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에게 박수를
부른 배를 두들기며 해변을 걷던 우리는 무료한 저녁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까 하고 궁리하다가 오랜만에 크리스티즈에 가보기로 했다. 원래 차웽의 대로변의 오픈 바 였던 이 게이쑈 업소는 공짜로 길에서 구경하는 손님들을 피해 맞은편 골목 깊숙한 곳으로 이사를 해버렸다. 11 시에 시작하는 쇼 타임에 맞춰 들어가니 이미 빽빽한 손님들로 자리 잡기가 어려울 정도였지만 종업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본격적인 카바레 쑈가 시작되기 전에 무대에서는 전형적인 ‘봉쑈’ 가 펼쳐 지고 있었는데 요왕이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자 건장한 체격의 그녀들이 한꺼번에 3명이나 몰려와서 내옆에서 가슴을 드러낸체 포즈를 잡는다. 아아~ 정말 나는 가슴을 훤히 드러낸체 내 어깨를 힘껏 감싸는 그녀들의 품안에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이상한 표정을 지은체 난감해 했던거 같다.
카메라를 든 손님들을 향해 그녀들은 어김없이 돌진 했고 사진을 찍은 후 약간의 팁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제발 그 카메라 좀 어떻게 좀 해봐...자꾸 오잖아...”
“ 알았어..어휴..아까는 나도 진땀 나더라 ”
명백히 여자의 모습을 한 그녀들은, 무대에서 굵은 남자의 목소리로 흥을 돋구는 고함을 지르기도 해서 우리를 웃겼다.
워워워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들중 한명이 치마를 걷어올리고는 팬티를 손에 들고 빙빙 휘두르기 시작했다. 번쩍번쩍 후레시 불빛이 파팍 터지며 박수소리도 나왔다. 곧 시작된 한시간 정도의 쑈에서 관객들은 때로는 즐거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드렁해 하기도 했던거 같다. 쑈가 끝나자 물밀려 가듯 빠져 나가는 손님들을 향해 그녀들은 묘하게 높고 굵은 목소리로 팁~팁~을 외쳤다.
풍부한 잔돈을 미쳐 준비하지 못한 나의 우둔함을 자책하며 빠르게 그곳을 빠져 나오려니 뒤통수가 후끈해 지는게 왠지 미안스러웠다. 어쨋든 그녀들 덕분에 사무이에서의 나의 하루는 흥겨움과 약간의 놀라운 생소함으로 채워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