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Travel - 21. 꽃은 어디에서도 핀다 - 몽족 새해 축제3 in 폰사완, 씨엥쿠앙
꽃은 어디에서도 핀다.
객으로만 살아온 역사,
그 설움을 끝내려
젊은 이는 전장에서 사라지고
남은 이는 흩어지고.
한쪽으로부터는 버림받고,
다른 쪽으로 부터는 멸시받고.
쫓기고 쫓겨 높고 외진 곳까지 물러나서,
불로 땅을 넓히고 물로 벼를 키우고
주린 배를 움켜쥔다,
시린 몸을 비빈다,
서러운 마음을 읊조린다.
그래도 씨를 뿌린다,
그리고 꽃을 피운다.
세상의 거만함에도 당당할 꽃을 피운다.
어떠한 위협에도 용감할 꽃을 피운다.
시궁창 속에서도 아름다울 꽃을 피운다.
우리의 이야기를 이을 현명한 꽃을 피운다.
꽃은 어디에서나 피어난다.
술잔을 나누는 걸쭉한 웃음소리에서도,
게으르지 않았던 촌노의 깊은 주름에서도,
싸움소의 날카로운 뿔 끝에도,
소 발굽에 일어나는 흙먼지 속에도,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소 싸움터에도,
말등에 울리는 채찍 소리에도,
팽이를 던지는 사내의 힘줄에도,
흔들려서 쓰러지지 않는 팽이의 심에도,
맑고 순한 웃음소리에도,
생소한 긴장에 흔들리는 귀밑머리 끝에도,
새침한 입꼬리에도,
엄마를 닮은 딸의 콧등에도,
맑아서 선한 눈동자에도,
낯선 이를 위한 깊은 배려에도,
기울어진 저녁 햇살이 머문 아기의 볼에도,
저물어가는 귀갓길에도,
어디에서나 우리의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