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이 뿌린 돈으로 단장을 한 것일까? 구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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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뿌린 돈으로 단장을 한 것일까? 구이린

고구마 5 770

(2005년 글입니다.)



싱핑은 워낙에 작은 마을일뿐인지라 이곳에서 구이린으로 직접 가는 버스는 없었다. 싱핑에서 다시 양숴로 되돌아가 구이린행 버스에 몸을 실으니 한 시간 만에 우리를 구이린 기차역 앞에 떨궈 준다.
사실 구이린은 그 동안 핑안과 양숴를 오고가는 동안 거리 구경을 살짝살짝 한 터라 첨 오는 곳인데도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역에서 본 구이린의 모습이란... 무척 실망스런 것이었는데, 어느 도시나 역 주변은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고 낡고 지저분한 분위기를 내기 마련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숙소는 어디로 정한다지... 버스가 우리를 떨궈준 역 주변에서 잠시 방황하고 있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호객 했지만 당췌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관심도 이제 없다. 그냥 다가오는 호객꾼들이 부담스러울 뿐...
일단 저들에게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가방을 지고 보무도 당당하게 백 여 미터 정도를 걸어갔지만, 사실 이렇게 걸어봐야 별 소득이 있을 리가 없다. 곧 우리는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타 그나마 숙소 중에서 제일 만만해 보이는 유스 호스텔로 이동했다.
이 유스호스텔은 그동안 위치도 옮기고 새 단장도 하여 3개월 전에 문을 열었다는데, 바로 맞은 옆에는 쉐라톤 호텔(대우 호텔)이 있고 숙소 양 옆으로는 미술품 등을 파는 갤러리 스타일의 가게들이 있어서 꽤나 고급스런 분위기를 내는 거리에 있다.
중국 여행도 거의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고 우리의 비자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 되다보니, 마치 레임덕 현상처럼 우리도 ‘괜히 빨빨 거리고 돌아다니다 혹시 불의의 사고 같은 거 당하지 말고 그냥 얌전히 있다가 베트남으로 곱게 넘어가자...’는 느슨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세 달 가까이 중국에 있다 보니 슬슬 지겨워 지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베트남 여행에 더 정신이 쏠려서 (게다가 베트남도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풍문이 있어서...) 베트남 가이드북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하면 시간을 보내는 일도 많아졌다.



7박이나 했던 후통 유스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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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단 도시 볼거리들은 보러 가야지~
숙소에서 두수펑까지 슬슬 걸어가며 둘러본 이곳 중산중루와 중심광장은 커다란 쇼핑몰과 백화점 그리고 돈을 꽤 들여서 단장한 듯 보이는 상점들로 빽빽했다. 아무래도 관광도시이다 보니 돈이 좀 풍요로운지 다른 도시들보다 분위기도 깨끗하고, 길가의 가로수에 야쟈수도 한몫을 하는 것이 꼭 우리나라의 제주도 같은 모양새이다.
두수펑에 다다러서 입장료 간판을 보니 일인당 50위엔이란다... 휴우~ 내 이럴 줄 알았어...
두사람이면 100위엔인데, 보아하니 별로 볼만한 것도 없을 거 같은 그저 높은 정자 같은데 그 돈 내고 굳이 들어가서 볼 맘이 안 생긴다. 결국 발길을 돌려 우리가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강변에 위치한 상비산 이다. 코끼리 모양을 닮았다 해서 상비산象鼻山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그나마 입장료가 착해서 25원... 이것도 사실 강나루에서 쪽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스르륵~ 들어가면 입장료도 굳고, 배도 타보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다소 편법이긴 한데 혹시나 강심장인 여행자라면 한번쯤 시도해 봐도 괜찮을 듯...
그럭저럭 도시를 걸어보기도 하고 1위엔 짜리 2층 시내버스에 올라타 나름대로의 시티투어도 하면서 둘러본 구이린은 살기 편한 이쁘장한 도시라는 느낌이었다.

 

 

 

코끼리 처럼 생긴 상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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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 시내버스는 시내 둘러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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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이린 자체에서의 볼거리보다는 구이린에서 양디와  싱핑으로 이어지는 리 강의 좌우에 포진해 있는 많은 산들과 볼거리가 이곳 관광의 하이하이트라는데,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중국인들답게 그 각각의 포인트에다가 오만가지 희한한 이름은 다 붙여놨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이곳 구이린에서 단체관광단을 실어 나르는 배에 몸을 맡기고 그 전경을 감상한다는데, 우리는 뭐 싱핑에서 맛을 본 걸로 만족하고 이곳에선 배타는 걸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모르는 호객꾼 아줌마 아저씨들이 강변을 걷는 우리에게 열심히 뭔가를 이야기 하지만, 우리에겐 그저 관심 밖의 이야기 일뿐... 괜히 헛수고 시키는 거 같아 맘이 좀 미안해졌다.
어쨌든 내내 돌아다녔으니 배가 고픈 것은 당연지사...
- 우리 밥맛도 없는데 그냥 간단하게 미펀(중국 남부식 쌀국수)으로 때우자...
- 아~ 싫어... 난 미펀에서 불어터진 우동 같아서 싫단 말야... 그리고 밥이 먹고 싶다고...
- 알았어. 그렇다고 뭐 그렇게 울 것 까진 없잖아...

미펀은 싫고 밥이 먹고 싶다는 요왕을 따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푸트센터에 들어가서 나는 쇠고기 덮밥 시키고 요왕은 8가지 뭐시기 라는 이름도 거창한 뭔가를 시켰다. 먼저 나온 내 밥을 열심히 퍼먹고 있는데, 드디어 요왕이 시킨 8가지 뭐시기를 종업원이 식탁위에 내려다 주고 갔다.
그 8가지 뭐시기는 8가지 맛의 ‘미펀’ 이었다. 가운데 국물이 담긴 국그릇이 하나 있고 작은 8개의 종지에 소담스럽게 담겨진 미펀 들이 요왕을 빤히 쳐다보는 것 같다. 그렇게 미펀 먹기 싫다고 우는 소리를 하더니, 8개나 맛봐야 되다니...
역시 아직도 중국 메뉴는 어렵다. 쩝...


다음날, 우리는 구이린 시내에서는 최대의 볼거리로 꼽힌다는 칠성공원으로 향했다. 아마 이곳의 입장료도 가이드북과는 달리 많이 올랐으리라 생각하며 정문을 향해 걷고 있는데, 호객꾼 아줌마 둘이서 우리의 길을 가로 막는다. 얼스 콰이 얼스 콰이~ 라고 하는데... 그들의 말은, 우리가 직접 가서 표를 끊으면 일 인당 65 지만 자기들을 통해서 표를 끊으면 55 즉 두 사람에 20위엔을 아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자 그녀들은 몇 마디 짧은 한국어까지 구사하는 놀라움을 선보였는데, 아마도 많은 한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이곳에 다녀갔나 보다.  
이곳 칠성공원 안의 동굴은 혼자서 돌아다니기에는 좀 그렇고 안내원을 따라 단체로 움직이는 스타일 이었는데, 우리가 들어갔을 때 혼자 여행 온 중국인 여대생도 한명 끼어있었다.
충칭이 고향인 그녀는 광저우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삼성직원을 상대로 중국어 개인 교습을 해주고 있단다. 우리에게 사근사근 잘 대해주고, 웰컴 투 차이나~ 라는 말도 해주는 걸로 봐서 아마 좋은 한국인의 이미지를 많이 봤나보다.
이곳 중국에서 얼마만큼의 성공적인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명한건 한국 드라마 의 붐이 양적으로는 분명히 일고 있다는 건다.
대충 본 것만 해도, 노란 손수건, 인어 아가씨, 또 뭔가 제목을 생각해 낼 수 없는 많은 드라마와 대장금까지 ... 중국어로 따발따발 떠드는 이영애의 모습을 보는 건 약간 생소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중국인 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나라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근데 너무 립싱크만 하는 거 같아서(립싱크의 음량도 정말 모기소리만 하다..) 조금 부끄럽지만서두... 어쨌든 붐은 붐인듯...
그리고 한국 하면 역시 이곳에서 알아주는 브랜드는 ‘삼성’이어서, 우리가 한국에 살 때 느꼈던 삼성 재벌에 관한 막연한 거부감이(변칙 증여라든가 무노조의 실상 등등...) 이곳 중국을 여행하면서는 ‘그래도 삼성 밖에 없네... 삼성 고맙십니데이~’로 바뀌어버렸다.
그녀는 이곳 광시성은 마치 중국 같지 않다면서 많이 다른 모습이란다. 우리 같은 여행자 눈에야 그게 그거 인거 같아 보이지만 같은 중국인들끼리는 뭐랄까... 그 어떤 지방색이라는 걸 분명히 느끼나 부다. 이곳이 좡족 자치구니까 아무래도 뭔가 좀 다를테지... 하긴 여기 남쪽으로 내려오니까 확실히 사람들의 피부나 얼굴 생김도 약간 동남아스러운 것이 북쪽지방과는 달리 인종적으로 좀 다양해진 것 같긴 하다.
칠성공원 안에서 낙타 비스므리하게 닮은 바위도 보고 안내원과 함께한 동굴도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공원 안에 있는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 한 마리이다. 밀림의 날쌘돌이라고는 전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비대한 이 놈은 사람에게 입맛 다시지 않도록 그동안 사육사 들이 얼마나 뭐를 멕여 놨는지 아주 호랑이 껍질을 뒤집어 쓴 돼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좁디좁은 우리 속에 갇혀 지내는 이 뚱뚱한 호랑이는, 같이 사진을 찍는 댓가로 적지 않은 돈을 내는 중국인 여행자들을 등에 태우기 위함이 그 존재 목적이었다... 당당히 올라타는 사람, 부들부들 떨면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올라타는 사람 하여튼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 카메라를 보고 V자를 그린다.
아이구 불쌍해라...
하여튼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사람한테 덜미를 잡히는 날에는 완전히 인생 땡땡~ 종치고 마는 듯 보여진다.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저꼴이라니... 모르긴 몰라도 관절염, 고지혈증, 심장병 같은 온갖 질병에 시달릴게 분명하다며 우리는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두어 시간 둘러본 후 공원을 빠져나오니 아까의 그 삐끼 아줌마가 우리를 부르는데 ‘아저씨~ 아저씨~’ 라고 부른다. 아이구 정겹기도 하지...낄낄... 용건은 다른 투어도 해보지 않겠냐는 거였는데, 이미 어제 했다는 말로 대충 둘러대고 빠이빠이~ 했다.
아저씨 라고 불리운 요왕은 ‘ 나 아저씨야..?’ 라며 내게 애처로운 눈길로 되묻는데, 그럼 댁이 아줌마 유...?
도데체 어떤 호칭을  바란게야? 갑자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 에서의 한구절이 생각난다.  쩝쩌구리... 




낙타모양을 한 낙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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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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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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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도시 답게 구이린 역시 많은 관광상품들로 여행상품들로 여행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봐도, 리 강 유람, 우리가 이미 갔다 온 룽성의 룽지티톈 관광, 좡족 전통 공원, 그리고 각종 하프데이 또는 원데이 투어 가 여행사 곳곳에 걸려있다. 그중에서도 이 도시가 가장 주력해서 밀고 있는 상품이 바로 ‘양강사호兩江四湖’ 인 듯...
두 개의 강과 4개의 호수라는 이 프로그램은 배에 따라 149에서 175위엔을 받는 2시간짜리 이브닝 투어인데, 아름다운 야경의 구이린을 배를 타고 둘러보는 것으로 저녁 시간에 호수로 나가면 수많은 배들이 줄줄 지나가고 있다. 배가 지나가는 시간에 맞추어 분수도 펑펑~ 뿜어대는 것이 꽤 공을 들이고 있는 상품인거 같은데, 우리는 그냥 뚜벅뚜벅 걸어서 호수의 야경을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해버렸다.
할까 말까 하고 꽤 망설였는데 일단 호수를 걷기 시작하니 또 ‘걸음신’이 강림하셔서 결국 호수 주변을 뱅뱅 다 돌고야 말았다. 호수의 투어 배들을 보니 휙휙 지나가는 것이 감상하기에는 걷는 것이 나을 것도 같다. 야경이 너무 예뻐서 다음 날 낮에도 한바퀴 또 돌고...
아무튼 구이린의 백미는 호수의 야경이었다. 이곳에 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양강사호 낮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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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세콰이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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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원. 이상하게 생긴 하르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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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사호 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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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필리핀 2020.08.17 19:39  
허허
왕자님이 음식 투정하다
울기도 하는군요ㅠㅠ
고구마 2020.08.18 09:09  
안녕하세요. 필리핀님. ㅎㅎ
아무도 찾지 않는 개인홈피 없애면서, 거기 있던 예전 끄적거림을 이쪽으로 옮겨오는 바람에
갑자기 십수년전 이야기가 ㅠㅠ 그득해져버렸어요.
동쪽마녀 2020.08.18 15:03  
앗, 고구마님, 개인홈피라는 게 블로그 말씀하시는 건가요? 
없애지 마시지.ㅠㅠ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서 예전 글부터 읽는 재미 쏠쏠했는데요.ㅠㅠ
없애지 마세요, 고구마님.ㅠㅠ
(징징)
요술왕자 2020.08.18 15:13  
내일은 어디갈까라고 옛날에 쓰던 개인홈피 있어요 ^^;
http://naeilgo.net/
괜히 호스팅비만 나가고 해서 없애려고요
동쪽마녀 2020.08.18 15:44  
앗, 요술왕자님!
냅다 링크 들어가봤더니 블로그가 아니구먼요.
이 곳 글들을 어디서든 다 읽을 수만 있으면 불만 없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요술왕자님 우리 고구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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