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서먹하게 느껴지는 거북이 섬..꼬 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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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서먹하게 느껴지는 거북이 섬..꼬 따오

고구마 1 591
(2003년 글입니다.)



5년전 꼬 따오에서 우리는 마침 돈이 딱 떨어져서 무척 당황해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우리는 해외 인출가능 현금카드로 atm에서 통장의 돈을 뽑아 쓰던 시절이었는데, 육지에서 충분한 돈을 인출하지 못하고 그대로 따오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우리는 다행히 한 가게에서 일종의 ‘카드깡’을 하게 되었고 약 7%의 수수료를 제외한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지금 따오에는 매핫에만 약 3개의 atm기가 현금이 필요한 여행자들에게 지폐를 쑥쑥 제공해 주고 있다.  한때 반 매핫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스위스 베이커리는 크고 이쁘게 치장한 다른 가게들 사이에서 초라하고 퇴색된 듯한 빛깔을 확연히 띠고 있어서 약간 쓸쓸하기 까지 하다.
사무이에서 익스프레스 보트를 타고 3시간 쯤 달렸을까... 조그만 섬 하나가 보인다.
“ 저게 꼬 낭유안 이야....?” 흐릿한 눈을 뜨고 요왕에게 물었다.
“ 어이구... 이 방향 감각 없는 인간 같으니라구!!! 사무이 쪽에서 오는데 어떻게 따오보다 낭유안이 먼저 보일수가 있어...낭유안은 따오의 북쪽에 있잖아!!! 저건 상어섬 아냐... 아주 어이가 없어요”
“ 췟~ 이렇게 나를 박대 하다니... 세상에 그 많은 애처가 공처가는 다 어디 가고 하필 내 남편은 박처가 라니.....”
“왠만해야 말이지... 넌 피피의 똔사이랑 로달람도 헷갈리잖아. ”

지난 번에 묵었던 싸이리 코티지나 그밖의 다른 방갈로들의 어두컴컴하고 깊은 화장실에 불편을 느낀 나머지 이번에는 숙소를 좀더 밝고 산뜻한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싸이리 초입에 자리 잡은 오션뷰 빌라는 해변에 위치하지 않은 탓에 시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단 수풀이 많은 언덕배기에 위치한 덕에 짜잘하고 종류를 분명히 알 수 없는 날벌레들이 좀 많은 것이 단점이긴 했지만서두.......
저번에 스노클링 투어를 했던 우리는 이번에는 배를 빌려 몇몇 포인트를 혼자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그전에 일단 워밍업을 할 양으로 매핫에서 가까운 짠솜 해변으로 장비를 빌려 들고 들어가니, 해변 입장료를 일인당 30바트를 요구한다. 몇 년 전에 와 본적이 있지만서두... 그땐 스노클링은 하지 않았고, 해변에 음료수 파는 가게만 달랑 있었다. 암튼 새롭게 개발(?)된 짠쏨은, 그래도 완전히 공으로 돈을 받아내는 것은 아니어서 그 해변은 싸이리와 달리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고, 간단한 샤워 시설과 드러누워서 낮잠을 자기에 딱 알맞은 편안한 해먹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요왕은 오히려 돈을 좀 내더라도 이런 시설(?)을 이용 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여행자에겐 이로운 거 같다고 이야기 했지만... 난 약간 불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꼬 따오가 점점 더 여행자들의 주머니를 훑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입장료를 차곡차곡 거두는 섬을 일찍이 본적이 없다. 낭유안 입장료와 짠솜... 그리고 아직 확인 되지 않은 다른 해변들...
여행자들만의 탓일까...? 여행자들이 순박한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건지, 아니면 내가 미쳐 알 수 없는 이 섬만의 컨디션이 있는 건지 하여튼 잘 알 수 없다. 어느 여행사에나 불친절하고 심드렁한 표정을 한 직원들은 늘 있기 마련이지만, 따오는 그런 이들의 비율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높은 거 같다는 느낌마저 주는 거 같다. 물론 이건 무척 개인적인 느낌일 뿐인지라 시시비비를 가리기에는 불가능 하지만 서두 말이다.
물론 여행자들을 접하지 않는 다른 주민들은 또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도대체 쉽지가 않다.
어찌됐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짠솜은 여러 가지 장점을 많이 가진 곳이었다. 반 매핫에서 걸어서 들어갈 수도 있으며 요왕의 말에 의하면 정말로 다양한 물고기와 수중 생명체들로 눈이 즐겁단다.
“ 넌 정말 스노쿨링 안 할거야? 지금이라도 장비 빌려서 하지 그러냐... 여기 정말 괜찮아.”
“ 싫어 .. 난 그냥 여기 해먹에서 낮잠이나 잘꺼야...해먹이나 좀 밀어봐”
“ 천하의 게으름뱅이 같으니라고... 넌 맨날 방에서 쉬면서 여기서도 잠만 자기 야?”
“ 날 좀 내버려둬... 난 인생 자체가 쉬는 사람이야...”
으이구! 혀를 쯧쯧 차며 바다로 들어가던 요왕도 정오가 되자 배가 고파 못 견디겠다며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잔다.
“ 우리 점심은 뉴 헤븐 에서 먹자”
“ 거기? 비싸잖아...그리고 저번에 가봐서 메뉴 파악하고 사진 다 찍지 않았었나..?”
“ 그때는 책에 들어갈 걸 감안 못해서 사진마다 사람이 있어...”
“ 안돼. 우린 이미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구!! 점심은 싸고 양 많은 ‘yang 타이푸드’에서 먹을꺼야...”
하지만 나의 쓸모없는 고집은 이내 꺾어야만 했다. 요왕이 적당한 사진을 얻지 못해, 포토샵으로 이미 찍어두었던 뉴헤븐의 전경에서 사람을 지우기 위해 이리저리 마우스를 움직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얼핏 훔쳐보니 이미 화면은 사진 중앙에 앉아있는 사람모습을 지우기 위해 어디에서 오려온 삼각뿔 태국 방석으로 그득했고, 그나마 마땅한 방석이 없었는지 그 사람은 방석을 덮어쓴 체 종아리만 띠꺼덕~ 내놓고 있는 상태였다. 멋진 전경 위로 수많은 방석과 몸통 없는 다리가 왠지 안스럽다.
“ 켁...아...요왕..정말 미안하게 됐구려... 내 니가 이런 노가다까지  해야 되는 줄 몰랐어.”
“ 흑흑..방석으로 사람 안보이게 하고 다리 지우고 색깔 맞추는거 얼마나 어려운지 넌 정말 모를거야”
“ 지금 당장에 가자! 근데 저 다리만 내놓고 있는 사람은 누구야?”
“ 죤님 이라네~~” 방석을 마우스로 치우자 환하게 웃는 죤님의 얼굴이 보인다.
요왕이 모는 낡은 오토바이 뒤에 실려 식당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나도 미처 모르는 사이에 종종 아둔한 고집을 피워 이 사람의 일을 어렵게 하거나 난처하게 했던 걸 아닐까 하고 잠시 반성이 되었다. 좋은 여행 친구가 되고 싶은 내 바램과 실제 나의 행동이 늘 일치 하지는 않는 듯 하다.

매핫 선착장 앞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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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쏨 해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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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먹에 누워있는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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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헤븐 레스토랑과 티안억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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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롤러캣 2021.02.17 15:53  
여기가 꼬따오구만요. 시설도 많고 세련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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