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관광 셋째날...래디슨 호텔 조식뷔페, no43 이탈리안 비스트로, 쏨땀 한봉지
호텔 뷔페야 어디든지 다 비슷비슷한터라 특별한 감흥은 없지만 그래도 느낌을 이야기 하자면, 가격대비해서 래디슨의 조식뷔페는 꽤 괜찮은 편이다. 김초밥과 미소스프, 김치가 한켠에 마련되어져 있고 과일과 샐러드의 상태도 신선하다. 딱히 이름을 붙이기는 애매한 육류와 생선 요리들...태국식볶음국수와 스파게티, 햄과 소시지들을 퍼가기 위한 웨스턴과 중국인들 그리고 많은 수의 한국인 단체 여행자들로 식당 안은 분주하고 바쁘다.
연이은 풍부한 식사 덕분에 점심때가 되어서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아~ 이래서는 안되는데......
보신관광에 걸맞게 억지로라도 몸을 허기지게 만들어두어야 점심을 맛있게 먹을수 있게 된다며, 괜히 월텟 여기저기를 쏘다니다 느즈막히 no43 에 도착하고 보니 시계는 거의 두시를 가르킨다. 쏘이 랑수언에 들어서서 왼편사이드로 걸어가다 스타벅스를 지나자마자 위치해 있는 이곳은 몇몇 매거진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곳이다. 부띠크 스타일의 이 아담한 레스토랑은 오후 두시에 마감되는 점심 뷔페 때문에, 그 이전에는 정중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두시가 지나자 갑자기 여기저기서 테이블 셋팅을 하느라 식탁보가 펄럭이고 접시 정리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 등 매우 어수선하게 돌변하고 만다. 타이밍만 잘 맞춰 간다면, 매우 팬시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을텐데....아쉽게도 이번엔 그런 기회를 놓쳤다.
샐러드가 80부터 ...애피타이저는 150 전후....핏자는 마르가리타가 160부터 시작하고 라비올리는 280 정도.... 이탈리아인이 주방장이라는 이곳은 정통 이탈리안식 맛을 내기로 평이 나있다고는 하는데, 이탈리아에 가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말을 평가할 방법이 달리 없다. 얇고 바삭하게 구워진 이태리식 피자와, 시금치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 위에 듬뿍 얹혀진 해산물 크림이 먹음직 스럽다.. 주문전에 나오는 마늘빵과 자그마한 바구니에 담겨져 나오는 번의 맛도 좋은편이다.
마치 서울의 청담동 분위기를 닮아있는 랑수언의 식당들이 다 그러하듯 서비스 차지와 택스가 각각 10프로와 7프로가 덧붙는다. 이곳에서도 어제처럼 테이블위의 음식을 마저 다 못지 못하고 나왔다. 아아...맛없는 음식이 아니고서는 음식을 남겨본적이 없건만..이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닌걸...
" 여기 티라미슈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 어우...난 음식이 목까지 차오른거 같애..."
" 나두야....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세포마다마다 양분이 꽉 흡수된 기분 인거있지....내 팔뚝 꽉 비틀면 거기서 기름이 뚝뚝 떨어질거 같애..."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왠지 터벅터벅 무거워 진다.
부른 배는 저녁이 되도 꺼질 줄을 모르고 소화제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좋은 숙소와 맛있는 음식이 주는 느낌은 아주 빠른 속도로 그 감흥을 잃어가고 있다.
" 요왕...이렇게 여행 하는거...좋아?"
" 아니...."
" 배낭 메고 걸어다니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는게 훨씬 좋았는데... 그때는 막연히 이런 스타일을 동경하기도 했었는데, 이젠 어느 쪽이 우리한테 맞는지 확실히 알겠다. 우린 그냥 러프하게 길위에서 굴러댕기는게 타고난 체질인가봐....."
" 호텔 같은 건 일주일에 한번정도.....아니다. 보름에 하루 정도만 묵으면서 쉬어도 충분할거 같아. 정원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그리워"
" 나 벌써부터 산해진미도 시들해 진거 있지.. 노점에서 오토바이 매연 맡으면서 먹어야 소화가 잘 되는데....."
원래의 식도락스케쥴 대로라면 오늘저녁 우리는 엠버서더 호텔 해산물 뷔페를 즐기고 있어야 하겠지만, 먹는것에 흥미를 잃은 우리는 거의 굶는 쪽을 택했다. 저녁에 잠시 들른 수쿰윗 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내손에는 20밧짜리 솜땀 한봉지가 들려있었고 그것이 나의 행복한 저녁식사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