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공주에 이은 인어공주의 탄생
(2003년 글입니다.)
처음에 스따꽁님의 아이디를 들었을때, 저 단어가 과연 무슨 뜻이람...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대화방에서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냥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 건가 보다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스타(별)와 공주의 합성어...바로 스따꽁... ‘별공주’ 였던 것이다.
별도 모자라 거기에다 공주까지.... 레아공주 보라공주 요술공주 별공주 게다가 앞으로도 나올 수많은 공주님들까지...그야말로 태사랑엔 수많은 로얄 패밀리 들이 있는 듯 하다..
물론 그 상태는? ‘보장 불가’ 이다. 낄낄낄...(농담이야요)
오늘은 따오에서의 둘째날... 스노쿨링 투어를 하는 날이다.
2년전만 하더라도 투어 개념이 없어서, 장비 따로 빌리고 배 따로 빌려서 알아서 바다로 나갔는데, 역시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이곳도 비즈니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 중 명님을 제외하고는 전부 좋지 않은 시력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꽁님이랑 나는 안경을 안써도 뭐 그럭저럭 볼수는 있지만, 요왕과 죤님은 안경이 없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아침 일찍 다이빙 샵에서 옵티컬 마스크를 빌릴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찾아갔지만, 우리 같은 뜨내기 손님한테는 빌려주지 않는 귀한 것이라고 했다.
“ 이젠 어떻해요? 그럼 하나도 안보이는 거잖아요?”
“ 아니 뭐...안경을 하나 더 가져 오긴 했으니까 그걸로 어떻게 해봐야죠...”
두 사람 다 여벌로 가져온 안경알을 빼서 스카치 테이프로 수경에 고정 시키기 시작했다. 불쌍했다.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면 요왕에게 옵티컬 마스크 하나 꼭 맞춰주리라.....
요왕은 “제발 좀 구명조끼 입고 해줘” 라는 나의 바가지를 무시한 채 투어 내내 맨몸으로 다녀서 내 신경을 쓰이게 했다. 우째 이리도 말을 안 들어 주는 건지 참 신기하고 신기할 노릇이다.
첫 입수 때는 꽁님과 나 둘 다 좀 곤란 했다. 호흡을 하는게 익숙치 않았고 구명조끼는 필요이상으로 몸을 불편하게 했다. 그렇다고 벗을 수도 없는 일..... 게다가 대롱 사이로 들어오는 바닷물은 순식간에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바람에 뱉어 버리 는것도 제대로 못했다...
단지 발길질을 하는 것 뿐이긴 하지만 스노클링도 만만히 볼 운동은 아니었다. 슬슬 시간이 정오를 넘어서면서부터 우리 모두 배가 고프기 시작했고, 이제는 물속 풍경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 도시락을 줄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 자~ 이 포인트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있을 거에요” 가이드가 말했다
“ 한시간 반? 아니 한시간 반이나 또 스노쿨링 하라고? 점심은 언제줄려고 ?”
“ 으으...못 참겠다...이것봐요. 언제 점심을 먹을수 있어요?”
“ 예? 뭐라구요?.” 가이드가 되물었다.
“ 엥~ 도시락 말이에요. 도시락! 도시락!!!”
다른 백인들도 모두 배고픈 눈을 하고 있어지만 직접적인 어필은 안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절규하듯이 ‘런치 런치’ 를 외쳤고 가이드는 “ 나참... 지금 줄려고 했다구요..” 하는 표정으로 도시락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일순간 좋아지고 우리는 잠시 진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배고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가 없었고 투어가 끝날 때 쯤에는 물고기 주라고 죤님이 우리부부에게 조금 남겨준 감자칩을 서로 더 먹겠다고 바닷물에 젖은 손으로 과자봉지 안쪽을 싹싹 긁고 있었다.
정말 너무 추레한 모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고 오후가 되자 슬슬 스노쿨링 필 받은 꽁님....비록 구명조끼를 입고 있긴 했지만 두손을 포개서 일단 모아준 후 옆으로 우아하게 누워 발길질 하며 소리친다..
“난 인어 공주야...하하하..명~ 나 좀 봐..인어다.... 인어다.....”
하늘과 바다의 공주이신 꽁님과 같이 사는 명님은 그야말로 행운아다.
음....따오의 바닷속은 확실히 예전보다는 조금 상태가 나빠진 듯 하다. 아마 앞으로도 점점 더 나빠질 것이며 여행자 들이 많이 오는 이상 그것을 피할 수는 없을거 같다. 게다가 입장료를 100밧이나 받아먹는(도데체 무슨 근거로 받아내는 건지 알수 없지만....) 꼬 낭유안의 해변과 바닷 속은 정말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낭유안 바닥에 그득히 깔려있는 검은 해삼들....어쩌다가 그놈들을 밟거나 만지기만 해도 오싹해지면서 기분이 나빠졌다. 우리의 마지막 스노클링 포인트였던 꼬 낭유안에서 나는 왠지 모를 실망과 씁쓸함을 느꼈다.
투어가 끝나고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또 먹을 것을 찾아 우르르~몰려 나갔다.
우리부부가 하루 300밧 짜리 방에 자면서 먹는데 쓰는 돈은 오늘 하루에만 900밧이 약간 넘었다. 게다가 오늘 저녁 우리가 원하는 식당에 가기 위해 왕복 차비만 도합 500밧이 들었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말이다. 트럭으로 약간의 시간을 투자해 500밧이나 벌수 있다니.... 하지만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 같은 건 없다. 에누리 없는 담합된 가격들 그리고 완강한 운전사들.....
그러나 운치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맛있는 식사와 끝내주는 전망들, 트럭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본 하늘의 은하수는 너무나 높은 엥겔계수가 대변하는 우리의 기묘한 여행 스타일을 위로하고 보상해 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