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테마파크, 리장 -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재앙이 된 듯 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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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테마파크, 리장 -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재앙이 된 듯 한 곳...

고구마 2 468

(2005년 글입니다.)



아침 8시 반에 리장 행 중형버스에 올라타니, 어제 내 대각선 뒷자리에서 우웩!! 하고 토하던 꼬맹이들이 내 좌석 바로 뒤에서 방글거리며 앉아있다. 허거덩~~ 순간 움찔해버렸다.
아줌마, 할아버지, 그리고 두 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이 가족은 어제 중뎬으로 올 때도 2장의 차표만 끊어서 어찌어찌 낑겨서 타고 왔는데, 오늘도 그 수법으로 타고 가려다가 검표원한테 들켜 거의 쫓겨나다시피 차에서 내려졌다. 결국 반반으로 갈라져 이산가족 신세가 돼서 어른 하나에 아이 한 명씩 따로 타게 되었다. 하긴 이 버스는 큰 대형 버스가 아닌 20인승 규모의 작은 버스라서 어제처럼 앉아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어쨌든 약간 안됐기도 하고 약간 안심되기도 하고 그렇다.

3시간 반이라는 가뿐한 시간을 달려 우리는 드디어 리장에 도착했다.
각종 여행기와 사진, 그리고 가이드북에 의하면 이곳 리장의 구시가지는 미로처럼 뻗어 있는 좁은 골목길에는 작고 빤질한 자갈들이 다닥다닥 박혀있고, 수로에는 물이 찰랑찰랑 거리며 흐르고 전통적인 목조가옥이 멋스럽게 솟아있는 나시족들의 고향 이란다.
1996년에 이곳 리장시를 강타한 지진 속에서도 신시가지는 무너져 내렸지만, 나시족 전통가옥은 굳건함을 지켰고 이점이 결국 유엔에 어필해서 1999년 유엔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단다.

역시나 처음 도착하는 곳인데다가, 리장에 서 너 개가 있는 터미널 중 도대체 어디 곳에 내려다줬는지도 분간이 안가서 일단 택시를 타기로 했다. 터미널 앞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는 ‘구청(고성)~’ 이라고 했더니 한 3분만에 고성 입구에 우리를 내려다 준다. 아~ 설레인다.

물레방아를 지나 둥다제東大街로 진입해 서서히 고성의 중앙점인 쓰팡제四方街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지금 나시족의 고향에 온 게 아니라 에버랜드 입구에 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게 지금 무슨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여행자들의 도시라고 하더니만, 일면 맞기는 맞는 말이었다. 중국인 단체 여행자들의 도시였다.
보기만 해도 짐짓 어깨가 움츠려드는 노란 깃발(가이드들이 들고 다니는...)과 그 뒤를 따라 형형색색의 양산이 우르르우르르 몰려다녔다. 일단 시야가 확보 되어야 길을 보든 집을 보든 할 텐데, 이건 이쪽을 봐도 사람... 저쪽을 봐도 사람... 우리가 듣기로는, 그리고 우리가 바란 건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긴 제2의 쥬자이거우다. 아아~~ 아득해진다.

쓰팡제(사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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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고성-_-;;과 깃발관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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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아직 이 마을에 들어온 몇 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불평불만은 이제 그만... 일단 짐부터 숙소에 내던져 놓고 천천히 바라보면 달라 질 거라고 위안하며, 쓰팡제에서 멀지 않은 first bend inn에 여장을 풀었다.
역시나 바닥에 더러운 카페트가 깔려있는 이곳은 쓰팡제에서도 가깝고 가옥 자체도 전통적인 멋을 아직은 간직하고 있지만, 열악한 화장실과 그 화장실에서 풍겨오는 고약한 지린내가 세면대까지 풍겨오는 통에 하루 만에 옮겨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숙소였다.

골목마다 몰려다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입속으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는 각종 간식거리들과 장사치들, 비슷비슷한 색상과 문양의 쇼올이 걸려 있는 가게, 그리고 그 쇼올을 걸친 수많은 여성들... 송곳 박을 틈도 없이 빽빽이 들어선 가게들... 솔직히 리장에 처음 도착한 날 내가 받은 인상이었다.
깃발단들에게 이리저리 치이고 다닌 지 두어 시간이 지나자, 리장에 대한 나의 높고 높았던 기대는 그만큼의 실망과 심술로 바뀌어져서... 저 웬수 같은 노란 깃발을 똑~ 분질른 다음 그걸로 가이드를 마구 때려주는 상상을 하며 웃음 짓는 ‘사이코패스’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되어 버렸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못된 생각까지 하게 됐담...
쓰팡제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보니, 나시족 할머니들이 전통 군무를 추기 시작하는데 캉딩이나 중뎬에서 본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임이라기 보단 관광객들을 위한 쇼비지니스 같은 느낌이 풀풀 났다. 물론 그 틈에 끼어 삐거덕 거리는 팔다리를 연신 움직이는 몇몇 여행자들은 나름 즐거웠겠지만 말이다.

마을 안쪽으로 몇 개의 개울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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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할머니들이 모여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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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는 맑은 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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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들어선 숙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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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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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들은 모두 고풍스런 모습을 잘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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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이 이런 식의 상업지구로 변해버리기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여행자들과, 이런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큰 감흥을 받은 사람들이 혹시라도 이글을 본다면 무척이나 화가 나고 내가 모자라 보이겠지만...
어쨌든 여름 시즌의 리장은 도대체가 정상이 아니다.
이 끝없는 노란 깃발은 도대체 밤 9시가 되어도 사라질 기미가 안 보였다. 리장의 큰 골목길들은 붐비는 사람과 도로를 점유한 간식거리 장사치들 때문에 도대체 내 걸음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나 여행정보도 교환하고 이야기나 할 심산으로 ‘사쿠라’에 찾아갔지만, 무척이나 큰 규모에 걸맞게 엄청나게 버글대는 중국인, 서양인 손님들로 인해 어떻게 한국 사람들과의 정보 교환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 여기 진짜 여행자 도시 리장 맞어... ?
- 에버랜드 야간 개장 한 거 랑 여기랑 다른 게 뭐람... 게다가 밤에 뭘 설명할게 있다고 깃발단은 아직도 돌아댕기냐...
- 어쩌면 우리가 아직 쓰팡제랑 치이로, 우이로 같은 중심거리만 다녀서 그런지 몰라. 뭔가 있으니까 유명하겠지...

자자... 오늘은 리장의 첫날 일뿐... 우리는 여기서 며칠이고 머무르며 이곳을 즐길 예정이니까 앞으로 다른 느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너무 빨리 실망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말자구... 라고 위안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자 확 끼치는 큼큼한 냄새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소문난 잔치에 초대된 게 아니길 빌며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완구러우에서 본 리장 고성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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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잘 밝혀서 야경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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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냥냥 2020.08.20 15:24  
푸하핫.  저도  그런  상상해봤어요.
그  깃발막대기를  흔들며    줄을  서란말이야  하고 계명성을  지르는  제 모습을.
알뜰공주 2020.08.31 11:18  
전통가옥과 골목길, 집옆으로 흐르는 시냇물(?),바로 내가 보고싶었던 풍경입니다.
또한 막아놓은 물에 채소를 씻고 빨래하는 모습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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