쏭판 말 트레킹 - 할 말 많다. 우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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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판 말 트레킹 - 할 말 많다. 우쒸~

고구마 3 603
(2005년 글입니다.)



사실 쥬자이거우는 하루만 투자해서 보고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그곳에서 나올 작정이었는데, 경치에 반한 나머지 다음날 오전도 구경하기로 했다. 표 값을 무지막지하게 올린 것이 자기네들도 미안한지, 표는 유효기간이 이틀이다. 둘쨋날 새벽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냥 이곳에서 청두로 갈 것인지, 아니면 원래 하려고 했던 말 트레킹을 하러 쏭판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 왈가왈부 떠들고 있었다.

하루 한 대, 아침 밖에 없는 쏭판행 버스를 놓친 걸 알고 난 후... 비싼 택시를 대절해서 쏭판으로 가는 것 보다, 오전 구경을 마친 후 오후 한시 청두 행 버스를 타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나의 의견! 하지만 ‘우리가 쏭판 아니면 어디서 말을 타겠냐’라는 요왕의 의견에 밀렸고, 결국 택시를 대절해 2시간 만에 쏭판으로 다시 되돌아오게 된다.

트레킹 사무실로 가서 1박2일의 트레킹을 위한 돈을 건네고, 트레킹 때 필요한 물건을 몇 가지 사 모으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 해진다. 제발 너무 힘들지 않기를....


트레킹 첫날
아침 8시 반부터 시작된 트레킹은 일단 우비를 입는 것으로 시작됐다. 젠장~ 오늘도 비가 어김없이 오는 거다. 말 트레킹 사무소 옆 공터는 수십 마리의 말들과 그놈들이 싸질러 놓은 똥 더미들로 그득하다.
오늘 우리와 함께 갈 일본인 커플들과 여행자 한 명마다 붙는 가이드까지 총 8명이 오늘의 우리 팀~ 그나마 우리만 달랑 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각각 29살 23살의 케이찌 군, 나오미 양과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각기 배정해주는 말에 올라타는데, 올라타는 순간부터 크리스토퍼 리브 아저씨가 생각난다. ‘낙마사고를 주의 합시다’라는 취지의 홍보물을 찍다가 말에서 떨어져 전신불구가 되어버린 슈퍼맨 아저씨의 얼굴이 이때 딱~ 떠오르다니... 쩝
말에 올라타는 것도 다리 짧은 나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의 내 가이드가 들어 올리다시피 해서 안장에 겨우 기어 올라가니, 시야가 확~ 틀려지는 것이 좀 무섭다.

 


근데 어찌된 이유로 내말이 요왕이 탄 말 보다 훨씬 더 키가 큰 걸까... 하여튼 뭐 튼튼한 말 타고 가면 좋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놈의 말은 몸만 튼튼하지 머리는 좀 모자라는 돌쇠 같은 놈이었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다른 말들은 전부 오른쪽으로 가는데, 내 말만 왼쪽으로 가는 거다. 얘 왜 이러냐...
하긴 뭐 그럴 수도 있지...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내말이 이탈하는 걸 본 내 마부가 재빨리 달려와 방향을 바로 잡아준 덕에 다시 대열에 낄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말 위에 앉혀진 채로(이건 그냥 보릿자루처럼 얹혀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 다른 방향으로 실실 가는 그 짧은 시간이 꽤 당황스러웠다. 자자~ 의연하게 대처하자. 괜히 오늘의 관리대상으로 찍히지 말고, 산뜻한 표정유지!

두 번째 갈림길.....
이번엔 왼쪽 길로 가야 되는데 또 이놈의 마새끼만(이쯤되니까 좋은 소리 안 나온다.) 오른쪽으로 실실 올라가는 거다.
체면이고 뭐고 꽥 소리를 지르니 마부가 고삐를 잡고 방향을 돌려주긴 줬는데... 하하~ 분기점으로 돌아와 다른 말 따라갈 생각은 안하고 우리가 지나왔던 길로 그냥 쭈욱~냅다 지 혼자 달리는 거다. 도대체 니가 뭐가 불만인겨.... 내가 미쳐!! 이게 웬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람...
게다가 무작정 달리는 것도 겁나 죽겠는데, 길옆으로 딱 붙어 가는 바람에 늘어진 나뭇가지가 얼굴을 사정없이 때려버렸다. 약간 혼이 빠진 나는 속도를 줄이려는 마음에 그 나뭇가지들을 손으로 잡아버렸는데 그 덕에 몸만 뒤로 휘청 넘어가고 손만 상했다. 아유~ 머저리... 말이 달리는 힘을 그깟 나뭇가지 부여잡는 힘으로 어째 막아보려고 했다니... 모자는 이미 날아가고 더불어 정신도 조금 나가버렸다.
뒤에서 달려온 마부가 급히 고삐를 채서 더 이상 달리진 못했지만, 트레킹 시작한지 두 시간도 안 되서 이 꼴을 당한 나는 말이 서자 울음이 퍽~ 터져버렸다. 아이고... 19살 밖에 안 된 마부 앞에서 이게 웬 주접이냐구요~

자자... 잘 좀 봐주라... 내가 니 고삐를 못되게 당기거나 배때지를 차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얌전히 앉아있을 뿐인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엉!

낮은 산 하나를 넘으니 도로가 나오고 이 도로를 따라 멋지게 타박타박 경보를 하니 어느 정도 말 타는 기분도 나고 아까 일은 좀 흐릿해졌다.

두 번째 산으로 진입하니 또 Y 갈림길 등장...
- 자자... 착한 말아, 이번에는 제대로 가 줄 거지? 그치? 설마설마설마 ...  이런 젠장!!!
다른 말이 다 오른쪽 산중턱으로 가는데 이 못된 마새끼만 왼쪽 길로 기어 내려가는 거다.
도대체 왜 그랴!! 이번에도 마부가 급히 달려와 재빨리 방향을 반대로 틀어주긴 했는데, 켁~ 이게 뭐람! 방향을 틀자마자 내 눈앞에 나타난 건, 웬 집의 지붕에서 삐죽 나온 철봉이(아마 빗물 받는 용도인 듯...)었다. 고개를 숙이기에 타이밍을 놓쳐버린 나는 뒤로 획~ 누웠는데 에구머니나 이를 어째! 수평감각을 잃어버린 거다.  말 잔등에서 뒤로 누운 채 중심을 잃으면 머리부터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그 철봉을 꽉 잡아버렸는데, 발은 안장에 끼인 채로 말은 전진하지 손은 철봉을 꽉 잡고 있지...

도대체 어떻게 내려왔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스타일이란 스타일은 다 구긴 체 말에서 끌어내려졌다.

- 나 이말 못타! 안타! 싫어요. 싫어~
손가락으로 그 마새끼를 가르키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고, 나는 결국 내 가이드가 타고 온 작은 조랑말(이놈은 또 말들 중에서 제일 표나게 작았다)로 바꿀 수 있었다.
어휴... 망할 것 같으니라고...
새로 바꿔 탄 조랑말은 덩치도 작고 말도 유순하게 잘 들어먹는 착한아이 같았는데, 한 가지 흠이라면 안장도 작은 탓에 앉는 자리가 아까보다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게 대수겠어... 크레이지 호스로부터 해방된 것만 해도 어디람...

말을 타고 산을 넘는 걸, 그냥 초원을 달리는 것쯤으로 생각했던 나는, 곧 환상이 깨지고 심장이 벌떡거리기 시작했다. 오른쪽은 산의 중턱, 왼쪽은 산의 낭떠러지.... 말이 조금만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도대체 그 다음 그림은 어떻게 되는 거람...
내내 내린 비로 길은 진흙탕이 되어 버렸고, 말들의 발도 흙구덩이 속으로 폭폭 빠졌다. 앞에 가는 말은 어지간히 힘든지 방귀를 연신 뿌붕~ 뀌어대고...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그나마 산의 오르막길은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었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모두 내려 비탈진 좁은 길을 걸어야만했다. 말이 싸놓은 후레쉬 한 똥이 가득한 진흙길이라니...
이 투어가 끝나면 온통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말똥으로 코팅될 거 같다.
말에 타라면 타고 내리라면 내리고 걸으라면 걷고 또 타라면 타고... 시간은 흘러흘러 거의 1시 반이 되니, 오늘의 목적지에 다 왔단다.
사실 트레킹 하기 전에는 ‘많이 걷는 건 싫어요. 말을 많이 타게 해 주세요’ 라고 했는데, 이제 오늘의 말타기는 이걸로 끝이라고 하니 ‘아이고 살았습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에...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끝이야요. 피니시!! 오늘 광천수 보러 가야 되는데 비가 와서 그냥 이곳 천막에서 쉴 거야요. 레이니 레이니 데이~ 그리고 4피플 1텐트! 오케이?

마부대장의 설명과 함께 비가 내리는 가운데 천막이 쳐졌고 그곳에서 우리의 첫 식사가 준비되었다. 딱딱하게 마른 빵과 설탕뿌린 토마토, 그리고 개울물로 끓인 차...

산을 양옆으로 끼고,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지피며 따뜻한 차를 마시는 모습이라니... 이 얼마나 도시인이 그리던 풍경이었던가... 벗뜨! 그건 반경 200미터 밖에서 봤을 때 멋진 거고 실제로는 수풀 사이로 뭉게뭉게 퍼져있는 말똥들 사이에서 파리의 붕붕거림을 쫒으며 빵을 물어뜯으면서 추위에 벌벌 떠는 불쌍한 모습이다. 아아~ 오전의 데미지가 너무 컸나. 어째 좋은 말이 안 나온다.

- 당신들 피곤하냐?
- 엉. 피곤해요. 그리고 내 말은 미쳤어요. 크레이지 호스 라구요.
- 낄낄... 걱정 안 해도 된다. 내일은 말 안타고 하루 종일 걷게만 될테니까...(물론 농담이다)

하여튼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비가오니 어디 갈수도 없고...) 마부들이 서로 장난치고 웃고 술을 나눠 마시면서 나름 쾌활하게 보내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밤 10시...

거의 9시간동안, 잠깐잠깐 볼일 보러 나가는 거 외엔 그냥 자리보전하고 있었다.
에휴... 하긴 날씨가 안 도와줘서 그런거지, 원래 이렇지는 않을 거다.

불편한 자세로 내내 구부정하게 앉아 있다 보니, 잠이 와서가 아니라 허리가 뽀개질 거 같아서 텐트로 들어와 버렸다. 마부아저씨들이 신경 써서 나름 편한 잠자리를 만들어놓긴 했는데, 하하... 이불에서 나는 냄새, 정말 장난 아니다. 말 냄새도 좀 나는 거 같고 응가 냄새도 분명 섞인 것이 거의 완벽한 마굿간 냄새였다.
그나마 좀 조용하면 잠이라도 잘 텐데, 목에 방울을 단 말들이 밤새 내내 풀 뜯어먹는다고 딸랑딸랑 소리를 내질 않나, 어떤 놈은 뭐 얻어먹을게 있다고 우리 텐트에 와서 몸을 부비적부비적 거리질 않나, 만에 하나라도(특히 아까 내 마새끼) 들어와서 내 얼굴 씹어 먹을까봐 겁났다.
뒤척뒤척 얕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뭔가 축축한 것이 이마에 척 내려앉는다... 오~ 올 것이 왔구먼. 비몽사몽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말의 혀라고 생각하고 퍼뜩 손을 휘둘렀는데 무게로 보아하니 혓바닥은 아닌 듯... 재빨리 후레쉬로 비춰보니 개구락지 녀석이었다.
그래... 차라니 너라서 다행이다. 진짜 말이 핥은 거 였음 진짜 오늘 나 미치는 날이다.(난 개도 무서워서 못 만지는 사람인걸...)

 


다음날 새벽 날이 밝으니, 근처에 있는 광천수로 데려다 주겠단다. 내 마부의 뒤를 따라 4명이 나란히 줄지어 갔는데, 드디어 나온 건 그냥 물 웅덩이... 뭐냐... 이게 광천수여...?
이미 쥬자이거우의 푸른 호수를 보고 난 터라 이건 그냥 물 웅덩이 였을 뿐이었다.
되돌아 나와 텐트로 가려는데, 마부가 다른 길에 진짜 미네랄워터가 있단다. 따라갔다.
공장이 나왔다. 미네랄 워터 만드는 생수공장!!!
지금 이게 우리 웃기려는 설정인 것이야 아니면 진짜 보여주려고 데리고 온 것이야!
잠깐 멍해진 우리 4명은 전부 다 살짝 얼은 채로 터벅터벅 뒤 돌아 나왔다.

어제 저녁은 밀가루를 직접 반죽한 수제비 국이더니, 오늘은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즉석빵 ‘요우빙’ 이었다. 지문하나 마다마다 까만 때가 껴있는 손으로 열심히 반죽하는 그 모습을 보아하니 도저히 음식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았는데, 웬걸 꽤 맛이 좋은 거다.
아아... 저주 받은 내 식욕... 그 어떤 난관도 소용이 없구먼..
원래 하나만 먹으려고 했는데 자꾸 손이 간다.
- 나 저 빵이 좋아지려고 해... 어쩌냐...
- 헉... 사실 나도 그런데... 그래서 하나 더 먹을까 고민 중이었어.
- 그나저나 옆에 일본 아이들한테 물어서 오늘 마을로 돌아가는 길은 쉬운 길로 가자고 하자.
- 그래볼까나...

케이찌에게 ‘쉬운 길이 좋아? 거친 길이 좋아?’ 물었더니 평평한 길이 좋단다.
하하... 좋았어... 마부 아저씨~ 오늘 우리 평평한 길로 쏭판으로 돌아갑시다... 라고 말했더니, 어제 왔던 길 고대로 되돌아가야 된단다. 망했다.

 

아침 대충 챙겨먹고 텐트 걷고 짐 꾸리고 다시 말에 올라탔다. 전날 많이 내린 비로 산등성이 길은 더 엉망이 되어 있었다. 힘들고 고생스러워 죽을 뻔한 게 아니고 정말 너무 위험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엉덩이는 아까부터 얼마나 욱신거리는지...
털썩거릴 때 마다 낮은 비명이 절로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잘 가는 거 같은데, 왜 나만...
아아~ 억울해...
좁은 폭의 진흙길을(옆은 낭떠러지다...) 오르는 동안 나는 도로가 나오기만 하면 이 망할 노무 트레킹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차를 잡아타고 쏭판으로 올 심산이었다. 하지만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다소 진정이 되고 두 번째 산은 아까 것보다는 훨씬 산세가 험하지 않아서 그냥 끝까지 하기로 자의반 타의반 맘먹었다.

잠시 쉬어가는 가게 앞에서....
-불쌍한 내 조랑말, 다른 말은 다 똑바로 서있는데 저 애만 혼자 저러고 있냐
-혹시 앗사(아웃사이더)형 말 아닐까... 저 눈 좀 봐... 혼자 피리 불고 있는 거 같잖아. 그러고 보니까 키는 젤 작은데 배는 젤로 뽕랑한 것이... 주인이나 말이나 똑같다. 낄낄낄

나를 이런 고생에 몰아넣고(애시당초 나는 그냥 숙소에 있을 심산이었건만...) 겨우 한다는 농담이라니... 아이구, 내 팔자야...

오전의 고생이 ‘공포’였다면, 오후의 문제 거리는 ‘엉덩이’였다. 아까부터 쓰라린 정도가 점점 더해지는 것이 말이 뛰고 몸이 털썩 거릴 때마다 끙~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눈물이 찔끔찔금 샐 지경이었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해가 났는데, 미쳐 모자를 챙겨 쓰지 못한 나는 그 햇빛을 이마빡에 온통 쪼이게 되었다.
말을 타다 걷다 어쨌든 쏭판으로 이동하다보니, 시간은 흘러흘러 오후 2시 반이 조금 지나자 그제서야 마을에 돌아오게 된다.

 


아아... 말에서 내리는데 걸음이 제대로 안 걸려진다. 도대체 이 트레킹을 3일이나 4일씩 하는 사람들은 어찌 된 걸까... 심지어 너무 재밌어서 열흘 내내 하고 싶다는 여대생도 봤다.

웰컴 컴백~ 트레킹 어땠어요? 라는 트레킹 사무실 직원의 물음에 ‘I’m from hell'이라고 짤막히 대꾸하는 걸로 나의 이 비참하고 실패스러운 호스 트레킹은 막을 내렸다.
이건 나만의 (운동신경이라곤 거의 없고 동물하고도 친하지 않은...) 특별한 상황일 가능성도 있고, 날씨도 안 도와준 덕이 컸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로 봐서 아마도 보통 때는 훨씬 근사한 경험을 선사해줄 거 같다. 불행히도 나는 그 경우에서 제외 됐지만 서두....


교통사고도 후유증이 있듯이, 이 트레킹도 내게 후유증을 남겼다.
바로 엉덩이 껍질이 홀라당 벗겨져 버린 것이었다. 어쩐지 무진장 아프더라니...
게다가 돌아오는 날 잠깐 비쳐진 햇빛은 내 예상보다 무진장 강렬한 것이어서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라서 자외선의 양이 장난 아니란다.) 이마도 홀랑 익어 버렸다.
말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온몸에 악을 쓴 탓에 관절마다 욱신거리는 근육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밤새 진물을 뿜어내는 엉덩이로 그 담날 털썩이는 완행버스를 9시간이나(오 마이 갓!) 타고 청두로 돌아오게 된 덕에 나흘이 지나서도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 게다가 홀랑 익어버린 이마에서는 까만 때 같은 각질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고생스런 기억도 시간의 힘의 빌려 추억이 되면, 아련한 향수와 좋은 향기를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완전히 아물지 않은 피부의 쓰라림은 현재 진행형이고, 그 때문에 이 트레킹은 내게, 아직은 추억이 아닌 후유증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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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meiyu 2020.08.20 15:54  
이제는 즐거운 추억이 됐으려나요.
죄송하게도 덕분에 계속 혼자 낄낄거리고 있습니다.
롤러캣 2020.08.22 12:52  
엄청 재미있네요. 승마트래킹을 열흘씩 할수도 있군요. 저도 가고 싶네요. 엉덩이가 상한건 바지를 잘못입으셔서 그럴 거 같습니다. 딱 맞는 청바지면 괜찮았을텐데 헐렁해서 마찰이 많은 면바지 같은 거 입으셨나 봅니다. 학생때 콜로라도 목장에  일주일 승마여행을 패키지로 다녀왔는데 그게 매일 나가 두어시간 말타고 노는 내용이었어요. 마지막 대미가 여덟시간 트래킹하고 일박이일 텐트 야외쿠킹 이런거였는데 아주 기억에 남아요.

말이 왼쪽가야하는데 오른쪽으로 가려하면 왼쪽 고삐를 살짝 당기면서 뭐라 해주면 제대로 가요. 아니면 무릎으로 조이면  말이 방향을 바꿔요. 미리 앞을 잘 보고 있다가 나뭇가지 낮은데 통과할때는 앞으로 숙이든 뒤로 눕든 납작하게 변신해서 통과해야지 잘못하면 크리스토퍼리브된다능. 모자는 낚시모자같이 끈있는 모자를 써야 턱에 걸려 안날아가고요. 선글라스도 끈을 달아서 써야 분실의 위험이 없어요. 저는 그만 선글라스를 잃어버렸지요.
알뜰공주 2020.08.31 10:34  
말타기의 악몽, 날씨마저 도움이 안돼고.......
너무 힘드시고 오랬동안 엉덩이가 아팠을 것 같아요.
그래도 글이 재밌어서 배꼽쥐고 웃었던게 죄송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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