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라 하기엔 좀 뭐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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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라 하기엔 좀 뭐한 2

cafelao 22 1776

 

계획대로라면 그녀와 나는 공항에서 만나서

같이 티켓팅하고 같이 보딩을 하고 그렇게 게이트로 향했겠지만

한참 전에 공항에 도착한 나는

그녀를 기다리지 못하고 티켓팅을 하고 동행인의 좌석을 옆자리로 배정 받고

그리고 그녀에게 카톡을 날리고 보딩을 하고...

혼자 공항을 어슬렁 거리며 공항놀이를 하다가

좀 일찍 게이트 앞에서 놀고 있었다.

탑승시간이 거의 다 되어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그녀에게 어디냐고 연락하지 않았다.

 

다만

게이트 앞에 있는 에스컬레이트를 가끔씩 바라볼뿐...

 

마침 전화가 울리고

그녀는 아워홈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있단다.

 

에스컬레이트를 흘끔거리고 있는 나의 시야에

짧은 머리에 굵은웨이브가 곱슬하니

번쩍이는 청색형광색의 튀는 선글라스를 하고...

하늘색의 옅은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롱청자켓을 입고

그리고 옅은 옥색빛에 굵은 그물망이 있는 스타킹을 입고

짧은 청반바지를 입은....

내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대도 절대로 나는 소화할수 없는

패션을 한 여자가 내려오는게 보였다.

 

순간

설마 저여자는 아니겠지...설마....

 

솔직히 좀 많이 튀는 패션의 그녀를 중국관광객쯤이라 생각했다.

 

그녀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다시 핸폰을 들여다 보는 순간

누군가 내앞에 와서 멈춰섰다.

 

ㅋㅋㅋ

고개를 들어보니 그 독특한 패션을 한

설마 아니겠지 했던

그녀가 나의 동행인 그녀였다.

 

순간

오~~~마이~~갓~~~이 나올뻔...

 

탑승이 시작되고

우리는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5시간 동안 무슨이야기를 해야하나

그냥 잠자는척 눈감고 있을까

아...책이라도 한권 가져올걸...

그냥 음악듣는척 이어폰을 하고 있을까....

 

짧은 시간

조카뻘 되는 그녀와 멋쩍게 5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상황을 어찌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저는 뱅기타면 5분도 안되서 자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진짜?

그것도 복이네

그럼 지루하지 않고 얼마나 좋아.“

 

속으로 그렇게 말해주는 그녀가 너무 고마웠다.

서로 멋쩍게 가지 않아도 되는

5시간 동안 무슨이야기를 해야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한순간 나의 고민을 그녀가 해결해주는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아마도 그녀도 나와의 5시간 동행이 불편해서

그냥 눈감고 가려나 보다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비행기가 채 이륙도 하기전

이미 그녀는 눈을 감고 잠자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진짜로 그녀는 잠이 들었다.

저녁 6시 45분 뱅기가 이륙을 하고

하늘위 뱅기 창으로 보는 일몰이 너무 아름다워

그녀도 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진짜로 진짜로 깊은 잠에 빠진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나혼자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만 했다.

 

 

 

22 Comments
타이거지 2016.06.04 10:55  
오..
글솜씨가...
궁금증이 조금씩 증폭되고 있어요..
책이라면..사 볼테지만..
언능 쓰시라고 채근 할 수도 읍고..
천천히 하세요..시간 나실때마다..ㅜㅜ
cafelao 2016.06.04 14:14  
타이거지님의 초긍정 유쾌발랄한 글들이 저는 재밌습니다.
타이거지님 태국여행 다녀오시면 타이거지님 여행기야말로 정말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필리핀 2016.06.04 11:11  
와우~ 동행자분 멋지네요! ^^

평소에 못해본 파숑을 낯선 여행지에서 맘껏 해보고 싶으신 듯! ^^;;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과 변신... 그것도 여행의 묘미죠~ ㅎㅎ

근데 다음편 기다리다 모가지 빠지겠어요... ㅠㅠ
cafelao 2016.06.04 14:17  
동행자 그녀는 참 순수한 사람이랍니다.
그나저나 저야 말로 남녘땅 작은 도시에서의 필리핀님 이야기 2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역류 2016.06.04 18:08  
귀여운 이미지로 그녀가 그려지는군요.
앞으로의 얘기에서도 조금은 어설프고 그렇지만 밉지않은,
조금은 귀찮게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그런 그녀일것 같은 상상이 드네요. ^^
cafelao 2016.06.06 08:06  
와우~~
역류님 돗자리 깔으셔야겠습니다...^^
오리민 2016.06.05 21:22  
너무 재밌어요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여행에서 어떤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네요
cafelao 2016.06.06 08:08  
친절한 덧글 감사합니다...^^
여행지에선 항상 소소한 예측못한 잔잔한 일들이 일어나더라구요.
그래서 여행이 더 즐거워지구요.
수탉크래프트 2016.06.08 12:39  
ㅋㅋㅋ 시작부터 두근두근하네요 다음편 넘나 기대됩니다ㅋㅋㅋ
cafelao 2016.06.10 21:17  
감사합니다...^^
글쓰는 재주는 영 없어 민폐끼치는거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닐슨 2016.06.08 21:52  
우와~~~ 다음편은 언제 쓰시나요 @.@
cafelao 2016.06.10 21:19  
감사해용...^^
시작은 했는데 글재주가 없어 이러고 있어요.
산지렁이 2016.06.10 15:08  
오, 여행소설인가요? 기대됩니다~^^
cafelao 2016.06.10 21:21  
아이고~~ 여행 소설이라니요...
그냥 별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아줌마의  라오스 이야기랍니다.
더 쓰자니 다른분들께 민폐인거 같고
그만 두자니 중도포기하는게 되고 ...
덧글 감사합니다...^^
천억맨 2016.06.15 04:43  
긴칼 옆에차고 장풍을 휘날리며 봄날 다방님과
자웅을 겨뤄봐도 결단코 밀리지않을.....

봄날다방님 글은 예전다방의 계란 노른자 동동에 커피2,설탕2 프림잔뜩 식으로
달달한맛에 먹는.....(읽으며 웃음이 입가에 머무는..)
cafelao님 글은 원두커피식으로 쥑이는 향으로 내음을 풍기며 뒷맛을 궁금케하는..

암튼 봄날다방님의 연제소설이후 엄청기대 됩니다.
일단 향은 쥑이고 뒷맛은 쓸까?.감미로울까?등등
하기사 커피 잘내리는 바리스타 .... 알아서 잘하시겠지만.(내취향은 달딜한...)
akme 2016.06.20 00:11  
담편 안올라오나요??
BruceLee2672 2016.06.28 11:20  
소설 아니죠? ㅋㅋㅋ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뭐죠~ ㅋㅋㅋㅋ
그녀의 정채가 더궁금합니다 뒷모습담은 사진이라도 ㅋㅋㅋ
우야제 2016.07.22 17:10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잠 잘자는 사람입니다.
예전 창원에서 서울로 당일 왕복 관광버스로 출장길에 오른 30여명이 있었는데...
왕복하는 동안 잠 한숨 안 잔 사람이 저하고...
버스기사 뿐이 였어요~~~ㅠ.ㅠ
키위니 2016.08.01 15:03  
다음 편 안올라오나요? ㅋㅋㅋ 궁금해요
럽강 2016.08.06 10:59  
다음펴 부탁해요ㅜㅜ
cafelao 2016.08.09 13:25  
다음편을 쓰다 보니
귀여운 그녀의 사생활을 살짝 오픈하게 생겨서
멈췄답니다.
아무래도 그녀의 사생활을 오픈하는건 좀 아닌거 같아서요...
허접한 여행기를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더구나 덧글까징 친절하게 달아주신 모든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헥토르최 2016.08.17 09:41  
후편을 몹시 기대하게 되는 글이었는데, 여기까지가 끝이로군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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