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 유타주 브라이스캐년으로의 졸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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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8. 유타주 브라이스캐년으로의 졸린 여정

고구마 18 1687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8. 유타주 브라이스캐년으로의 졸린 여정

 

우리의 일정 중에 유타주에 속한 여행지가 세군데 있는데 그게 바로 모압의 아치스 국립공원 그리고 브라이스캐년과 자이언 국립공원이다.

미국서부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캐년들이 어느 정도의 인기가 있는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다가 게다가 유타주 자체가 인지도가 좀 낮고 재미없는 그런 이미지로 다가온다.

자~ 구글신님. 유타주는 어떤곳인가요?

일단 경제생산성면에서 유타는 미국의 50주 중 중하위권(2015년 GDP순위 32위)을 차지하고 있는데(넘버1은 캘리포니아) 아마 인구가 적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주의 총인구가 300만이 안될 정도라는데...

하여튼 신실한 몰몬교의 고장, 낮은 인구밀도로 인해 한적하며, 유색인종의 비율이 상당히 낮아보여 거의 백인들만 보이는 것 같은 느낌... 뭔가 고지식하고 시골스런 느낌이 풍긴다.

실제 미국 내에서 유타주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곳일까?

 

아치스국립공원의 전진기지인 모압에서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의 근처 마을인 트로픽까지는 차로 죽죽 달리면 한 5시간정도 걸리는 곳이어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이른 오후에 도착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가는 길 도중에 있는 고블린 주립공원과 캐피톨리프국립공원을 둘러보면서 갈 거라 오늘 하루도 길 위에서 온전히 보낼 것만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서 가는 거라 패키지여행처럼 하루시간을 새벽에서 저녁까지 꽉꽉채워서 관광을 하기에는 좀 무리수이기도 하고....

고블린 공원도 연간패스로 통과될 줄 알고 갔는데, 여기는 국립이 아닌 주립이라 10달러의 입장료가 있군...

작은도깨비인 고블린을 닮은 바위들이 오글오글 모여있는 전경이였는데 며칠째 계속 흙흙흙바위바위바위를 보니 이 정도는 뭐..... 우리가 이전에 본 여행지들의 수준이 있는데 이런 소박한 풍경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나. 게다가 입장료도 따로 걷고 말이야.

 

대충 보고 돌아 나와 다음 중간목적지인 캐피톨리프를 경유하여 트로픽으로 향했다. 사실 이 구간(12번 국도)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요왕이 꽤 기대한 구간이기도한데 길 중간중간에 근사한 전경의 뷰포인트들이 점점이 펼쳐져있어서 그랬다.

그런데... 나는... 너무너무 잠이 온다.

유타주의 볕은 차안의 온도를 슬금슬금 올리고 있고,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며칠동안 집밖에 안 나가기도하는 그런 생활이었는데 여기서는 맨날 차에 올랐다 내렸다 걷고, 게다가 물설고 낮선 곳에 오면 뭔가 텐션이 올라가면서 기가 빨리 소진된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보면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처럼...

 

그래서 그냥 졸았다. 아름다운 길이었을거라고 상상해본다.

이런 나와는 달리 요왕은 운전하랴 내려서 사진찍으랴 바빴다니 나는 그때 찍은 사진으로나마 그길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사과한쪽 잘라먹고 운전을 시작한 요왕은 캐피톨리프를 지나 한낮이 되자 당이 떨어져서 우울감에 시달리기 시작하며 눈꼬리가 또 슬금슬금 올라간다. 차에 기름게이지도 거의 떨어져가는거 같고...

우리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뭔가 먹을 수 있는 곳이 나와야할텐데 걱정하다보니 짜잔~~ 서브웨이 간판이 보인다. 우리가 사랑하는 서브웨이. 패스트푸드지만 건강한 패스트푸드. 나는 이 서브웨이를 태국에서만 먹었었는데 드디어 본토 것을 먹게 되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수한 위치에 있는 매장을 제외하고 왠만한 프랜차이즈점은 가격이 전국 다 동일한데 미국의 경우는 그 위치에 따라서 가격이 좀 편차가 있는 편이었다. 뭔가 하나로 다 뭉뚱거려서 획일적으로 줄세우기에 미국은 너무 크고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니까...

이곳 유타의 경우에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좀 낮은 편이라 느껴졌는데 여기서 먹은 서브웨이도 다른 지점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다. 그랜드캐년에서와는 달리 태국에서 주문했던 경험으로 무난하게 풋롱사이즈의 묵직한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는데 , 진짜 속도 튼실하게 채워주고 본토에 와서 먹는맛은 이맛이구나 싶다. 들어가는 주재료중에 미트볼도 있었는데 우리 바로앞의 아주머니는 그걸 선택.

슬쩍 훔쳐보니 동글동글 귀여운 볼을 많이도 넣어준다. 아..우리도 그걸로 먹을걸 그랬나.

 

나는 기억에 없지만 꽤 볼만했다는 캐피톨리프를 거쳐 늦은 오후에 도착한 트로픽이란 곳은 정말정말 작은 마을이다.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의 근처 마을인데 지금까지 다녀본 미국 마을 중에 제일 규모가 작다. 이런 곳에 살면 무슨 재미로 살까.

우리나라야 시골이라 할지라도 차를 한 두 시간 만 몰고 가면 다 어느 도시의 번화한 지점에 당도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도대체 어디까지 나가야 되는걸까.

식료품점이 있긴하지만 규모도 이전에 봤던거랑은 달리 작고... 거리에는 인적도 없고 차만 간간이 지나 갈 뿐인데, 갑자기 어디선가 큰 관광버스가 한대 들어오더니 거기서 중국인들이 끊임없이 내린다.

눈치로 보아하니 미국내 거주하는 중국인들인 것 같은데 와글와글 시끄럽긴해도 역시 사람이 좀 있어줘야 분위기가 산다. 그들은 한동안 숙소 부지 안에서 사진을 찍는다 뭘한다 하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더니 일찍 잠자리에 들고 그 다음날 일찍 사라져버렸다. 역시 패키지 관광단은 부지런하게 다닌다니까...

 

그건 그렇고 오늘의 저녁은 도저히 빵을 먹고 싶지가 않다. 빵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그냥 굶는게 속이 편할거 같다고 생각하며 근처 슈퍼로 걸어가 냉동식품칸을 찾아보는데...있다!! 밥이 있어. 그것도 중국식 새우 볶음밥.

‘Taste of Taipei'라는 브랜드의 새우볶음밥인데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네모진 종이용기 안에 들어있는 것이었다. 크기는 별로 안 큰데 가격은 4.5불이나 하지만 지금 그게 대수가 아니야. 밥이잖아. 멕시코 냉동식품에도 밥이 든 게 있긴 하지만 그건 맛이... 안 맞다.

미국 오기 전에 나는 멕시코 음식을 골고루 다 섭렵할거라면서 부리또, 타코, 퀘사딜라, 엔칠라다, 화지타 등등 많이도 검색해봤는데, 엘에이에서 먹은 부리또 한번으로(정말 꽤 잘하는 집이어서 늦은 시간에도 멕시칸들이 바글바글) ‘모든 바램은 다 채워졌도다’라는 경지에 달하면서 흥미가 싹 사라졌다.

하하하~ 냉동식품을 껴안고 방으로 달려와 허겁지겁 퍼먹으니 눈도 더 크게 떠지고 관절도 더 착착 잘 구부러지는고 피도 막 잘 도는 거 같다. 아시아 음식 만만세!!

 



고블린밸리 들어가는 길



 고블린밸리





 캐피톨리프 들어가는 길


 절벽을 잘 보면 인디언들의 벽화가 보인다.


 그랜드 워시 계곡


 옛 정착촌


 캐피톨리프에서 브라이스캐년 가는 12번 국도. 아직 눈이 다 녹지 않았다.

















 트로픽의 우리숙소












 트로픽 마을 전경



18 Comments
필리핀 2015.05.11 19:42  
오호~ 음식에 쌓였던 한을 10% 정도 푸신 날이군요...

어릴 적 동시상영 극장에서 봤던 서부영화의 배경이 많이 등장하네요~ ^^
고구마 2015.05.12 12:45  
영화배경이 나오니까 뭔가 심금을 울리는....ㅋㅋㅋ 그런게 있더군요.
Cal 2015.05.11 21:56  
여기까지는 못 가 봤었는데, 정말 멋진 곳이네요!  요즘 고구마님의 미국 여행기 덕분에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고 있어요.
고구마 2015.05.12 12:44  
브라이스도 정말 볼만했어요. 아마 패키지로 라스베가스 관광하시는분들중에 여길 오는 분들도 꽤 되어서 , 저는 전혀 몰랐지만 미국에 관심있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도 꽤 인지도 있는 곳인거 같더군요.
zoo 2015.05.11 22:40  
전 패키지로 가서 가격대비 호텔도 참 좋았고 음식도 너무 저렴하고 맛있어서 역시 미국이라 달라!
했었거든요 ㅎㅎ 하다못해 씨즐러도 10달러도 안하는 가격에 우리나라보다 더 푸짐한 메뉴들에
감탄하곤 했었는데...역시 부모님과의 여행은 패키지가 짱인 것 같아요^^ ㅎㅎ
(물론 밤 12시에 숙소들어가서 새벽 4시30분에 출발한 날도 있을 정도로 빡세긴 했지만요^^;)

하지만!! 고생하신 고구마님 과 요술왕자님 덕분에 가보지 못한 멋진 풍경을 봐서
전 행복합니다^^
고구마 2015.05.12 12:43  
역시 미국이라 달라~우리도 여행하면서 그런거 좀 느꼈어요. 아마 지금까지 우리가 여행했던 곳과 궤적이 너무 달라서 확 와닿았던거 같아요.
씨즐러가 그렇게 저렴한줄 알았다면 한번 가볼걸 후회가 진짜 되네요.
엘에이의 우리숙소 가까운곳에 시즐러가 있었거든요.

근데 밤 12시에 들어가셔서 4시반 출발이라니...아아...-_-
하긴 버스에서 이동중에 잠을 청하시면 좀 컨디션이 나아지셨을수도...
Cranberry 2015.05.11 23:47  
고구마님이 먹거리로 고생하셨다니 안타까워요 조금만 준비해 갖다면 더 나았을껄요.. 멕시칸음식은 멕시코사람들 많이있는곳은 실렌트로 듬뿍 로칼맛 물씬나지만 제 생각엔 괜찮은 미국식당이 우리 입맛에는 더 잘 맞는것 같아요 ..정말 뷰리또 한번 드셨다니 ㅎㅎ
요술왕자 2015.05.12 00:00  
고구마는 한번먹고 물렸지만 저는 괜찮아서 또 사먹었어요. 팍치도 미국거는 먹을만 하더라고요.
고구마 2015.05.12 12:40  
그러게 말이에요. 근데 희한한게 우리나라 돌아와서는 또 미국산 밀가루로 만든 각종 음식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짝퉁 미국음식만 가끔 먹다가 진짜를 보니 좀 제 혓바닥이 얼이 나갔나봐요.
지금은 또 무진장 후회가 되는게...아깝네요.

팍치라면 입도 안대는 요왕이 실란트로는 향긋하다며 대강 먹는거보고, 놀랬어요.
motu 2015.05.12 03:07  
브라이스 캐뇬은 정말 중국관광객이 너무나 많죠.
아마 전시관이나 구경하는 코스가 관광버스에서 내리면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일거라 생각합니다.
암튼, 중국인들 몰려다니면 사진찍기도 힘들 정도로 왔다 갔다 합니다.
고구마 2015.05.12 12:38  
오...그런면이 있었군요.
그러고보니 아치스는 아치 보러 들어가고 나오는길이 좀 거리감이 확실히 있었어요.
근데 아치들이 진짜 규모가 짱짱하고 다른곳에선 전혀 볼수없는 광경이라 , 모든게 다 상쇄가 되어서 좋았어요.
참새하루 2015.05.12 09:53  
고블린은 처음 봤네요
정말 고블린 처럼 생긴 바위돌들이 ㅎㅎㅎ
아치스의 고급 스테이크 먹은 다음
고블린이라는  길거리 핫도그 맛이
당근 성에 안찰듯...

어떤분들은 전혀 한국 음식없이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는분도 게시더라구요
부리또에 한번 물리면
다시는 입에도 안대는데...

자이언과 브라이스는 그랜드캐년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나름 장단점을 잘 보완하는 한쌍의
국립공원이지요

그래도 역시 아치스 먼저 보고 방문하면
성에 안차는...^^
고구마 2015.05.12 12:36  
네. 저는 유타주의 국립공원에 대해서 사전에 정보없이 그냥 갔었는데요.
좋은걸로 치자면 아치스가 당연 월등하게 좋았고
브라이스캐년도 꽤 괜찮더군요.
그래서 굳이 개인적인 감흥을 순위를 매기자면 아치스-브라이스-자이언 이랬습니다.

어차피 짜여진 일정 자세히 알아보면 막상 실물을 대했을때 감흥이 덜할까봐 미리 안알아본것도 있어요. 이래저래 요왕만 고생했죠. ^^
Robbine 2015.05.12 10:16  
고블린밸리가 멋진 풍광 사이에서 툭 튀네요. 바위모양이 딱히 고블린같이 생긴건 아닌데 이름을 그렇게 지어놓고 홍보를 하면 그렇게 보이는가 보네요. 관광지는 포장도 중요한가봐요.
고구마 2015.05.12 12:33  
우리도 보고 실망이 좀 되었어요. 입장료구실을 못한다고 느껴서 더 화딱지가 난건지도 몰라요. ^^
관광지는 역시 사진빨이죠.
켄지켄죠 2015.05.12 17:32  
태국 풍경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미쿡의 스케일은 정말 어마어마 하군요 ㅎ 정말 멋지네요~
고구마 2015.05.14 07:50  
정말 어마어마 하더라고요. 켄지님도 시간되시면 꼭 한번 가보세요. 왠지 미국이랑 잘 어울리실거 같아요.
orbitz 2015.05.24 12:20  
말타고 캐년관광하는 코스가 있는데 두시간에 육십불쯤 했던 거 같아요. 편히 트래킹할수있어서 괜찮은 옵션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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