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7.항구와 언덕의 도시들 부산 나가사키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를 거닐면서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했었었다.
- 여긴 나가사키랑 좀 비슷하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부산이랑도 닮아있고...
나가사키에도 거대한 중화가가 있고 샌프란시스코에도 거대한 차이나타운이 있다.
나가사키에도 전차가 다니고 샌프란시스코에도 케이블카가 전차마냥 도로 위를 달린다.
그리고 항만도시 특유의 분주함 소란스러움 들뜬 분위기가 피어근처에 진하게 배여 있는 건 부산이랑 닮아있다. 무엇보다도 끝없이 이어지는 언덕길과 경사면의 집들...언덕의 경사나 그 체계적인 스케일로 보자면 샌프란시스코가 단연 짱 먹는 위치이긴 하다.
그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미친듯한 바람....
샌프란시스코는 워낙 영화에 많이 나온 곳인데, 주로 음침한 범죄관련영화의 배경이었던 라스베가스에 비해서 이곳은 훨씬 다양하고 아름다운 영화의 배경이어서 그냥 길거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든다. 그렇다고 마냥 아무것도 안하고 길바닥만 걸을 수는 없고 나름의 액티비티를 수행해야지...
우리는 오전 10시에 출항하는 알카트라즈행 유람선을 타기위해 집에서 서둘러나갔다. 오늘은 차를 두고 BART(전철)를 타고 고고~ 사실 바트표를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는 또 여기대로 자판기에서 표사는 방식이 다른거다. 자판기 앞에서 어영부영하면서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며 있으니 웬 흑인아저씨가 “헤이 유 가이즈” 그러면서 친절히 도와준다. 그 와중에 어떤 백인소년도 다가왔는데 이 애는 뭔가 돈을 좀 달라는 제스쳐를 취한 거 같다. 살짝 구걸모드...
바트에서 내려 방향을 잡고 걸어가 항구로 가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과정은 어려울 건 없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거리렸는데 여름 성수기 때는 더하겠지.
그 유명세와 악명에 비해 섬은 아주 작은 편이었다. 우리는 섬에 내려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잠깐의 인삿말을 전해들은 다음 곧 교도소내부로 들어가 오디오가이드북을 따라 내부를 천천히 둘러봤다. 역시 미국이라 그런지 태국에서 들었던 오디오가이드 음성과는 달리 뭔가 성우들도 많이 쓰이고 그외 나레이션에도 감정이 풍부히 들어가 있어서 흥미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주변 도시를 연결 하는 전철 BART
알카트래즈
흉악범들이 실제로 갇혀있던 감옥과 식당을 모두 둘러보고 다시 배타고 육지로 나오니 벌써 점심시간이 지나버렸네...
여기서는 이제 방향을 잘 잡고 걸으면 피어 39와 피셔맨즈 워프가 나온다. 피어39는 바다사자와 회전목마 그리고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점가가 흥미를 돋우는 곳이었는데 약간 후아힌의 플런완 마켓과 비스무리한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랬다.
꾸엑거리면서 민들민들한 피부를 가진 살찐 바다사자무리 근처에 가니 약간 역한 냄새도 미약하게 났는데, 티비에서만 보던 걸 이렇게 직면하니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드는 건 뭐지...
그건 그렇고 오전내내 걸어다녔더니 배가 고픈데 다행히 근처에 인앤아웃이 있다.
오~ 미국여행 오기 전에는 미서부에서는 맨날 인앤아웃 먹고 판다 익스프레스 먹고 막 그럴 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우리 동선과 잘 겹치질 않아서, 이제서야 이 유명한 버거를 먹게 되었다.
점심시간 약간 전에 가서 그나마 어렵지않게 주문 할 수 있었지 좀 있으니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되어 버리는데, 이곳은 관광지여서 그런가 미리 알아본 가격보다 좀더 비싼편이었지만 뭐 이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큼의 가격폭이었던듯...
계속되는 샌프란시스코 관광미션~
이제는 케이블카를 타고 시내를 누비다가 유니언스퀘어로 가야지~
인앤아웃에서 멀지않은 케이블카 시발점에 갔더니 여행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사실 이건 이제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그냥 관광열차라고 보는 게 더 맞는 말인듯...
구불구불한 도로를 착착착착 올라가고 내려가고 턴하고 회전하는 느낌은 정말 재미있었고 이 구역의 멋진 저택들을 보는 것도 신나고... 아직까지는 샌프란시스코의 느낌은 아주 좋은편이었다.
그런데 이 느낌이 살짝 깨지는 일이 있었는데....
시내관광을 대충 마치고 다리도 아프고해서 다시 바트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자판기앞에 선 우리에게 왠 중년남자가 말을 건다.
“아~ 표사는게 돈이 모자라서 그러는데 50센트만 줄 수 있어”
대충 알아듣긴 했는데 우리는 동전을 가득 들고 익숙치 않은 자판기 누르면서 표를 사느라 정신이 없어, 그냥 멍청한 닭 눈을 하고 어버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남자도 사람 잘못 고른 줄 알아채고는 금세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었는데 한 중년여성이 선선히 50센트를 준다.
땡큐하고 받아드는 그...
엥~ 그런데 뭐야 이 남자 그걸 받고도 또 다른사람에게 같은 소릴 하는 거다. 알고보니 그냥 차비핑계 대고선 50센트 삥 뜯는 바트역 거지였다. 우리 옆의 젊은여성에게도 그 소리 했다가 그녀가 살짝 웃으면서 “없어요” 했더니 갑자기 돌변해서는 미국욕을 막해대는데... 왜 저러지 그냥 없어요 그랬다고 저런 욕을 하다니... 와 진짜 질 나쁜 인간이었구먼... 여기도 만만 해 보이는 젊은여자한테는 이런 부랑자들이 막해대나 보다.
우리의 여정에서 이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현대적인 도시의 면모를 보였는데, 그 멋진 건물들 사이의 역에는 거지와 부랑자들도 좀 있었다. 인상적인 것인 거지에게 적선하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는데 마치 격려하는 듯한 모션으로 친밀하게 다가가 2달러정도를 쥐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거지랑 시민이 서로 “Bless You” 이런 말을 했는데, 뭔가 대단히 미국적으로 보이는 장면이었다. 이게 그 사람만의 모션이었는지 아니면 일반적인 미국분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피어39의 바다사자들
인앤아웃 버거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
자체동력이 아닌 길 아래의 움직이는 케이블에 매달려 간다.
(이어지는 다음편은 6월말에 연재됩니다.)