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 내가 그랜드캐년에 있다니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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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 내가 그랜드캐년에 있다니 와우~~

고구마 6 1581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4. 내가 그랜드캐년에 있다니 와우~~

 

 

여행전에 살짝 든 한기에다가 시차적응 하느라 피곤함이 겹쳐져서 덜컥 몸살기운이 생겨버렸다. 게다가 날도 춥고 말이지...

다른 여행 때와는 달리 여행자보험을 들긴했지만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병원 가는건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중의 하나란 생각이 들어, 할 수 없이 기침을 진정시키는 약을 사러 동네슈퍼로 향했다. 가격이 적당한 기침을 진정시켜주는 사탕을 사서 먹었는데 어째 이거 먹으니 기침이 더 돋는다.

윌리암스에는 세이프웨이라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이 있었는데 제품 가격표를 보니 회원과 비회원의 차이가 너무나 컸다. 회원할인품목을 제외하니 살 만한 게 팍 제한되는 느낌.

이곳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체인점들도 비슷한 상태였는데 우리 같은 중장기? 자유여행자는 필히 회원카드를 만들어야만 했다. 만드는 절차는 고객서비스 데스크에서 신청서 하나만 쓰면 되는데 주소는 로스엔젤레스에서 묵었던 호텔로, 전화번호는 형님이 빌려주신 전화로 대충 썼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즉시 발급해주는 것이었다. 어쨌든 아침도 어제 사 놓은 미국냄새 풀풀 나는 냉동식품을 데워먹고 그랜드캐년으로 출발~

우리나라에서 100킬로미터 정도 거리는 꽤 장거리 느낌인데 미국에 오니까 100킬로 정도는 근거리로 딱 각이 잡힌다. 물론 도로표지판에 표시된 숫자는 마일... 그러니까 60마일정도 되는데 아직 여행초기라 그런지 모든게 생경하다.

킬로미터가 아닌 마일, 리터가 아닌 갤론, 슈퍼에서는 매대에서 보이는 가격이 최종이 아니고 계산대에 가져가면 거기에 세금이 추가로 더 붙어나오는 것, 식당에서도 메뉴판에 보이는 음식가격에서 약 9퍼센트의 세금이 추가되고 거기에다 15퍼센트에 이르는 팁까지... 왜이렇게 복잡하게 살까 싶을 정도다. 그냥 다른나라처럼 보이는 가격에 다 포함시키고 사업자가 알아서 분류하면 될텐데 말이야.

 

전날의 장거리운전에 비하면 1시간만에 가뿐하게 도착한 그랜드캐년~

미국의 국립공원입장료 시스템 중 우리랑 다른 것 하나는 사람당 계산을 안 하고 차량 당 계산을 한다는거다. 기준단위가 사람이 아니라 차라니... 처음엔 이게 무슨 셈법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했는데 이런점도 진짜 미국스럽다.

우리는 매표소에서 80달러짜리 국립공원 연간자유이용입장권를 사서 방문자센터로 향했다. 앞으로 방문할 모든 국립공원은 이 패스 하나면 그냥 무사통과다. 일종의 마패같은? 가족이 한차에 타고 이 연간패스를 이용하면 국립공원 입장료는 부담없는 저렴한 수준이고 내외국인 차별도 두지 않아서 이건 동남아시아의 몇몇 나라에 비하면 훨씬 좋다. 특히나 미국 이전에 다녀온 스리랑카의 유적지 외국인 입장료는 거의 날강도수준이어서 더더욱 비교가 된다.

음... 하긴 미국과 동남아를 서로 비교하는 건 좀 균형이 안 맞을지도...

그랜드캐년에서는 한국인 자유여행자들도 가끔 마주치곤했는데 한국에서 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미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에서 왔다면 아이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오는걸까? 어쨌든 어디서 누가 들을지 모르니까 유명여행지에서는 말조심하고 다녀야지. ^^

 

우리는 방문자센터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서쪽방향으로 가서 일부구간을 하이킹하기도 하고 다시 방문자센터로 돌아와 마더스 포인트를 본 후 우리차에 올라 동쪽방향으로 핸들을 틀기로 일정을 짰다. 아침에 숙소에서 간단한 냉동식품을 데워먹고 그후 계속 운전하고 걸어다닌 요왕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자 저혈당으로 인해 기분이 나빠지고 눈꼬리가 올라간다.

우리는 평소에 음식에 관한한은 쿵짝이 잘맞아서 엄청 잘 줏어먹고 다니는 편인데, 이번에는 내 입맛이 금방 돌아오질 않아서 끼니때가 되어도 심드렁하고, 이런 나 때문에 요왕은 배고픔과 신경질로 눈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는거다. 아... 이렇게 계속 음식에 심드렁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식욕이 그냥 사라져버리다니. 내 인생에 이런 일도 생기네~

 

공원 내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롱사이즈 샌드위치와 탄산수 한잔 이렇게 해서 나눠먹는데 세금까지 붙어서 13.5불 정도...역시 공원 내부라서 좀 비싸긴 하구먼.

주문방식이 서브웨이랑 거의 비슷한 곳이었는데 샌드위치 중 콜드컷을 주문하고 종업원 앞에 섰더니 알아들지 못할말로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거다.

샌드위치 종류도 말했고 사이즈도 말했고 여기서 먹고 갈 거라고 했는데 뭘 더 계속 묻는 거지?

몇번의 설왕설래끝에 알게된건데 흰빵할래? 잡곡빵할래? 화이트 or 휫 이거 묻는거였다. 아... 빵을 좀 보여주면서 물어봤으면 금방 알아들었을텐데... 게다가 이 동양계 여직원은 지금까지 봐왔던 미국사람들과는 달리 좀 무뚝뚝한 경향이 있다.

하여튼 미국이라 그런가 햄도 듬뿍 치즈도 듬뿍 뭔가 척척 많이 넣어주긴한다.

 

원래 요왕이 세운 일과표에는 그랜드캐년의 동쪽에 있다는 무슨 트레일을 4시간정도 빡세게 하이킹하는 계획이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도저히 해낼 수 있을 일정이 아니다. 캐년의 동쪽을 보고 난후에 우리는 차를 동북방향으로 돌려 그날 저녁에 페이지라는 마을까지 당도해야만 하는데 4시간짜리 트레일? 뭐라고 의견 세울 것도 없이 그냥 가만히 앉아서 눈치보고 있으니 요왕이 가볍게 이 계획은 제껴버린다. ^^

 

미디어에서만 보던 그랜드캐년이 내 시야앞에 환하게 펼쳐진 그때 분명히 마음이 울컥하면서 뭉클해지는 뭔가가 있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너무 ‘그랜드’한 광경이라 기가 막힌걸 수도 있고 드디어 내가 미국 땅을 밟고 이 광경앞에 서게 되다니 하는 뭐 그런 감흥이랄 수 있고 할텐데, 그건 그렇고 이 동네 4월초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바람이 불고 춥나. 그것만 아니면 더 신나게 다녔을텐데 말이야. 그리고 자외선도 진짜 강렬한 느낌이다.

 

그랜드캐년은 정말 멋있었다. 그런데 하루종일 캐년을 봤더니 오후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감흥이 떨어지면서 이젠 다음 목적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쪽의 몇몇 뷰포인트, 중앙의 마더 포인트, 동쪽의 데저트뷰 워치타워랑 그외 몇몇 포인트들까지 자세히 보고나니 시계도 오후로 기울어가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픈데다가 등짝도 시린걸... 이쯤해서 페이지라는 애리조나주 북부의 작은 마을로 고고~




그랜드캐년 남쪽 방문자 센터




 공원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 타러 가는 길



 그랜드캐년 모습들



 호피포인트















 캐년 절벽 가장자리 산책로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길(브라이트엔젤 트레일)



 근처에 역도 있고 증기기관차도 운행 된다.



 매더포인트



그랜드뷰



 리판포인트



 데저트뷰



 데저트뷰 타워




 

6 Comments
필리핀 2015.05.10 14:26  
헐~ 정가에 9%의 세금과 15%의 봉사료가 붙는다니... 정말 ㅎㄷㄷ 하네요... ㅜㅜ

미국 내 여행 다니는 한국인들은 주재원이나 늙은 유학생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ㅎ
참새하루 2015.05.10 18:38  
그랜드캐년이 워낙 커서 처음에 보면
와~~ 하다가 자꾸 보다 보면 점점 심드렁 해지더라고요
맛있는 음식도 자꾸 먹다보면 질리는것 처럼
질린다고 할까요...
워낙 커서 질린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우스림보다
노스림이 더 멋지다고 해서 누가 그러길래
팔랑귀가 하루를 꼬박 더 운전해서 가봤는데
거기고 거기였다는 전설...

원래 이런  국립공원들은  최소
두세시간 정도 되는 트레일을 한두가지 해보는게
그 자연의 참맛을 즐길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계곡 아래 강에서  모터보트로 캐년을 보거나
그랜드캐년에서 짧은거리라도  트래킹을 해보셨으면
좋았을텐데요
혈당 떨어진 요왕님의 눈꼬리 덕분에...^^
sarnia 2015.05.10 23:21  
미터법을 쓰는 캐나다로 넘어 온 미국인들이 착오를 일으키는 바람에 과속딱지를 떼는 경우가 많지요. 제한속도 90 Km 라고 되어 있는데 km 를 못 읽는 사람듫이 많은지 90 마일로 보고 신나게 달리는 미국인들이 있다고 하네요.
거꾸로 제가 차를 몰고 미국 쪽 프리웨이를 달리다보면 간혹 '한참 달려온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거리가 줄어들지 않나 !! 하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답니다.
미국도 빨리 미터법으로 전환하는데 좋겠어요. 여러 분야에서 착오와 사고가 빈발하니까 바꾸려고 노력은 하는 모양입니다.

저도 그랜드캐년에서 아픈 적이 있었어요. 2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 바람에 렌트카 호텔에 놔두고 버스타고 패키지 비슷하게 갔었죠. 은퇴한 간호사가 준 생강꿀차 마시고 좀 나아졌습니다.
Robbine 2015.05.10 23:55  
추가로 붙으면 가겨표시에 있는거 보다 더 받는거 같아서 괜히 억울하고 그럴거 같아요. 그나저나 몸도 피곤하신데 식사도 부실하시고.. 계속 국립공원 가셔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멋진 사진 잘 봤습니다~
zoo 2015.05.11 21:56  
사진이 참 좋아요^^ 저도 다녀온 곳이지만 사진으로 보는게 더 좋은 것 같기도 해요^^;
감기도 걸리셨는데 약도 제대로 못먹고 입맛도 잃고.ㅠ.ㅠ 읽는 제가  안타깝네요.ㅠ.ㅠ
미국은 팁이 너무 부담스러운 것 같아요. 요즘은 20~30%를 받기도 한대요, ㅎㄷㄷ
깜따이 2015.09.25 00:56  
미국의 자연문화제 1호로 알고있는데 정말 처음에는 감동의 장관이였습니다.

전 이곳을 2번 가보앗는데 처음에는 LA한인여행사패키지 두번째는 유럽친구들이랑
계곡까지 말타고 내려 갔던 추억이 선합니다. 사진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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