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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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으로 가는 길

고구마 1 421
(2005년 글입니다.)



베이징에서 이곳 시안까지 우리가 타고 온 열차는‘공조특쾌’라는 다소 홍콩영화스러운 이름을 가진 것이었는데 별 뜻은 없다. 그냥 ‘에어컨 나오고 빨리 달려요’란 뜻이란다.

탕구에서 베이징으로 오면서 탔었던 보통 기차안... 우리의 옆 좌석엔 끊임없이 뭔가를 까먹고 씨를 떨어트리는 부인과 저러다가 창자가 딸려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꾸엑~ 거리며 침을 뱉는 남편이 발바닥에서 쉴 세 없이 각질을 벗겨내 튕겨주시는 알흠다운 광경 연출해줬었다.

아아... 13시간이나 되는 시간동안 또 그런 분들 사이에 있으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는데, 적어도 우리 구역 주변의 중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은 나름 말끔하고 정리정돈도 잘하시는 분들 같다. 아아~ 다행~~

기차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승무원이 우리가 가진 표를 가져가더니 플라스틱 카드랑 맞바꾸어 줬다. 이 플라스틱 카드는 담날 우리가 내릴 때 쯤 다시 맞교환 했는데, 그 효용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식으로 하면 늦잠자다가 내릴 곳을 지나쳐버리는 황당한 일은 당하지 않을 듯...

내가 이런 류의 장거리 여행을 견디는 방법은 한 가지... 아무것도 안 먹고(화장실도 안 가게 된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자는 거다. 최대한 머리를 멍청하게 만들어서 잠만 디립다  자는 게(바깥의 풍경이고 뭐고 다 놓치게 되지만...) 지겹고 고통스런 장거리 여행의 고단함을 그나마 잊게 해주는 나만의 방법...

이 정도 가지고 툴툴 거리면 인도 여행 못한다.

엉? 인도는 어떤데?

내가 인도에서 젤 길게 기차 타 본 게 한 30시간쯤 되는거였는데.... 어휴 너는 아마 견디지도 못할 거다. 언제 한번 인도 델꾸 가서 정신이 번쩍 들게 고생을 시켜야 되는데....

켁....

언젠가는 인도로 끌고 가서 고생을 바가지로 시켜주겠다는 요왕의 엄포에 다소 기가 죽은 체 그대로 엎어져 잤다. -_-;; 제발 거기가기 전에 인도가 많이 발전했음 좋겠다...

담날 아침 도착한 시안.... 책에 의하면 이곳은 실크로드의 시작점이며, 또한 중국의 황금기였던 당나라의 수도로 그 명성이 거의 콘스탄티노플에 버금갔던 곳이라던데, 이제는 중국 동부해안의 기세에 눌려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성도일 뿐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기차역에서 상덕빈관까지 가는(또 삐끼한테 잡혀서 나란히 줄서서 가고 있는중이었다) 짧은 길에 널부러져 있는 상태 매우 안 좋으신 거지들과 남루한 사람들의 모습이 시안의 첫인상이었다.

게다가 아직 6월인데도 날씨는 얼마나 더운지, 마치 뜨거운 공기 풍선으로 얼굴을 문질러 대는 것 같아, 숨이 절로 가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너저분한 모습은 여기까지... 상덕빈관에 짐을 풀어놓고 서둘러 나가본 시안의 시내모습은 오호~꽤나 멋진걸~ 종루 시내는 산뜻한 원피스를 걸친 이쁘고 야리야리한 시안의 젊은 언니들로 가득하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차림새나 모습이 베이징보다도 쬐금 더 멋있고 부유해 보여서 잠깐 의아해 질 정도였다.

베이징은 워낙 넓어 쇼핑 포인트나 사람들이 이곳저곳 산재해 있는 반면, 이곳 시안은 종루를 중심으로 다들 모여 있어서 그런가... 도시 자체가 선보이는 분위기와 느낌이 꽤 맘에 드는 곳이다. 게다가 도로들이 거의 격자모양으로 네모지게 짜여있어서 우리 같은 초짜들이 방향잡기에도 좋고...

중국에서는 열차표를 빨리빨리 예매해야 맘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대서, 우리는 시안 시내로 나오기 전에 3일후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로 가는 표를 벌써 끊어 놓은 상태... 이 도시의 첫 느낌이 좋아서 갈 길을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되었다. 사실, 그 후에 표를 물리고 좀 더 시안에서 밍기적 거릴까 고민도 했지만, 특유의 귀차니즘의 발동으로 그냥 예정대로 3일 만에 시안을 떠나게 된다.

그나저나 우리가 이곳으로 온 제일 큰 목적은 바로 진시황의 병마용갱. 만리장성으로 온 세상 사람들을 베이징으로 끌어 모았던 그는 이곳에서는 과연 뭘 준비했을까...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제각각의 말로 떠들어대며, 그의 장성과 무덤을 들락날락하며 돈을 뿌려대는걸 진시황은 상상도 못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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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냥냥 2020.08.19 14:13  
중국은 널찍널찍 평평한게  퀵보드하나  장만해서  타고 다니면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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