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의 도시 핫야이로 오세요.
문화가 가진 다양성은 반드시 음식에도 그 영향을 끼치기 마련인가 보다.
태국 남부의 도시... 핫야이...말레이시아로 가는 관문이며, 많은 중국인들이 사는 곳...
이곳에서는 방콕의 차이나 타운에서와 같이 커다란 솥에서 구워낸 군밤을 1킬로에 150 남짓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다. 군밤 일킬로가 주는 부피를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우리는 간식으로 먹어치우기엔 턱없이 많은 밤봉지를 건네받고는 잠시 당황 했지만, 내 손과 입이 쉴새없이 움직인 탓에 결국에는 별 어려움 없이 남기지 않고 다 먹을수 있었다.
끊임없이 뭔가를 입으로 가져가는 사마귀를 본적이 있는가...내 모습이 그 사마귀와 비슷하다고 요왕은 가끔 말한다. 이제 그런 정도의 이야기로는 내 식욕을 조금도 자제 시킬수가 없을 정도로 나는 먹는 것에 탐닉하고 있었다. 인터넷도 안되고 읽을 거리도 없고 티비에서 조차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 통에 내 관심은 오직 만만한 ‘먹을 것’ 으로 온통 쏠려버린 듯 했다. 에어컨이 나오는 숙소에 누워 있자니 한발작도 밖으로 내딛기가 싫어진다.
“ 아...정말 너무 체력이 지친다..우리도 늙었나봐...”
“ 벌써 드러누우면 어떻게 해...지금 나가야 되는데..빨랑 일어나”
“ 난 못가...너 혼자 다녀...”
“ 지금 안 나가면 밥 안사준다. 돈도 안주고 밥도 안 줄꺼야!!!”
밥 안 사준다는 협박에 다시 피곤한 다리를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갔다. 지겨운 숙소조사 지도작업......사진 찍기....
인접국가인 말레샤의 영향인지 어느곳 보다 무슬림 식당이 많이 있고, 태국 남부의 최대 경제 도시인 탓에 번듯한 쇼핑몰과 괜찮은 체인식당도 꽤 눈에 띄었다.
끄라비에서 미니밴을 타고 4시간을 내내 달려온 이곳에서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거의 느끼지 못했지만 말레이시아를 오고가기 위해 거치는 동안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가 숙소로 잡은 뉴월드 호텔의 침침한 조명 아래 노이즈가 옅게 낀 티비를 바라보고 있자니 향수병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티비에선 엘지가 지원하는 태국판 “골든벨” 이 한국과 똑같은 포맷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우리집 우리집!!!
“ 아....우리집에 가고 싶어...그리고 한국음식 먹고 싶어...마포에 있는 양지설렁탕에 커다란 무김치랑 갓 무친 겉절이...그리고 대파 숭숭~~”
“ 아악!! 그만 이야기 좀 해..나도 먹고 싶잖아..”
“ 아...지금 당장 그 설렁탕을 먹을 수 만 있다면 내 수명에서 3년을 가져가도 좋으련만...”
“ 넌 아마 3년 덜 살아도 나보다는 오래 살 거 같다.”
“ 당연하지!! 여자가 원래 더 오래 살잖아~ ”
우리는 그 외에도 몇몇가지 음식의 이름을 대면서 그걸 당장 먹을수 있는 댓가로 수명을 몇 년간 마이너스 할수 있을것인가에 대해 하릴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름난 궈멧의 도시 핫야이 의 한구석에서 우리는 온통 설렁탕 과 무 깍두기 생각에 둘 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눈동자를 하고는 입맛을 쫙쫙~ 다시고 있었다.
사진1 : 자기네 식당 이름을 갖다 붙인 볶음밥... 맛있었다
사진2,3 : 태국판 골든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