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엄마들과 함께한 치앙마이-방콕 9박10일 #5
새 아침이 밝았다.
오늘 저녁에는 드디어 나의 제2의 고향 방콕(원래는 상하이였는데 안 간지 오래 돼서)으로 내려 간다!
일단 아직 가지 못 한 버쌍 우산마을을 가야하기 때문에 또 아침일찍 서둘렀다.
사실 이모들이 며칠 동안 불만을 토했던 것이 있었는데,
'야~ 우리 패키지도 아닌데 너무 일찍 일어난다~'
'야~ 셀카봉 파는데 있다매 없냐~'
바로 이 두가지였다.
원래 우리에겐 셀카봉이 있었다.
귀여운 이모가 집에서 챙겨오셨는데, 인천공항에서 사진 찍고 놀다가 하필 비행기 타기 직전에 부러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국 가면 다~ 있어요 태국도 사람 사는데고 물건들도 나쁘지 않아요~ 했는데!!!
치앙마이를 다니며 눈을 씻고 봐도 왜인지 모르겠으나 그 놈의 셀카봉이 없었다.
역시 옛말 틀린거 없다고, 개똥도 약에 쓰려니...
있다고! 찾아드린다고! 했는데 정말 한 개도 안 보였다 ㅜㅜ
그래서 결국 셀카봉은 여행 삼일째가 되던 날 이제 미련 버릴란다~ 하셔서 논쟁 종료
하지만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야 하느냐! 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었다.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
라고 외치던 어느 유명 정치인의 명언으로 대신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계획했던 일정을 최대한 유지해야 정해진 날짜 안에 치앙마이에서 웬만한거 다 해봤다!
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별 수가 없었다.
물론 원하시면 우리 부모님이 다니셨던 것만큼 더 빡빡하게 해 드릴수도 있었지만!
뭣하면 다음에 또 오자~ 하시는 이모님들에게 강요는 금물ㅋㅋㅋㅋ
어쨌든 오늘의 일정은 불만사항을 접수, 개선하여 아침을 아홉시에 먹고 열시쯤에 출발하는 것으로 하였다.
나는 슬슬 체력이 떨어져 가는지 아니면 원래 습관이 나오는지 어제 오늘 아침을 먹지 않고 그냥 출발하기 직전에 로비에서 깨운한 얼굴의 이모들과 미팅을 했다.
우리가 님만 해민까지 갔다 오려면 저녁이 다 될 쯤이라, 일단 체크아웃을 하고 방콕 가는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하니 공항가는 차량을 두 대 불러준다고 한다.
그럼 여섯시 반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골목길로 나와서 썽테우를 잡았다.
버쌍 우산마을로 가는 썽테우는 와로롯 시장에서 탄다고 하길래 그쪽으로 간다고 했더니 오케이 한다.
개인적으로 치앙마이를 참 좋아하지만, 그 옛날 썽테우 사기사건과 며칠 전 싼캄팽 온천에 가면서 비 와서 진흙 튀는 길을 헤매다 겨우 썽테우 타는 곳을 찾았는데 그것도 이상한 곳으로 가서 결국 대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겹쳐서 '치앙마이에서 썽테우 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역시나 이번에도 뭔가 내 머리 속의 문제인지 하여튼 와로롯 시장에 도착해서 지도에 표시된 곳을 찾아갔는데 썽테우가 있긴 했는데, 보통의 그것이 아니라 또 대절해야 할 느낌이 왔다.
내가 정류장 주변에서 서성거리니까 은공예마을 판때기를 든 아줌마가 어디 가냐 물어서 우산마을에 간다고 했더니 은공예마을을 들르는 조건으로 500밧에 해주겠다고 한다.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지만 좀 귀찮기도 했고, 아무 일도 없는 척하고 싶어서 그냥 알겠다고 하고 차에 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숙소 앞 골목에서 만난 아저씨한테 우산마을까지 가자고 할 걸)
대신 강변에서 썽테우를 타고 우산 마을로 가는 길은 와로롯 시장을 '눈팅'할 수 있는 좋은 길이었다.
과일과 꽃이 눈을 즐겁게 해 주고 강바람까지 살짝 불어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사십 분정도 걸려서 우산마을에 도착했다.
다음 주가 우산마을 축제라 그런지 군데군데 장식을 시작하고 있었다.
일정이 좀 더 길었으면 김에 보고 갔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역시 1월은 너무 춥다.
아무리 아침이라고 해도 20도면...
다행히 이모들과 같이 다니기에는 덥지 않고 적당한 날씨였다.
추위를 너무 많이 타는 나에게는 아니었지만...
입구에 보이는 상점 건물 뒤편에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곳이 있었다.
원하는 디자인을 고르면 핸드폰 케이스나 가방에 오분 만에 뚝딱!
상점에서 파는 민무늬 우산을 사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다.
색색의 물감들
튜브 안에 든 물감을 조금씩 짜서 세세한 모양을 그려준다.
이모들이 핸드폰 케이스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하셔서 맡겼다.
이 정도 크기는 50밧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금가루도 뿌리고 원하는 글자나 이니셜도 써 준다.
집에 엄마가 주문 잘못해서 두 개가 배송된 새 핸드폰 케이스가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가져올 걸...
우산을 만들어 바로 말리는 중
파란 하늘과 하얀 우산이 잘 어울리는 느낌적인 느낌...
앙증맞은 부채도 같이 말리는 중이었다.
인증샷 전용
상점에서 파는 코끼리 목각인형과 등에 난 구멍에 꽂는 우산
세트인 줄 알았는데 따로 파는거였다.
그렇지만 코끼리만 사면 이상해서 결국 같이 샀다.
내가 사고 싶어서 샀다기 보다는 이모들이 다 사면서 엄마것도 사다줘라 하시기에 적당한 걸 골랐다.
코끼리 210밧, 우산 50밧으로 합이 260밧
상점 건물 입구에 있는 아세안 국가들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들
한 시간정도 구경을 하고 나왔더니 썽테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우리를 유혹했던 아줌마는 다시 그 은공예마을 판때기를 보여주고는 여기에 가야한다고 했다.
딱히 볼 것도 없어 보이고 가려고 했던 곳이 아니라 안 가겠다고 했더니 그럼 백 밧을 더 내야한다고 해서 그냥 그럽시다- 하고 바로 님만 해민으로 출발했다.
마침 점심 시간이어서 샐러드 콘셉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님만 쏘이 13에 내려 달라고 했더니 바로 근처에 내려줬다.
막상 입구를 못 찾아서 이상하다, 여기 와봤는데 하고 왼쪽을 봤더니 마침 딱 나타나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재작년에 먹었던 햄버거 샐러드였나 스테이크 샐러드가 생각나서 주문하려고 했더니 없어진 메뉴라는 말이 돌아왔다.
이렇게 추억의 맛은 사라지고...
그냥 여러가지 시켜보자~ 하는 말씀에 따라 샐러드 두 종류와 볶음밥, 파스타를 시켰다.
음료는 각자 원하는 과일 혹은 채소가 든 것으로 하나씩!
튜나 샐러드와 당근 쥬스
새우 크림 파스타와 미국식 볶음밥
치킨까스 샐러드
뭔가 건강해지는 느낌의 점심을 먹고 산책을 시작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원하시던 네일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바로 길 옆에 네일샵이 보이길래 들어가서 다섯명인데 될까요 했더니 가게에 혼자 있어서 힘들겠다고 한다.
천천히 구경하다가 눈에 띄면 또 물어보자 하셔서 일단 이리저리 골목을 구경한다.
사진 찍기 좋은 아이베리를 가볼까 하다가 거리가 좀 있는 관계로 쏘이 11 주변에서 서성거리다 네일샵을 발견했다.
심지어 이름이 강남스타일 코리아 네일 ㅋㅋㅋㅋㅋㅋㅋ
직원도 두 명 정도 있길래 다섯명 되냐고 물어봤는데 조금씩 기다리고 하면 된다 해서 바로 들어갔다.
난 네일아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여름에는 발에라도 색칠을 해야 이쁘다고 꼬심을 당해서 결국 발에만 하는걸로!
이모들은 가격이 싸니까 일단 다 해보자 하셔서 손발 세 분, 발만 한 분 하시기로 했다.
손에는 할까말까 굉장히 고민하셨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이제 곧 다가올 설에 음식을 해야해서...
이런 어머니의 마음 ㅜㅜ
근데 우리 엄마도 손에 색칠하는 거 좋아하는데... 흐엉 ㅜㅜ
마침 직원 한 명이 더 출근해서 작업 속도가 빨라져 내 차례까지 왔다.
발을 씻겨주는 건 마사지 샵이랑 비슷한데 발톱에 뭘 칠하는 건 영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막상 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서 앞으로 여름에는 발에 색 좀 내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미 다 끝낸 상태에서 이모들 네일 받는 모습 촬영
초상권을 위해 스티커로 가렸지만 최대한 비슷한 표정으로 붙여드렸다.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언니가 되게 친절해서 이모들이 좋아하셨다.
손발 3인, 발 2인 해서 전체 3999밧이 나왔다.
한국에 비하면 굉장히 싼거라고 하셨는데 여기 물가로 치면 상당한 사치생활로 보인다 ㅋㅋㅋㅋㅋ
가게 입구는 작은데 안으로 깊은 구조라 처음에는 들어가도 되나 긴가민가했다.
가격표가 바깥에 나와있다.
Gangnam Style Korea Nail Salon
네일을 마치고 보니 시간이 꽤 되었다.
숙소까지 삼십분 정도 걸린다고 치면 좀이따 바로 출발해야 했다.
그래서 여태까지 못 가봤던 (가긴 했는데 문 닫혀 있었던) 몬트 빵집에 들러서 포장을 해야겠다 싶었다.
다행히 오늘은 문이 열려있어서 치즈 토스트와 초코 토스트를 사고 이따 시간이 있을 때 먹어야지 하고 썽테우를 잡았다.
맨날 문 닫혔을 때만 지나간 그 몬트 빵집
결국 포장한 빵은 공항 게이트 앞에서 먹다가 비행기에서까지 먹게 됐다.
맛은 있었는데 많이 식어서 차라리 그냥 사서 바로 먹어버릴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길이 많이 막혀서 공항 픽업 택시를 타기로 한 여섯시 반에 거의 딱 맞춰서 숙소에 도착했다.
친절했던 직원들과 눈물의 굿바이를 하고 공항으로 간다.
급하게 공항에 갈 때는 뚝뚝을 타고 간 적도 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여유가 있어서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새삼 공항의 냉방 시설에 놀랐다.
마침 커피 전문가 이모가 버리려던 담요가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공항 면세구역으로 들어가니 딱 배고플 시간이었다.
우리 이모님들 당 떨어지기 전에 식사를 하셔야 되는데, 하고 있는데 블랙캐년커피가 보였다.
커피도 맛있지만 가벼운 샌드위치도 괜찮았던 기억이 나서 바로 모시고 들어갔다.
각자 식사와 커피 메뉴를 하나씩 시키고 한 입씩 먹어봤는데 의외로 팟타이도 맛있었다.
인천공항에서는 밥에다 커피까지 먹으면 십만원인데 여기서는 천 밧, 1/3 정도의 물가 차이가 있음을 새삼 느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내려가는 타이항공 국내선이 중 제일 마지막 시간대여서 그런지 가슴에 CIQ 스티커를 붙인 한국분들이 많았다.
아마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또 인천으로 가는 듯했다.
치앙마이로 올 때 받았던 깔조네와 똑같은 기내식을 또 받고 몬트 빵집에서 사온 빵도 먹었다.
하루 종일 빵 위주로 먹는 느낌...
잠깐의 비행이 끝나고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 공항 4층에서 택시 두 대로 스쿰빗 숙소로 이동했다.
이모들은 체크인해서 올라가시게 하고 편의점에 들러 10밧 짜리 선실크 헤어팩을 샀다.
미리 써보고 구입하고 싶다 하셔서 각 방에 하나씩 드리고 나도 바로 침대로 고고ㅅ...(기절)
양이 적어보였는데 은근히 많던 카우팟꿍
이 집이 밥 잘하네 ㅋㅋㅋㅋㅋ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