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고1, 중3, 중2, 초6) 라오스 배낭여행 - (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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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고1, 중3, 중2, 초6) 라오스 배낭여행 - (1) 프롤로그

한쑤거덩 4 2287

 

 

 

*

 

 

지난 추석 연휴에 7박 8일 일정으로

친구 아들인 고1, 조카들인 중3, 중2, 초6 아이들과 '함께'

라오스에 다녀왔다.

 

'함께'라고 쓴 것은

동등한 여행자의 입장으로 동행했을 뿐

 

인솔자 내지는 보호자 자격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루앙프라방 4일, 소수민족 마을 홈스테이 3일 등 

대략적인 일정만 내가 정해 주었고

 

 

 

 

출입국 수속, 환승, 숙소 구하기, 관광지 구경 등

나머지 세부적인 것들은 아이들이 모두 알아서 하기로 하였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였다.

 

중2, 초6 조카들은 루앙프라방 조마베이커리 뒤편의

여행자 거리에서 110,000낍(약 16,000원)에 더블룸을 구하였으며

 

고1, 중3 녀석들은 동생들과 함께 가는 것이 귀찮았는지

자기들끼리만 메콩강변으로 가서

 

60,000낍(약 8,500원) 이라는 싼 값에 방을 얻고는 의기양양해 하다가,

에어컨도 없고, t,v도 없고, 화장실도 공용이라

불편하다고 하면서 후회하는 눈치였다.

 

 

또한, 뚝뚝 기사와 흥정하여 빡우동굴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기들끼리 잘 다녀왔고

 

귀국시에는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공항까지

40,000낍에 뚝뚝을 타고 와서

 

 

루앙프라방 - 하노이 - (경유) - 부산행 비행기에도

차질없이 탑승하였다.

 

물론, 갈 때도 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부산 - 하노이 경유 - 루앙프라방 비행기도 잘 갈아 탔었다.

 

루앙프라방 몽족 야시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깍아서 샀고

 

왕궁 박물관에도 가고,

10,000낍 야채뷔페, 레스토랑 등에서

밥도 알아서 잘 챙겨 먹었다.

 

이 모든 것들을 내가 다 척척 해주는 것이

어쩌면 나로서는 더 속편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시행착오를 겪어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고

궁금한 것을 나에게 물어 볼 때

금방 대답해 주지 않고

 

가이드북을 찾아보든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든지 알아서 해.....

 

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아이들이 잘 해내리라 믿었기에

나는 녀석들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내가 많이 아팠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측면도 있었다.    

 

귀국길, 나는 공항으로 먼저 출발했고

아이들은 루앙프라방 공항까지 뚝뚝을 대절하여

알아서 잘 찾아왔다.


40,000낍(약 6,000원)에 흥정했는데

50,000낍을 지불했더니


뚝뚝 기사분께서 잔돈이 없다고 해서

10,000낍은 떼였다한다.


 

*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속에서

녀석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 친구 아들 고1짜리 수환이는

알바를 해서 겨울방학에는 친구와 함께

다른 나라를 여행할 것이라고 했고

 

초등학교 6학년인 준범이는

중3이 되면 친구를 만나러 혼자서 꼭

라오스에 다시 여행 갈 것이라고 했다.

 

준범이는 소수민족 마을에서 동자승 친구를 1명 사귀었는데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계속 연락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정말 기특하게도

용돈을 아껴 월 2만 원씩을 학비 명목으로

친구에게 보내주기로 하였다.

 

설과 추석 명절 등에 친지들로부터 용돈을 받으면

그 돈을 쓰지않고 저축해 두었다가

가난한 친구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중3인 주연이와 중2짜리 재연이도

다음에는 혼자 여행할 수 있겠어요, 했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대단한데

오로지 부모들만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

 

 

 

7박 8일 동안의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2014. 9. 7.    :   10:30 부산출발 - 하노이 경유 - 20:00 루앙프라방 도착

         9. 8.    :   루앙프라방

         9. 9.    :   루앙프라방, 오후 소수민족 마을로 출발

         9. 10.  :   소수민족 마을 홈스테이 

         9. 11.  :   소수민족 마을 홈스테이

         9. 12.  :   소수민족 마을 홈스테이

         9. 13.  :   오전 루앙프방으로 출발

         9. 14.  :   루앙프라방, 저녁 19:30 비행기로 루앙프라방 - 하노이 경유 

         9. 15.  :   06:30 부산도착 

 

 

 

*

 

 

 

처음부터 내가 아이들 4명과 함께

라오스를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여름방학 때 후배 아들 우섭이가

한 달 동안의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일정 중에 마침 캄보디아 씨엡립도 포함되어 있기에

 

약 3년 전 쯤에 앙코르 톰 근처의 유적지에서 우연히 만나

며칠 동안 함께 놀았던 조카 준범이, 주연이의

캄보디아 친구들 집을 찾아가보라고 했었고

 

우섭이는 여행의 막바지 즈음에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하지만, 조카들의 캄보디아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한 명도 만나지 못하였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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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섭이의 캄보디아 여행 - 준범이의 친구들 집을 찾아가다

 

http://blog.naver.com/laosboy/220102076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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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식을 전하자

준범이는 꽤나 실망스러운 눈치였다.

 

앙코르톰에 가면 언제든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어 많이 섭섭한가 보았다.

준범아, 그래도 너 캄보디아 가고 싶니?

아니요, 이젠 가고 싶지 않아요.

앙코르왓도 다시 보고 싶다며?

근데, 친구들을 만날 수 없잖아요?

 

내 여동생인 준범이 엄마는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한 번 갔었어야 했는데

 

애가 그렇게 친구들 보고싶다고 하는 것을

결국은 이렇게 됐네, 무척 아쉬워 했다.

 

 

*

 

 

준범아, 너, 그럼 이번 추석때 라오스라도 갈래?

지난 번에 갔던 시골 마을에 다시 가서

그동네 친구들과 실컷 놀다가 올래? 

정말 데리고 가실 거예요?

진짜요? 

 

와, 신난다!!!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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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나는 라오스로 간다.(3년 전에 갔던 라오스 시골마을)

 

http://blog.naver.com/laosboy/2020099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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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실망하는 준범이를 위로하려다가

그만 코가 꿰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6학년인 준범이와

단 둘이서만 여행하려고 했었는데.....

 

(준범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75일 동안

라오스, 태국, 캄보다아, 네팔을 함께 여행을 한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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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남쪽나라, 길고 긴 여행

 

http://blog.naver.com/laosboy/2019026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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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범이와 함께 한 네팔 이야기 (1) - 카트만두에서 온 편지

 

http://blog.naver.com/laosboy/20199898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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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준범이만 데려가면

언니가 말은 안해도 속으로 많이 섭섭해 할 걸?

 

그런가?

그렇겠지?

 

팔랑귀인 나는

준범이 엄마의 말에 홀딱 넘어가서

 

다른 여동생의 아들들

중3인 주연이와 중2 재연이도 같이 가게 되었고

 

그러다가 내친김에 친구 아들인

고1 수환이까지 합류하게 되었던 것이다.

 

 

 

*

 

 

이번 배낭여행에서 녀석들은 아마도

여행에 대한 제대로 된 즐거움과

낯선 세상과 맞서는 자신감을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

 

 

 

타인의 고통과 마주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하지 못했던 점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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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고1, 중3, 중2, 초6) 라오스 배낭여행 -

(3)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한 사람들

 

http://blog.naver.com/laosboy/220131587738




4 Comments
탄허 2014.09.26 10:03  
멋집니다.
에말이오 2014.09.26 16:18  
와...정말 멋지네요
저도 이번에 대딩 조카녀석을 대려 가려고 했는데
처음엔 동의 하더니 나중가서는 안가겟다고 하더군요
비슷하게 경험을할 수 있게 해주려고 했는데 말이죠

여행기 기대하겠습니다^^
연우마미 2014.10.04 12:26  
우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
저도 우리 딸 들과 라오스 배낭 여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사실 엄두가 나지 않거든요.
아직은 둘째가 어려서. .
큰 아이만 데려갈까도 생각중인데 과연 잘  따라와줄까도 고민하고 있거든요. 글을 읽어보니 조카가  초등 3학년때 75일을 여행했다니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여행 계획 짜 볼까 하네요.
queenst 2014.10.12 09:33  
저도 이번에 초2짜리 아들 '데리고' 여행을 갑니다. '함께'하는 여행의 준비단계랄까요^^;  70일 일정인데 아직 아무것도 일정 안잡고 갑니다. 가서 마음이 시키는대로 할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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