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그 이상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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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그 이상의 감동.....

고구마 5 1747
사람도 많이 모이고 날씨도 좋길 바라며 신청을 해두었건만, 다음날... 사람만 많이 모이고 하늘에선 장대비가 쫙쫙 쏟아진다.
하늘의 처분만 바라며 전전긍긍하고 있자니, 차츰차츰 날씨가 개이기 시작하고,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두 척의 배에 나눠 탄 채 바다로 나간다. 하지만 아직도 하늘은 약간 우울한 느낌이고 햇빛이 강하지 않은 탓에 시야는 선명하게 확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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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들은 최선을 다해 이곳저곳 좋은 포인트로 데려다 주었지만, 날씨 덕에 어째 신통치가 않다. 약간 실망한 채로 우리가 바다에 떠있는 동안 사공들은 통발을 내려 무언가를 잡기도 하고, 원하는 사람에겐 작살을 주어 고기도 잡게 해주느라 나름대로 부산스럽다.

어제의 맑은 물과 다양한 색감 탓에 스노클링 투어에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보다.

이윽고 점심을 먹는 시간... 싸구려 투어니까, 다른 곳에서처럼 의례히 볶음밥 도시락과 파인애플 한 조각씩을 나눠 주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나무를 꺾어 불을 피우고 넓은 나뭇잎을 깔아 푸른 식탁을 만들며 튀김 솥데다 기름을 들이붙고 있다.

아까 통발에서 잡혀진 고기는 나란히 정렬한 채 불 주위에서 바비큐가 되어지고 아이스박스에 담겨져 준비해온 오징어와 생선들은 밀가루 반죽을 뒤집어쓰고 기름 안에서 튀겨지고 있다. 또 다른 팬에선 야채를 볶고 밥을 준비하고...
타닥타닥 나뭇가지 타는 소리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 세상에..이런 걸 직접 준비해서 오다니.... 감동의 눈물이 흐르려고 하는구먼...”
“ 헐... 이렇게 점심준비 해주는 곳은 처음인걸... ”
“ 스노클 장비 빌리는 데 만 해도 각각 50밧 씩인데.. 장비 대여해줘 점심 줘... 하루 종일 섬 돌아봐.... 이렇게 해서 남을까 몰라...”

음식을 해본 사람은 알지.... 별거 아닌거 처럼 보여도 이것저것 준비해서 야외에서 밥상을 차려내는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이사람들의 작지 않은 노고가 우리의 평범한 시간을 행복하게 바꾸어주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을 향해 사공들이 ‘런치 런치~’를 외치며 불러 모은다.
연녹색 나뭇잎으로 장식한 식탁 위로 갓 구워진 생선과 뜨거운 튀김을 잡으려는 손길이 분주히 교차했다. 투명한 눈알을 하고 있던 물고기는 잘 익은 체로 허연 살을 드러내고 있다.
후식으로 나온 수박은 마른 목을 축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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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오늘은 투어를 늦게 시작한 탓에 남은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았다.
감동의 식사가 끝나고 우리를 오늘의 마지막 스노쿨링 포인트로 데려갔는데, 왠일인지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할 이곳은 해파리가 너무 많아 도저히 물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허벅지와 팔뚝을 벅벅~ 긁어대며 물속을 배회하다 결국은 맨 먼저 배위로 올랐다.

“ 왜 일찍 끝내요?”
사람 좋아 보이는 사공이 묻는다.
“ 해파리가 뽁~ 뽁~~ 물어요. 아파요. ”
“ 아...해파리...5분만 지나며 괜찮아 져요... 어디에서 왔어요?”
“ 한국에서요...”
“ 내 이름은 쨍 이에요....당신 이름은...?.”
서로 통성명을 하고 나니 별달리 할 말이 없어 약간 어색해지긴 했지만,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멍하니 배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스노쿨링 하는걸 구경하다보니 시간은 거의 5시가 다되가고 뱃머리를 리뻬로 돌릴 시간....
작살을 들고서 저 혼자 신이 나서 온 바닷속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서양애는 뭘 보기라도 한건지 바다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그애가 속한 다른 배를 뒤로 한 채, 우리 배는 곧장 리뻬로 돌아왔다.
이제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피곤하지만 마음은 흐믓하다.
감사의 마음, 칭찬의 말과 함께 쨍에게 100밧의 팁을 건네니 예의 환한 웃음으로 땡큐를 연발한다.
리뻬에서의 마지막 이벤트를 기분 좋게 끝내서 다행이라며 숙소로 터벅터벅 향했고, 내일 아침 이 섬을 떠나기 위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짐을 다시 배낭에 꾸렸다.
5 Comments
한마디 2004.05.08 16:48  
  결국은.......--::
투어가 아닌 식사에서 감동을 느꼈다는.......--::::::
2004.05.09 03:14  
  ㅋㅋㅋ저도 거기서 투어할래요~~호호
점핑몽키바라는곳에 말하면 되는거예요?
광주여인 2004.05.09 16:19  
  나뭇가지 사이로 분홍 빛 띄며 익어가는 물고기들~ 미래소년코난이 갑자기 생각나요 *^.^* 요왕=코난, 고구마= 라나 ㅋㅋㅋ 푸르른 자연식탁에서 광주여인도 꼭 식사를 해 볼래요~
필리핀 2004.05.10 15:21  
  오~ 그리운 리페... 맑은 바다와 순박한 리페 사람들... 12월에 가면 정말 쥑입니다... 시즌인데도 물가가 별로 안 비싸요.
꼬마땅콩 2004.08.21 16:33  
  싸멧에서 스노클링투어 500밧짜리 했었는데, 스피드보트타고 계속 이동하고~ 밥도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저 위의 사진들처럼 물고기 잡아서 굽고, 오징어도 튀겨서 주고, 카오팟도 주고...파인애플이랑 수박도 산처럼 쌓아놓고...생선에 소금을 좀 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게 좀 아쉬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