 착한 어린 이십대 청년이다
여기 데리고 가라 전화로 들었다 손짓발짓한다
돈을 넘 조금받아 여기만 해도 왕복 세시간인데 억울하다한다
영국애는 고집을 피운다 여기 더 볼 거 없은데 이제 뭐 할거야 뱃사공애는 따루따오로 돌아가지 뭘 더해
그럼 따루따오 섬 한바퀴 돌아줘

졸지에 꼬리배 하루종일 타는 신세가 되었다
바이킹 크루즈 선전이 이렇다
Spend time being there
Less time getting there
우린 getting there 에 온종일을 쓰고도 getting nowhere
이런 썅

피부관리하려고 오후 네시나 수영을 나서던 내가 오늘 임자만나서 하루종일 뙤약볕 공격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네
잠깐 쉬어가자 정박할 만한 데가 있냐 물어본다
내려준 남쪽 오지에는 뻘이 있고 독거노인이 개 여섯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다 개커플과 강아지 넷이다 두어달 정도 되어보이는 강아지들이 매우예뻤다

강아지들을 보고 모두 힘이 나서 조잘조잘 웃고 떠든다
노인이 건물안에 숨어 있다가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모두 합창하여 인사를 건넨다
이런데서 사람이 살아
저사람 혼자사나봐 아내도 없나봐 웅성웅성
이탈리안 소녀가 현명하게 의견을 낸다 아내란 없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
잠시후 노인이 쟁반에 보온병과 커피잔 다섯세트 커피한병 새 담배 한개를 받쳐 나온다
수줍어하며 다시 건물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노인
유럽애들은 벙쪄서 이게 뭐지 우리 먹으라는 건가 우리에게 팔려나봐 웅성거린다
나이 좀 더 먹은 나는 댓가없이 먼저 베푼 친절을 이해하고 한잔씩 타서 돌렸다
다섯잔의 커피
아무것도 없이 사는 사람이 가진 것을 다 내어 방문객을 대접하는구나
보온병밑에 이백밧을 접어 둔다

배가 달리고 달린다
모두들 널부러졌다
더위와 지루함에 말 한마디 없이 참아내다가 돌아온 문명
그래봤자 물과 전기들어오는 캠프일망정
배에서 내리며 모두 환호했다
그와중에 얼굴안좋은 사공
우리를 붙잡고 돈 더 달라 애걸한다
십분동안 읍소하는 이 사공청년과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우리무리들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던 무슬림 관리새끼가 걸어온다

우리를 다그친다
돌아온다는 사공을 데리고 따루따오 섬 한바퀴 돌게 했지?
돈 내!!!
모두 백밧씩 다시 뜯겼다
내가 나서서 이놈아 네가 먹은 커미션으로 줘라 하려다가
이놈이 무슬림인것이 맘에 걸려 나서지 않았다
혼자 다니는 여자를 떠돌이 개취급 하는 무슬림과 돈관계로 감정 건드려서 오지에서 시체로 발견되긴 싫다
게다가 나혼자 내라는 것도 아니고 십시일반으로 백밧
팁 준셈 아닌가
뱃사공이 안스럽고 관리인놈이 혐오스러운데 그놈이 한술 더떠서 더 묵고 가라고 영업을 한다
아니다 난 내일 출발한다고 뒤돌아섰다

따루따오 섬은 광활하고 약간은 무서운 곳이었다
아오판테는 시스템이 돌아가고 사람이 좋아보이던데 아오몰래는 부패한 느낌이다 누구도 모르게 이사람 혼자 뚱땅거리는 살림같다
마운틴 바이크가 이섬의 하일라잇이었던 거 같다

남편한테 이멜이 와 있다
개를 개시터에게 찾아왔는데 살이 몸무게 십분의 일 정도빠지고 냄새도 난다고
집떠나면  개고생이지
개스파 데려가서 목욕시키고 블루베리훼이셜도 해주겠다고 한다 ㅎ
4 Comments
필리핀 2016.04.21 19:24  
헐~ 무슬림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놈이 나쁜놈이서 그런 거겠죠...

암튼, 고생하셨네요...
orbitz 2016.04.21 22:01  
네 매순간이 웃겼어요
싯콤을 보는 듯한 하루였습니다
그 아저씨도 그냥 그런 놈이죠 섬에서 낙이 없는 환경 공무원인 셈인데...그래도 당시엔 글쓴 그대로 미운맘도 들었어요
고구마 2016.04.23 14:50  
그 관리인 인간. 평생 그런 정신머리로 나쁜짓 좀 솔찮히 했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배 한대 띄우는데 그만치나 떼어먹다니...
무슬림이고 뭐고 사람인성은 종교랑 아무 상관없더라고요. ㅠㅠ
orbitz 2016.04.24 03:02  
하하 맞아요
무슬림 운운 마누라 운운
험담하면서 신나고 고소하고 웃겨요
여행하면 본모습이 나온다는 말이 맞네요 이런 인간이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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