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2021- 1. in 꽁로Konglor
해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역병이 가져온 통제도, 북극 한파로 인한 쌀쌀함도, 오래 머물지 못하는 변덕스러움도.
그래서 비엔티앤을 떠난다. 빡산에 머물면서 방향을 정한다. 꽁로로 가야겠다.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필요했었다. 애정을 받는 것으로부터 부담이 없는 화초가 제격이다 싶었다.
그러나 루앙프라방에서 부터 함께 한 알로에가 그랬던 것처럼,
뿌리가 단단해 보였던 이름모를 화초 역시 오토바이의 진동과 주행 속도만큼의 바람의 세기에 뿌리가 뽑힌다.
애정이 아니라 고문일 것 같아서 푸파만 전망대의 양지바른 입구에 심어둔다.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꽁로는 세상의 공포와 혼란과는 여전히 무관해 보인다.
담뱃잎을 살찌우는 1월의 맑고 투명한 햇살이나,
커가는 담뱃잎의 속도를 따라잡는 농부의 부지런함이나
생명의 아픔과 죽음과도 교감할 줄 미스킴과 그의 친구들이나,
꽁로의 모든 것은 일반화된 세상의 공포와 혼란으로 부터 떨어져 있는 듯하다.
외지의 객은 오래전에 끊긴 듯하다.
대부분의 숙소와 식당은 문을 닫았고 동굴을 오가던 뱃사공은 노를 놓은 지가 오래라고 한다.
덕분에 푼숙 맞은편의 통담게스트하우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혼자서 전유한다.
그리고 본 적이 없는 큰 부리 새를 근거리에서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
잃고 얻는 것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역병의 공포와 혼란으로부터 꽁로는 더 건강함을 얻는 것 같다,
더 꽁로 다움을 얻는 것 같다.
잃는 것이 조금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