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박 17일 베트남 배낭 여행] #3 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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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박 17일 베트남 배낭 여행] #3 사파

!ㅇㅅㅇ! 0 2590

지난 겨울 인도차이나 배낭 여행을 하면서
베트남에서 16박을 보냈습니다.
제 홈페이지에 기록한 여행기 중에 몇 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여행기는 아래 주소로 오세요~~


http://youmin.rokkorclub.com/indochin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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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지난 밤에 하노이에서 기차를 탔다.
라오까이 행 기차를 타는 하노이 b 역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호텔에서 속편하게 택시를 불러서 타고 무사히 기차에 탑승했다.
아마 하노이역 조금 못 가서인 것 같다. 무작정 걸으면서 지나쳤던 길 같다.
택시비는미터기의 2/3 가격인 5만동.

기차는 생각보다 좋았다. 좌석도 뒤로 많이 젖혀지고 간격도 넓었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있고 좌석번호도 있었다.
듣던대로 대부분은 베트남인이었고 그들은 출발전부터 무척이나 신이나 있었다.
떠든다기 보다 즐거워하고 있었다. 맥주를 나누어 마시고 이런 저런 음식을 돌아다니며 먹었다.

그들은 분명 오랜만에 타는 기차일 것이고
그것은 고향인 중국으로 가는 길이거나 고산족 마을로 가는 길일 것이다.
비싼 돈 내고 여기까지 온 건 나지만 그들에겐 더 끈끈하고 소중한 여행길이기에
이방인인 내가 견디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소란스러움은 출발 후 한 두 시간이 못 갔던 것 같다.
역방향으로 타고 왔던 8시간 동안 기차 여행은 생각보다 편안했으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새벽 6시쯤 라오까이 역에 도착하니 춥다.
재빨리 괜찮아 보이는 봉고로 다가가서 3만동에 탑승한다.
사파까지는 1시간여. 점차 안개가 심해지고 안개비가 흩날리며 봉고는 힘을 쓴다.

사파에서 론리플래닛이 추천하는 마운틴 뷰 호텔에 머물렀다.
8달러에 전기 히터 4만동이다.뜨거운 물은 콸콸나와서 빨래까지 했다.
전망이 조금 가려져 있지만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안 보인다.

같이 봉고를 타고 온 오스트레일리아의 골드 코스트 근처에 사는
부산에도 교환학생으로 왔었다는 23살짜리 겉늙어보이는 청년과 아침을 먹고
엄청 추운 방에서 한 시간쯤 잤다. 진작에 전기 히터를 빌렸어야 하는데 그걸 몰랐네~

사파 시장에서의 사진들은 환상적이었다.
주로 디지털을 이용한 사진들은 부족한 af 성능과 고감도 노이즈로 인한 감도 설정의 한계 (200이상은 무리다)
그리고 50mm 렌즈 하나만 가져와서 화각의 제약이 있었지만 몇 몇 컷은 아주 괜찮았다.
게다가 시장의 노점에서 쌀국수를 사 먹으며 너무나 귀여운 소녀를 만났다.
그녀는 내가 사먹은 쌀국수를 파는 아주머니의 딸 같았는데
사진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직접 찍어보고 너무 즐거워 했다.
정말 내 딸로 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그리고 사파 시장은 외국인들에게 물건을 팔기보다는
고산족과 베트남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오히려 고산족들이 주로 물건을 사는 입장이었다.

이곳에서 머리를 민 빨간 라호족?은 상술에도 능해서 영어를 잘했으며
시장 건물내의 가게들을 여럿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블랙흐몽족?들은 주로 거리에서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물건을 팔았다.
자본주의의 맛을 누군가를 빨리 들이고 있었다.
근대화를 한국보다 빨리 겪어서 한국을 침략할 수 있었던 일본처럼 자본주의를 먼저 받아들이고
돈을 많이 벌게 되는 종족이 다른 종족을 지배하게 될까? 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까?

관광 산업이 있기  때문에 전통이 지켜지는 것일까?
관광 산업  때문에 전통이 변질되고 결국에는 없어지게 될까?
농사만으로도 그럭저럭 먹고 살았던 고산족들에게도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돈의 편리함을 깨닫게 되고 농사만으로도 그럭저럭 먹고 살았던 그들도 장사에 뛰어든다.
혹은 자본주의로 인해 그럭저럭 먹고 살던 사람들은 이제 줄어든다.
결국 그들이 가진 땅을 돈이 좀 더 많은 누군가에게 팔게 되고
그들은 도시 빈민으로 편입되어 구걸을 하거나 매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겨울에 사파는 우울함에 견디기 힘들지도 모른다.
안개가 자욱하고 날은 춥고 비도 추적추적 내려 길은 모두 젖어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식을 먹이고 가족을 돌보며 살아간다.
관광객을 상대로 피곤한 하루살이를 끝내고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며 가끔 지나가는 관광객에서 마리화나...등을 파는 고산족이 있었다.
쓰레기 통을 뒤지는 고산족도 있었다.
슬픈일이다.


내일은 오토바이를 빌려서 트레킹 대신 가까운 마을을 방문해 볼 예정이다.
더더 멀리 가고 싶지만 위험하니까...

아직 다치지도 않고 첫날 이후는 아프지도 않고 잃어버린 것도 없다.
순조롭게 여행이 나아가고 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거울을 보니 수염이 엄청 자라고 피부가 한결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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