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Travel - 23. 마무리 on 코로나 세상
이동하는 시간보다 보다 머무는 공간이 많았던 코로나 원년이다.
국가 간혹은 지역간 이동이 제한된 탓에
보름 동안 베트남의 동허이와 퐁냐케방을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라오스 중부의 씨엥쿠앙, 루앙프라방, 비엔티앤, 볼리캄싸이만 돌고 또 돌았다.
미지에 대한 도전보다는 안전을 위한 고립을 본능적으로 택한 것 같다.
쌓이는 자극 보다 사라지는 추억이 많았던 코로나 원년이다.
그러다 보니 감각기관을 통해 쌓이는 세상은 제한적이며 반복적이게 되고,
긴장을 유발하는 상황도 전무하고 사람과의 접촉도 드물어진다.
반면에 낡아서 버려진 것들이나 주의하지 못해서 잃어버린 것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낡은 신발과 옷가지가 버려졌고, 그녀에 대한 추억 몇 개를 잃어버렸다.
어쩌면 나의 고립과 빈약은 코로나19와 무관한지도 모르겠다.
익숙해진 라오스의 자연과 사람과 언어와 사건에 이미 실증난지도 모르겠다.
매일 반복되는 기억의 되새김질과 불가능한 바램에 절망한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지배하기 이전에 나는 라오스로 부터나 그녀로 부터나 떠났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2021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코로나의 위협은 여전해서 국경을 넘어 이동을 하는 것은 힘들 것 같고,
사람과의 거리는 더 멀어질 것 같다.
고립은 깊어 질 것이고,나는 더욱 빈약해 질 것 같다.
심각한 코로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주 익숙한 한국으로의 귀국은 이런 저런 핑계를 들어 미룰 것이고
조금 덜 익숙한 베트남이나 생소한 미얀마로의 월경을 희망삼아
갔던 곳을 또 가고 또 가며 라오스에서 한 해를 버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