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8. 샌프란시스코 시티패스로 돌아다닌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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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8. 샌프란시스코 시티패스로 돌아다닌 하루

고구마 2 2233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무는 날은 총 4박5일인데 볼거리가 많은 도시인데다가 개인적인 기대감도 높아서 그런지 이정도 시간도 그다지 길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한국의 여행사에서 가열차게 판매하는 일반적인 미서부패키지에 할당되어있는 샌프란시스코 일정에 비하자면 꽤나 긴 기간이지만서도 개인적으론 좀 더 머물고 싶은 도시였다.

게다가 우리는 이번방문이 둘 다 미국초행인지라 세상의 모든 초보들이 그러하듯 시행착오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꽤나 부지불식간에 있을게 분명해서 일정이 패키지계획표 마냥 촘촘하고 규모 있게 짜여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패키지여행에서 하루에 열 개 빡빡하게 볼 것을, 자유여행에서는 대 여섯 개 정도 느슨하게 보는 무게감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무래도 계속 운전을 하다 보니 체력이 지치는 것도 있고 말이다.

우리 같은 초행여행자들은 숨은 볼거리를 찾는다던가 뭐 남들 안가는 고즈넉한 곳을 간다기보다는, 일단은 대표여행지로 알려진 곳들... 그러니까 유명세가 짱짱하고 가이드북에서 추천하고 인증사진정도는 필수로 남기면서 다른 여행자들도 많이 다녀온 곳 위주로 다녀야되는게 정해진 수순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스타일은 근래 우리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후리하고 느슨하고 게으른 동남아 방랑생활과는 상당히 궤를 달리하는 전형적인 부지런 여행자모드여서, 어째 뭔가 어색하면서도 반면에 새삼 신선한? 느낌도 들고 그랬었다. ^^

텐션이 오르고 눈알이 반짝거리는 건 좋은 상태인거지...

이런 전형적인 여행자들을 위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하는 샌프란시스코 시티패스는 몇 가지 볼거리, 즐길거리와 교통기능이 합쳐진 여행자용패스인데, 할인율이 꽤나 높다는 게 특장점.

어쨌든 비싼돈 주고 샀으니까 취향에 맞든 안 맞든 리스트에 있는 곳은 되도록 빠짐없이 방문해봐야지~ 그럼 출바알~

 

일단 숙소에서 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향한다. 미국에서 뉴욕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 이 도시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가 교통체증이 만만치가 않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베이브릿지Bay Bridge를 건너 샌프란시스코에 들어와서도 한참을 교통체증에 시달린 후 드디어 도착한 골든게이트 공원.

얼마나 큰 규모의 공원인지 공원 안에도 도로망이 복잡하고 주차할 공간이 즐비했는데(그것도 모르고 우린 처음에 공원 밖에 주차함), 우리는 이 골든게이트 안에 있는 여러시설 중에 시티패스로 볼 수 있는 드영 미술관De Young Museum과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이렇게 두 군데 방문할 예정이다.

드 영 박물관은 각종 미술품과 조각품등이 전시된 공간이었는데...

서양미술품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작품도 전시되어져 있어서 좀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둘 다 미술적인 소양이 없는 관계로다가, 여기에 전시된 작품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 흡수할 수는 없었다. 그냥 그림은 그림처럼 보이고 조각상은 조각상처럼 보이고... 서양미술사에 대한 소양이 깊지 않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둘러본 건 숨길수 없는 사실인데, 이런 까막눈에도 불구하고 여기 걸려있는 그림과 조각들은 뭔가 제대로 된 작품인거 같다는 느낌이 좀 오긴 왔다. -_-;;

 

그 다음으로 갈 곳은 드영박물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캘리포니아 아카데이 오브 사이언스.

외관이 과학관답게 지붕부분이 뭔가 전위적으로 특이하게 생겼고, 평일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어린이들로 바글바글한 곳이었는데, 사실 과학관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어린이가 있는 가족방문객들에게 꽤 어필할만한 곳이었다.

그렇다고 어른들에게는 따분한 곳인가?하면 그건 전혀 아니고, 애가 있으면 훨씬 더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 우리나라 부모들이 좋아하는 에듀테인먼트의 결정체 같은 느낌이다.

가끔 여행에서 만나는 부모들 중에 몇몇은 아이들이 여행에서 뭔가 대단한 교육적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며 그런류의 성과가 돈들인 만큼 팍팍 보여지길 바라는데, 어린이때는 그냥 즐겁고 신나게 여행하는 게 제일 좋은 추억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우리는 여기서 자연생태계를 소개하는 아이맥스 영화도 보고, 지진체험도 해보고 아쿠아리움과 열대식물관도 보면서 어린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이언스관의 부속 아쿠아리움이라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그 기대감에 비하면 꽤 볼만했다.

아이들이 오면 아주 좋아할만한 곳이지만 어른들 역시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드영 박물관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그런데 이 두 군데를 보고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훨 지나있다.

요왕의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아... 배 고파. 혈당이 급하게 떨어진다.”

“확실히 혈당이 떨어지고 있긴한가보다. 자기 눈꼬리가 올라갔어... 여기 까페테리아가 있긴한데 그래도 우리 조금만 더 참고 피셔맨워프쪽으로 가서 거기 있는 유명한 클램차우더 식당에서 밥 먹지 않을래?”

“피셔맨 워프? 거기 어제도 갔고 여기서 멀기도 하고 주차도 어렵고 비싸다잖아. 공원 근처를 검색해봐야 겠어.”

 

라며 요왕이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는데, 별달리 신통한 게 걸리질 않는다.

 

우리는 이때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의 과도한 주차요금 소문에 겁을 먹어서 도저히 피셔맨즈 워프로 바로 차를 끌고 갈 생각은 못하고, 나름 지도를 보면서 머리를 굴리고 굴리다가 팰리스 오브 파인아트까지 간 후 그 구역의 약간 후미진 곳에 주차를 하긴했다.(여기서도 좀더 좋은 자리 찾겠다고 빙빙돌다 결국은 맨처음 본 곳에 주차) 이 도로 곳곳이 붙여져있는 차량도둑 조심하라는 경고판에 심장이 쫄깃해져서, 내비게이션도 떼다가 숨겨놓고... 일이 번잡하구먼~

그후 피셔맨즈 워프행 뮤니버스(시내버스)를 한참 기다리다 마침 올라타려고하니, 기사가 이건 종점행이니까 시내 가려면 반대편으로 가서 타라고 하길래 또 다른 정류장가서 한참 기다린 후, 결국 버스에 올라타 어렵게 피셔맨즈 워프로 갔다. 아~ 힘들다.

 

드디어 도착한 피셔맨즈 워프Fisherman's Wharf

뭐랄까... 관광객을 대상으로 특화된 듯한 분위기여서 우리성향에 비추어 좀 마땅치는 않지만 그래도 각종 가이드북에서 강추하는 식당을 한번은 들려줘야지. 그래서 들어간 곳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대규모식당 보딘 베이커리이다.

메뉴판을 보니 근처의 작은 식당이랑 크게 차이도 안 나는 것 같아 일단은 들어갔다.

이곳은 셀프서비스인지라 팁은 없고 세금만 붙는 곳인데 ‘베스트 오브 보딘 세트’와 아이스티 1잔 여기다 다소 부실해 보이는 시저 샐러드 이렇게 시키니까 총 24달러가 나왔다.

유명하다니까 먹어보긴 했는데...

아~ 뭔가 약간 핀트가 안 맞네.

둥글고 먹음직스러운 갈색 빵 속에 들어있는 클램차우더Clam Chowder의 외양은 특이하긴 했다. 빵이 그릇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사 먹을 수 있는 클램차우더 통조림의 맛이랑 다른 게 별로 없었어. 그리고 식초를 넣어서 시큼한 맛이 난다는 빵도 역시 특이하긴 했는데 꽤나 질기고 딱딱한 게 다 씹고다니 턱이 두 배는 커진 느낌이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시저 샐러드는 양이 너무 적잖아.

흑흑....

이곳은 특이한 모양의 빵들을 많이 만들어 파는데 그 귀염 돋는 빵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여서 이곳까지 온 게 나름 그 의미는 있었다.

무감각하게 먹고 난 후 우리의 소감은 -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 였다.

하긴 저건 2인용양이 아니라 1인분양이였다.

 

쓰라린 마음과 아직도 고픈 위장을 다독이며 바다를 한번 내다봐주고는 다시 버스를 잡아타고 팰리스 오브 파인아트로 향하게 되었는데 망할 버스가 당최 오질않더니만 마침내 오긴오는데 이게 뭐야 4대가 연이어서 온다. 이거이거... 샌프란시스코 시내버스 배차가 좀 엉망일세. 내 피 같은 미국에서의 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내다니...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를 보니 다행히 털리진 않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보딘에서 밥먹을 거 차를 보딘 옆의 주차장에 대었어도 되는거 였는데... 우리가 너무 쫄았나보다.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는 팰리스 오브 파인아트Palace of Fine Arts는 아름다운 전경의 구조물이었다.

뭔가 고대 유럽의 느낌이 나는 건축물이었는데, 심미안이 없는지라 건물 구경은 크게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래도 이곳을 찬찬히 둘러본 후 차를 몰아 샌프란시스코의 서쪽해변중 하나인 오션비치Ocean Beach로 향한다. 역시나 이렇게 탁 트이고 고즈넉한 곳이 우리취향이다. 주차걱정도 없고 말이야...

 

 



 

 

 

팰리스 오브 파인아트


 

 

 

샌프란시스코의 서쪽....

태평양을 직면하고 있는 늦은 오후의 오션비치는 나의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는 게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마음이 뭉클해졌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게 파악이 안되는데....괜시리 싱숭생숭한 것은 갱년기 초기증상인건가?

그후 랜즈엔드로 건너가서 이곳에 있는 짧은 코스의 산책로를 타박타박 탐방하고는 우리는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의 로데오해변Rodeo Beach이라는 다소 생경한 곳으로 향했다.

이 해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지난 직후 서쪽으로 좀 가다보면 나오는 해변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한때는 거의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는 저녁무렵이라 인적이 별로 없었서 좀 쓸쓸한 느낌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서퍼들은 간간히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서핑귀신이 들러붙은 게 틀림이 없는 게야. 날도 저문데다가 파도도 별로 없는 곳에서 서핑이라니... 하긴 뭔가를 저렇게 미치게 좋아한다는 건 복 받은 인생이지...

이 로데오비치는 이름과는 영 매치가 안 되게 해변 생긴 것 자체가 좀 쓸쓸하게 생겼다.

굉장히 센티멘탈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는데 여름 성수기가 되면 이 해변도 비키니와 서퍼들로 북적거릴라나? 이날 이 해변에서 느낀 공기와 빛 바람 때문에 현실에서 약간 유리된 듯한 느낌마저 드는묘한 기운이 서린 곳이었다.

 

오션비치

 

 

소살리토의 로데오 해변




 

 


 

 

 

그런데 이런 전경과 달리 우리의 위장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배가 아주아주 고프다.

사방이 어두워지는 걸 느끼고 우리는 재빨리 차에 올라 숙소방향으로 향했다. 미국여행 기간내내 우리의 식량창고였던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에 오늘 역시 들렀다. 근데 우리나라 슈퍼나 할인점은 저녁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미국은 저녁이 되면 파장분위기가 진하게 풍기고 델리 쪽은 아예 문을 닫기도한다.

프로모션으로 중국음식을 할인해 파는 델리 쪽이 벌써 문을 닫아버린 탓에 닭 쫒던 개 신세로 아쉽게 어슬렁거렸는데, 이런 와중에 운 좋게도 한 켠에 따끈하게 놓여 있는 프라이드치킨을 득템하고는 맥주와 냉동식품을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신나게 치맥을 하는걸로 오늘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내일모레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야하니 내일이 실질적인 마지막날인 셈인데, 벌써 좀 아쉬워지려한다.

 

 

 


2 Comments
필리핀 2015.07.14 10:31  
와우~와우~와우~

허니버터칩보다 더 달콤하고 보기도 힘든

고구마님 여행기가 드뎌 올라왔네요~ ^^

아... 마침 아점 먹으려는 참인데...

오늘 따라 아메리칸 스톼일 브런치가 땡기네요...

미쿡... 항공권 끊어야 하나... ㅜㅜ
zoo 2015.07.20 20:50  
해변의 돌들이 너무 예뻐서 보석같아요^^
하루의 마무리를 치맥으로 하셨으니!!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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